A씨는 지난 해 5월 새벽 1시경, 술에 취해 한 도로에서 차도를 걸어다니는 등 위험한 행동을 했다. 이를 목격한 17세 남학생이 A씨를 인도로 데리고 갔는데, 이 과정에서 A씨는 남학생의 신체를 함부로 만지는 등 강제추행을 저질렀다. 재판부는 A씨의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며 40시간의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강제추행과 같은 성범죄는 흔히 남성이 여성에게 가할 때만 유죄가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 형법은 강제추행을 ‘폭행이나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하는 범죄’로 규정하고 있어 피해자의 성별에 상관 없이 요건만 충족하면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 여성이 남성을 상대로, 또는 여성이 여성을 상대로 한 행위 또한 강제추행이 성립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강제추행에서 말하는 폭행은 매우 넓은 의미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어떠한 형태의 유형력을 행사해도 인정될 수 있다. 추행 행위 자체를 폭행으로 볼 수 있는, 이른바 기습추행도 요건이 성립한다면 강제추행 처벌 대상이 된다. 이처럼 강제추행은 범죄의 성립 범위가 광범위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추행 또한 갈수록 성립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추행은 본래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며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뜻한다. 재판부는 이를 판단할 때 피해자의 의사나 성별, 나이,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구체적인 행위 태양, 주위의 객관적인 상황과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유앤파트너스 신승희 부장검사출신 변호사는 “강제추행이 얼마나 중대한 혐의인지 아무리 강조해도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추행에 대한 인정 범위가 넓어졌으며 행위자의 의도보다는 성적 수치심 여부를 기준으로 범죄 성립을 인정하기 때문에 단순한 장난이나 호기심이라 하더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제추행은 기본적으로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피해자의 연령에 따라 아청법이나 성폭력처벌법 등이 적용되면 처벌 수위는 더욱 높아진다.
나아가 벌금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재범 가능성 등을 고려해 다양한 보안처분을 부과할 수 있는데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이나 신상정보 등록,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전자발찌 부착,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제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보안처분은 형사 처벌과 별개의 조치이지만 경제적, 사회적 활동에 많은 제약을 불러오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엄청난 무게로 다가갈 수 있다.
이에 신승희 변호사는 “군인이나 공무원, 교사 등 신분이라면 이러한 혐의에 연루된 것만으로도 직업이 박탈당할 수 있다. 동일한 혐의, 비슷한 처벌이라도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구해야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수사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므로 소중한 시간을 흘려 보내지 말고 즉시 도움을 받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