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김호중 교수(좌), 권오상 전임의(우).
이미지 확대보기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김호중 교수 연구팀(제1저자: 권오상 전임의)이 최근 악력이 강할수록 척추변형 교정수술에 따른 결과가 우수하다고 밝혔다.
우리 몸의 척추는 좌우로 기울지 않고 옆에서 봤을 때 완만한 S자 곡선을 그리는 것이 신체를 지지하고 균형을 잡는 데 이상적이다. 그러나 ▲노화 ▲잘못된 자세 ▲물리적 충격 등으로 척추가 특정 각도로 휘거나 굽는 증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척추변형’이라고 한다. 70세 이상 노인 중 70%에 가까운 인구가 경험할 정도로 흔한 퇴행성 질환이다.
이러한 척추변형은 증상이 경미하고 몸을 움직이는 데 큰 지장이 없는 경우 보존적(비수술) 치료만으로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경우 통증, 합병증을 동반하는 데다가 시간이 갈수록 신체 불균형이 악화될 수 있어 ‘척추변형 교정수술’을 받아야 할 상황에 놓인다.
문제는 수술 후 환자마다 증상이 호전되는 정도가 제각기 다른데, 어떤 환자에게 수술 효과가 좋을지 미리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환자의 근력, 근육량이 우수할수록 외과적 수술의 결과가 좋다는 학계 연구가 이어지고 있으나, 거동이 불편한 척추변형 환자의 근력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고 근육량 분석도 학술적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김호중 교수팀은 악력(손아귀 힘)이 전신 근력, 근육량을 가늠할 수 있는 직관적인 지표라는 점에 착안, 척추변형 교정수술의 예후와 악력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에는 2016년 9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퇴행성 척추변형 교정수술을 받은 78명의 진료 데이터가 사용됐다. 남성의 경우 악력이 26kg 이상, 여성은 18kg 이상이면 ‘고악력’, 미만일 경우 ‘저악력’ 그룹으로 분류됐으며, 수술 후 시간 경과에 따른 장애(신체 기관이 기능하지 못하는 정도)와 통증 정도 변화를 비교했다.
먼저 장애 정도 측면에서 고악력 환자들은 저악력 환자들보다 항상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전 저악력 환자들의 장애 점수가 53점일 때 고악력 그룹은 41점 수준으로 약 29% 낮았으며, 수술 1년이 지난 후에는 이 수치가 각각 44점과 32점으로 감소해 38%까지 벌어지는 결과를 보였다.
통증 개선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수술 전 두 환자군의 통증 정도는 7.7점(저악력)과 7.2점(고악력)으로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수술 3개월 후 고악력 그룹에서의 증상 호전이 두드러져 4.2점으로 빠르게 감소했지만 저악력 그룹은 5.9점 수준에 머물러 비교적 수술에 따른 통증 완화 효과가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손아귀 힘이 강할수록 척추변형 교정수술을 받기에 유리하다는 점을 시사해, 수술에 적합한 환자를 판별하는데 중요한 근거로 사용될 전망이다.
권오상 전임의는 “악력은 신체 근육기능의 척도가 되는 지표로, 척추변형 환자들도 쉽게 측정할 수 있어 활용 가능성이 높다”며, “연구된 바에 따라 수술 효과가 다소 떨어지는 저악력 환자를 선별하고, 충분한 재활치료와 영양공급으로 신체 상태를 개선한 후 수술을 받는다면 더욱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호중 교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수술 후 허리가 얼마나 좋아질 수 있는지를 가장 알고 싶어 하며, 본 연구는 이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깊다”며,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악력뿐만 아니라 수술 예후와 관련된 다양한 인자들을 결합해 더욱 정확한 예측 방법을 마련한다면 환자들의 의사결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척추 저널(Spine Journal)’에 게재됐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