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사진=인천성모병원
이미지 확대보기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예전 같진 않지만 화창한 봄날을 만끽하며 본격적으로 몸만들기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운동은 자칫 장기가 제자리를 이탈하는 ‘탈장’을 부를 수 있다.
탈장(hernia)이란 말 그대로 신체의 장기가 제자리에서 벗어나 다른 조직을 통해 빠져나오거나 돌출되는 증상을 말한다. 즉 복부 내부 공간인 복강에 위치해야 할 장기가 복강 밖으로 빠져나온 상태를 이른다.
김지훈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탈장은 일상생활이 불편하거나 통증이 심하지 않아 대부분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탈장을 그대로 방치하면 장기가 붓고 심할 경우 괴사하는 합병증까지 나타나고 최악의 경우 응급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탈장은 신체 어느 곳에나 생길 수 있지만 서혜부(사타구니)를 통한 탈장이 가장 많다. 전체의 약 75%를 차지한다. 이외에 대퇴부(넓적다리)와 아랫배가 만나는 부위에 생기는 대퇴부 탈장, 수술 상처 부위에 발생하는 반흔 탈장, 배꼽 부위로 탈출하는 제대 탈장 등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9년 서혜부 탈장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모두 5만858명이었다. 이 가운데 남성이 4만4395명으로 전체의 87%를 차지했다. 매년 약 6만명의 환자가 탈장으로 병원을 찾고 소아와 노인층에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아 탈장은 서혜부 탈장과 제대 탈장이 대부분이다. 태생기에 장기가 이동하면서 막혀야 할 길이 남아있거나 복벽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제대 탈장은 대부분 2세까지 탈장 구멍이 막히게 되지만, 5세까지 증상이 지속할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사타구니 쪽으로 장이 빠져나오는 서혜부 탈장은 증상 없이 사타구니가 불룩 튀어나와 보이거나 고환의 크기가 달라 보이는 게 특징이다. 영아의 경우 반복되는 통증이나 장폐색 증상으로 자주 보채고 잘 먹지 않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김지훈 교수는 “만약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면 장 괴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인 만큼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서혜부 탈장은 자연적으로 호전되지 않기 때문에 발견 즉시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성인 탈장의 원인은 후천적인 요인이 더 큰 빈도를 차지한다. 복부 비만은 탈장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대부분 탈장은 복벽에 발생하는데, 복부 비만의 경우 복벽에 국소적으로 약해진 틈 사이로 지방조직이나 복막이 덮인 장기가 돌출되면서 발생한다. 또 무거운 물건을 들 때 복벽 힘이 약해져 틈새가 생기면 그 사이로 장기가 빠져나오는 경우도 있다.
특정 장기가 있는 부위의 복강 내 압력이 올라가면서 그 부위의 복벽이 점차 약해져 탈장이 발생하기도 한다. 폐결핵이나 만성폐질환으로 반복적인 기침을 하는 경우나 심한 신체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경우에도 탈장이 일어나기 쉽다.
서혜부 탈장이 발생하면 사타구니 부근에 뻐근한 통증이 있거나 사타구니 혹은 고환 부위가 볼록해진다. 하지만 사타구니나 고환이 튀어나오는 증상은 누우면 사라지기 때문에 방치하기 쉽다. 그러나 탈장을 방치하면 괴사가 발생하고, 힘을 줄 때마다 탈장이 밀려 내려와 결국 음낭까지 내려오면 구토 등 장폐색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성인 탈장은 자연 치유되지 않기 때문에 통증이 없더라도 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아야 한다.
김지훈 교수는 “복부 비만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쉽게 탈장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방은 복부 압력을 높이고, 복부 압력이 높아지면 탈장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했다.
탈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걷기, 스트레칭 등을 통해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복근을 강화해야 한다. 과격한 운동은 피한다. 채소나 과일을 많이 섭취하고 저염 식이를 통해 복압을 올릴 수 있는 변비와 복수를 차단한다. 과도하게 무거운 물건을 들지 않는다. 금연하고 육식, 유제품, 가공식품 등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