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주광식 교수, 우세준 교수. 사진=분당서울대병원
이미지 확대보기우리 눈 망막 한 가운데 초점이 맺히는 부분을 황반이라고 하며, 황반에 이상이 생겨 시력이 감소하고 사물이 왜곡되어 보이는 질환을 황반변성이라고 한다. 황반변성이 생기는 원인은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발생 빈도가 높아져 노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이러한 황반변성은 크게 건성(약 90%)과 습성(약 10%)으로 구분되는데, 이중 건성은 황반에 노폐물이 쌓이고 신경이 위축되는 질환이고 습성은 비정상적인 혈관의 생성으로 물이나 피가 새어 나와 실명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습성 황반변성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 회복이 어렵지만, 다행히도 건성 황반변성일 때는 시력 저하 위험성이 낮다. 다만 문제는 언제든지 건성에서 습성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건성 황반변성이라면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건성 황반변성에서 습성 황반변성으로의 진행률을 파악하고 위험요인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이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건성 황반변성으로 진단받은 418명(평균 72.3세)의 데이터를 토대로 최대 10년까지의 경과를 분석한 결과, 건성 황반변성에서 습성 황반변성으로의 진행률은 5.6%(2년), 14.8%(5년), 28.4%(10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건성 황반변성 환자의 약 3분의 1은 10년 이내에 습성으로 진행하게 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아울러 고령, 가족력, 다른 쪽 눈이 습성 황반변성인 경우, 유전자 이상이 있는 경우는 건성에서 습성으로의 진행을 초래하는 위험요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에 평소 녹차 섭취는 습성으로 진행되는 것을 억제하는 보호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녹차에는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를 막아주는 폴리페놀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러한 성분이 습성으로의 진행을 예방한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우세준 교수는 “서양인에서의 습성 황반변성 진행률과 위험요인은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한국인에서의 데이터는 전혀 없는 실정이었다”며 “이번 연구는 국내 환자들도 건성에서 습성으로의 진행 위험을 낮출 수 있도록 적극적인 경과 관찰과 항산화제 섭취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건성 황반변성은 노인 인구의 10%에서 나타나는 매우 흔한 노인성 망막질환이다. 건성일 경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발견하기 어렵긴 하지만, 습성으로 진행한 뒤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실명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우세준 교수는 “50대 이상이 되면 황반변성 진단을 위해 망막과 시신경, 혈관의 상태를 확인하는 정기검진이 필수”라며 “특별히 건성 황반변성을 진단받은 환자라면 진행을 늦출 수 있도록 안과적 처방을 잘 따르고 항산화 비타민과 미네랄 약제의 복용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 논문은 ‘미국안과학회지(AJO‧American Journal of Ophthalmology)’에 게재됐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