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고난도 질환 중 하나인 두개저종양을 진단하고 환자에게 최선의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고자 지난 1일 ‘두개저내시경센터’를 새로 오픈했다고 5일 밝혔다.
두개저내시경센터(Endoscopic Skull Base center)는 신경외과, 이비인후과, 안과, 성형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종양내과 등 7개 임상과 15명의 전문의로 구성됐다.
두개저(頭蓋底)는 머리를 이루는 뼈를 통틀어 부르는 두 개(頭蓋) 그리고 밑, 바닥을 의미하는 저(底)가 합쳐진 말이다. 즉 뇌가 얹혀 있는 두개골의 바닥 부위를 가리킨다.
이 부위에 발생하는 ‘두개저종양’은 두개골을 통과하는 뇌의 다양한 신경과 혈관으로 인해 환자의 중증도가 높고 치료 또한 매우 어렵다.
두개저종양에는 두개저의 가장 깊숙한 ‘사대’라는 곳에서 발생해 두개저를 광범위하게 침습하는 척삭종 외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신체의 다양한 호르몬들의 분비를 총괄해 신체 각 부위에 있는 여러 내분비선의 기능을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긴 ‘뇌하수체 종양’ △신경외배엽을 기원으로 하는 악성 종양인 ‘후각신경아세포종’ △청신경에서 발생하는 양성종양인 ‘청신경초종’ △뇌 또는 척수에 발생하는 종양인 ‘뇌수막종’ △경정맥에 있는 화학수용체에서 기인한 종양인 ‘부신경절종양’ △안와(Orbit)의 어느 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안와종양’ 등이 있다.
또한, 두개골의 안쪽 부분이 아닌 바깥쪽에서 기원한 종양이 두개저를 침범하는 경우도 무척 흔하다. 이 경우 코나 귀 등 두경부에서 발생하는 각종 종양에 대해 전문적인 팀에 의한 치료가 필요하다.
두개저종양 치료에서 내시경수술은 효과적이고, 안전한 수술법으로 의료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머리를 열고 두개저종양 제거 수술을 했다. 종양 주변의 각종 뇌혈관, 뇌신경으로 인한 위험성이 있는 데다가 워낙 깊은 곳에 있어 수술이 위험하고 시간도 오래 소요되는 단점이 있었다. 또한, 두개골을 열어 뇌를 당기면서 얻은 좁은 공간에서 수술할 수밖에 없어, 수술 후 뇌가 부어오르거나, 그로 인한 경련 등 여러 합병증의 가능성이 컸다.
내시경수술은 코와 귀 등에 내시경을 삽입해 수술한다. 뇌의 바닥 부분과 코의 윗부분이 맞닿아 있어서, 코를 통해 뇌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한데, 몸 안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을 통해 접근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으면서, 개두술로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뇌와 뇌신경, 뇌혈관의 손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 피부 절개를 최소화할 수 있어 통증을 최소화하고 수술 시간도 단축할 수 있으며, 환자의 입원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단, 수술에서 중요한 것은 숙련된 의료진들의 긴밀한 협업이다. 수술이 매우 좁은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각종 뇌신경과 혈관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상당 기간 술기를 쌓은 의료진이 필요하며, 신경외과와 이비인후과의 협력이 매우 긴밀해야 한다.
코안의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후각 상실 같은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것은 이비인후과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뇌신경과 뇌혈관의 보존에서는 신경외과의 역할이 절대적이며, 어려운 종양 제거술 후 재건을 하는 과정은 성형외과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세브란스병원 두개저내시경센터는 두개저종양 환자를 처음 진단하고 치료를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치료가 이루어지고 회복하는 과정까지 여러 임상과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두개저내시경센터 소속 의료진들은 실제 센터가 생기기 전 월 1회 다학제 협력 회의를 진행해 왔다. 약 1시간 넘게 진행되는 회의에서는 수술이 매우 어려운 환자 사례에 대해 신경외과, 이비인후과, 안과, 성형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종양내과 의료진들이 환자 중심의 최적화된 치료가 가능하도록 논의한다.
두개저내시경센터를 이끄는 장종희 센터장은 “최고 수준의 여러 과 전문가들이 협력해 고난도 질환인 두개저종양과 질환들을 치료한다”라며 “두개저종양에 대한 체계적 치료 체계를 구축해 세브란스병원 두개저내시경센터가 두개저종양 치료의 국내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