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수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사진=인천성모병원
이미지 확대보기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세균과 공생한다. 피부, 구강, 위, 대장 등에는 우리 몸 곳곳에는 무수한 세균이 존재한다. 특히 대장에는 수백 종으로 구성된 무려 100조 개 이상이 세균이 서로 균형을 이루며 살아간다. 사실 우리가 건강한 배변을 했을 때 대변의 약 1/3은 장내 세균이다.
이렇듯 많은 세균 가운데는 우리에게 유익한 ‘유익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로운 ‘유해균’도 있고,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중간균’도 있다. 흔히 알려진 유산균은 유익균 중 일부를 지칭하는 말이다. 과거 발효 기능이 있는 유산균(젖산균)으로 ‘야쿠르트’를 개발했는데, 이때부터 유산균이라는 말이 유익균을 대표하는 말이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익균에 유산균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에 따라 발효 기능과 관계없이 먹는 제품으로 개발된 유익균을 통칭해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로 부르고 있다.
나수영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장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프로바이오틱스는 비타민처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챙겨 먹는 건강기능식품 중 하나가 됐다”며 “프로바이오틱스는 장까지 내려가 장내 세균 환경의 개선을 도와주는데 제품에 있는 유익균의 종류와 수가 효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학계가 인정하는 효능은 ‘항생제 연관 장염과 설사 예방’이 유일= 프로바이틱스는 우리 몸의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개선해 면역을 강화시키고, 소화에 도움이 되며, 영양분 흡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를 증명하는 연구 논문도 여럿 있다. 먼저 소화기 질환과 관련해 장내에 유익균이 풍부해지면서 과민성장증후군에 의한 설사나 변비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감염성 설사와 염증성장질환의 증상 개선에 대한 연구도 있고, 특히 항생제를 복용하는 경우 항생제 관련 장염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많이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아토피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와 비만 유발 세균의 발생을 억제해 지방대사를 촉진하고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며 당뇨와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다. 심지어 장내 세균-장-뇌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하나의 축으로 작용하며 우울증 증상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까지 발표됐다.
그러나 이들 연구가 모두 과학적 근거를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학계가 인정하는 프로바이오틱스 효능은 항생제 연관 장염과 설사의 예방 목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유일하다.
나수영 교수는 “우리가 과학적 사실로 믿으려면 많은 연구에서 같거나 비슷한 결과가 나왔을 때 비로소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여러 사람들에게 권장을 할 수 있다”면서 “일부의 설사, 변비, 과민성장증후군 등에 대한 효과는 아직 여러 연구 결과가 서로 일치하지 않아 권장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은 정말 많고 다양하기 때문에 만약 프로바이오틱스 복용 후 변비나 설사 등이 호전됐다면 굳이 복용을 중단하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우리가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하면 모든 유익균이 장까지 내려가 좋은 활동을 하는 건 아니다. 대장까지 도달하려면 위와 소장을 거쳐야 하는데 유익균은 위산과 담즙에 노출되면 죽는다. 또 어렵게 장까지 내려가더라도 많은 유익균이 대장에 정착하지 못하고 대변에 섞여 배설된다.
따라서 유익균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한 달 이상 꾸준히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해 우리 몸에서 유익균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나수영 교수는 “어쩌다 한두 번 먹는 유산균이나 요거트, 요구르트 제품은 사실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로 한 달 정도 복용했는데도 효과가 없다면 복용을 중단하거나 다른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으로 변경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제품마다 사용하는 균과 제조 공정 등이 모두 다르다. 다만 통상적으로 락토바실러스, 비피도박테리움, 락토코커스, 엔토로코커스, 스트렙토코커스 등의 유익균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어느 정도 효과를 인정받은 유익균이다.
복용 시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일부 균주에서 면역억제 치료를 하거나 염증성장질환 또는 대장암 등이 있는 경우 느슨해진 장벽을 통해 혈관으로 직접 균이 유입돼 균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중심정맥관을 가지고 있는 암치료 환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
나수영 교수는 “프로바이오틱스는 대부분 안전하지만 살아있는 생균을 먹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며 “영유아나 산모, 고령자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복용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