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사진제공=대법원)
이미지 확대보기원심은 함정수사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한 인정한 1심을 파기하고, 수사기관의 계략으로 범의를 유발하게 한 함정수사에 해당해 이 사건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①(게임결과물 환전으로 인한 게임산업법 위반부분)이 사건은 경찰관이 게임 결과물의 환전을 거절하는 피고인에게 적극적으로 환전을 요구하는 방식의 함정수사가 위법한지 여부(적극), ②(사행행위조장으로 인한 게임산업법위반 부분) 경찰관이 함정수사 과정에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던 피고인의 다른 범행을 적발한 경우 이에 관한 공소제기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가 쟁점이다.
대법원은 ①부분에 대해 함정수사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함정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하지만 ②부분 범행은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피고인의 범의를 유발한 것이 아니라 이미 이루어지고 있던 범행을 적발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에 관한 공소제기가 함정수사에 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원심 판단에는 함정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부분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있다고 했다.
피고인 A는 인천 남동구에서 게임장을 운영하면서 손님들이 위 게임물을 이용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인 게임점수의 적립을 요구하면 회원카드에 이를 입력해 주어 손님들로 하여금 적립한 게임점수로 게임물을 다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왔다.
피고인은 2016년 9월 10일 오후 3시경 게임장에서 손님을 가장한 경찰관인 G로부터 게임물을 이용해 획득한 후 적립한 게임점수를 환전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게임장에 있던 H로 하여금 G가 적입한 게임점수 10만 점을 8만 원으로 환전해 주도록 한 것을 비롯해 2015년 10월경부터 2016년 9월 19일경까지 사이에 게임점수를 환전해주거나, 손님들끼리 서로 게임점수를 매매한 경우 종업원들로 하여금 카운터에 설치된 컴퓨터의 회원관리프로그램을 이용해 각 손님들 사이의 게임점수를 차감·적립하게 하는 방법으로 게임점수에 교환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손님들로 하여금 위 게임물을 이용해 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하도록 방치했다.
피고인 B는 위 게임장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피고인 A의 행위를 용이하게 해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 A및 변호인은 "경찰관 G의 무리한 환전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응하게 된 것으로 이는 함정수사에 해당해 위법한 공소로서 기각되거나 G의 강요로 환전해준 것으로 환전의 고의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1심(2016고단6555)인 인천지법 권혁준 판사는 2017년 2월 9일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동종범행으로 처벌 전력 없음)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피고인 A에게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피고인 A에게 범죄수익금인 1억5730만 원의 추징도 명했다.
이어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위반방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B(초범)에게는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은 피고인 A의 함정수사 주장에 대해 경찰은 2014년 2월부터 게임장에서 환정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반복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해 피고인이 운영을 시작한 2016년 3월 6일에도 환전 영업을 한다는 신고가 들어오자, 인천지방경찰청 소속 G가 손님으로 가장해 2016년 7월 9일부터 9월 10일까지 8회에 걸쳐 게임장에 잠입했던 점, G를 경찰로 의심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G를 화장실로 데려가 "핸드폰 꺼놨냐? 여긴 손님끼리 환전한다. 손님 연결해 줄테니 바꿔라"라고 말하고 손님으로 앉아있던 H에게 환전해 주도록 지시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비록 피고인이 경찰인 G의 지속적인 환전요구에 따라 적립된 게임머니를 환전해 주게 된 측면은 있으나, 이는 G를 경찰로 의심하던 상황에서 단속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피고인의 이 사건범행에 대한 범의가 수사기관의 함정에 의하여 비로소 유발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을 배척했다.
또 피고인들이 "손님들에게 적립된 게임머니를 환전해주거나 사행행위를 하도록 방치했거나 이를 방조한 바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H에게 지시해 20%의 수수료를 차감한 금액을 환전해주도록 했는데 이러한 환전 행위를 단순한 손님들 사이에 환전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게임장에서 종업원으로 일했던 I는 일명 L이 손님을 화장실로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고, 화장실에서 나온 후 그 손님의 게임머니를 차감해 피고인 A또는 일명 L쪽으로 옮겼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점을 등을 보면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이 부분 역시 배척했다.
피고인 A는 "1심판결은 사실의 오인과 법령의 위반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 해당한다"며 항소했다.
원심(2심 2017노727)인 인천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홍창우 부장판사)는 2017년 9월 28일 1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사건 공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게임장 잠복수사를 직접 담당하고 있던 경찰관 G가, 사장인 피고인을 오랜 시간에 걸쳐서 심리적으로 압박하거나 위협함으로써, 계속해서 환전을 거절하던 피고인으로 하여금 결국 환전해주도록 만든 행위는,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계략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한 것에 해당한다. 이는 함정수사이고, 이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
피고인이 G를 경찰로 의심하던 상황에서 단속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게임머니를 환전해 주었다는 원심법원의 관찰은 수긍하기 어렵다. G가 게임장 단속 경찰이라는 생각을 피고인이 했다면, (환전업 범행을 실제로 저질렀든 아니든 상관 없이) 피고인은 절대로 G에게 환전해주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G에게 뇌물제공한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어느 모로 보나 피고인에게 본래 범의가 있었다는 판단의 논거가 되지 못한다고 봤다.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것에 불과한 수사방법이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1247 판결, 2008. 10. 23. 선고 2008도7362 판결 참조).
반면 유인자가 수사기관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지 아니한 상태에서 피유인자를 상대로 단순히 수차례 반복적으로 범행을 교사 또는 부탁하였을 뿐이고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사용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는, 설령 그로 인하여 피유인자의 범의가 유발되었다 하더라도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6도2339 판결, 2008. 3. 13. 선고 2007도10804 판결, 2008. 7. 24. 선고 2008도2794 판결 등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