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사진제공=대법원)
이미지 확대보기대법원은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와 다른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원고는 2009년경부터 2014년경까지 피고(보험사)와 5건의 상해보험계약(이 사건 1내지 5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원고는 2015년 6월경 음식점을 운영하는 소외1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던 중 2015년 7월경 음식배달을 위해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경추부 척수손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
원고는 이 사건 1보험계약에 대해서는 이륜자동차 부담보특약(특정 부분을 보상하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에 가입했고 이 사건 2내지 5 각 보험계약에 대해서는 위 부담보특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한편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약관에는 상해보험계약 후 알릴의무와 관련해 '원고는 보험기간 중에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그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하거나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 자전거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피고에게 알려야 하고, 알릴 의무를 위반한 경우 피고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기해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했는데 피고는 '이륜자동차를 소유, 사용, 관리하는 경우에 해당함에도 이를 알리지 아니했다.'는 알릴 의무위반을 이유로 원고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 부분은 원고가 피고로부터 이 사건 약관규정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음에도 알릴 의무(통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즉 이 사건 약관규정에 대한 피고의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원심은 원고가 이전에 이륜자동차 부담보특약에 가입한 경험이 있다는 점, 이 사건 2 내지 5 각 보험계약 체결 시 ‘현재 운전을 하고 있습니까?’라는 청약
서의 질문에 승용차(자가용) 란에만 표시를 하고, 오토바이 란에는 표시하지 않았고, 이륜자동차를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륜자동차 부담보특약에 가입하지 않은 점 및 믿기 어려운 보험설계사의 증언 등을 근거로 원고가 이 사건 약관규정의 내용을 이미 잘 알고 있거나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보고, 이 사건 약관규정이 정한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피고의 해지 의사표시에 따라 이 사건 2 내지 5 각 보험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이 사건 1 보험계약의 이륜자동차 부담보특약에 따라 피고는 원고가 이륜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발생한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고가 ‘이륜자동차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에는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경우에 해당하여 피고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이 해지될 수있다’는 사정까지 예상할 수 없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약관규정이 단순히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약관규정에 대한 피고의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원고가 이 사건 약관규정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도 없다).
오토바이 운전이 객관적으로 위험하다는 사실은 일반인도 인식하고 있으나, 그러한 인식을 넘어서서 상해보험의 가입 여부나 보험계약 조건을 변경시키는 사유에 해당하여 통지의무의 대상이 된다거나 이를 게을리 할 경우 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다는 사정은 보험자 측의 설명 없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이를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보험계약 체결 당시 오토바이 사고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보험설계사 소외 2의 증언을 그대로 신빙하기 어려운 사정도 있다. 소외 2는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보험판매자격이 상실되거나 수수료를 환수 받는 등 불이익을 입을 여지가 있고, ‘원고에게 직업변경에 대해서는 통지해야 한다고 설명했으나, 오토바이 운전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는 것은 설명하지 않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보험약관의 설명의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했다.
◇보험자 및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는데, 이는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의 중요한 사항이 계약내용으로 되어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데에 그 근거가 있다. 약관에 정하여진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이거나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에 대하여는 보험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되지 않지만, 이와 같이 보험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험자가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91316(본소), 2009다91323(반소) 판결 등 참조].
보험 약관상 오토바이 사용 여부가 고지의무 대상으로 되어 있는 경우 이는 보험자의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고(‘계속적 사용’이 아닌 ‘사용’ 자체를 고지의무 대상으로 규정했던 때의 대법원 1995. 8. 11. 선고 94다52492 판결), 그와 같은 약관의 내용이 법령에 의하여 정해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어, 보험자 등의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다38713(본소), 2005다38720(반소) 판결]. 대법원은 보험 약관상 ‘주기적인 오토바이 운전 사실’이 고지의무 대상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판단한 원심판결을 수긍했고(대법원 2020. 1. 16. 선고 2018다242116 판결), 보험 약관상 ‘이륜자동차를 직접 사용하게 된 경우’를 통지의무 대상으로 하는 경우 이를 명시하여 설명하지 않는다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이를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여, 그와 같은 약관의 내용이 단순히 법령에 의하여 정해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고 보고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91316(본소), 2009다91323(반소) 판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