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노총이 3월 7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정부의 일방적 파견 결정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여는 발언을 진행한 석현정 위원장./ 이철수 공노총 부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공노총)
이미지 확대보기정부는 지난 2월 23일 42개 중앙행정기관의 5급 이하 신규공무원 3,000명을 보건소 등 일선 방역 현장에 배치할 계획을 발표했고, 현재 기초 역학조사나 문자 발송 등 지원업무를 담당하거나 각 지역 보건소장의 재량에 따라 업무를 배정받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공무원 파견이 근무지 변경으로 노동조건 변경에 해당하는 중대사안인 만큼 노조와 상의가 필요했지만, 정부는 이러한 사전협의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처별 업무의 특수성과 파견자의 거주지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인원을 차출·배치함에 따라 일부 부처에서는 고유 담당 업무의 공백이 우려되고, 급하게 파견을 추진하다 보니 파견공무원의 처우에 대한 제반여건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공노총은 파견공무원의 처우개선을 위해 관계부처에 논의를 요청했지만, 정부는 대책 마련보다는 서로에게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고 밝혔다.
공노총은 노조와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파견을 결정한 정부에 유감을 표하는 동시에 파견공무원의 권리보호와 처우개선을 요구하고자 이번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은 석현정 위원장과 안정섭 국공노(국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의 여는 발언을 시작으로 김민성 시군구연맹 사무총장과 이호발 국공노 사무총장의 현장 발언, 이철수 공노총 부위원장의 기자회견문 낭독, 청와대 의견서 전달 순으로 진행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참석자들은 '일방적 파견 결정! 청와대는 사과하라!', '2주 단위로 파견 기간 조정하라!', '생활근거지로 파견지를 결정하라!', '파견공무원 처우개선 대책을 마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부에 조속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석현정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국가적 재난 속에 공무원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업무에 투입된다는 것은 공무원 노동자 모두가 충분히 공감하고 동의한다. 하지만 정부의 결정 과정 속에 공무원 노동자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결정되어 파견공무원의 처우와 관련된 어떠한 사항도 제대로 준비된 것이 없다"며 "정부는 확진자 폭증에 따른 대응체계를 구축하고자 급박하게 공무원 파견을 결정했어도 파견공무원의 생활근거지 우선 배치를 비롯한 처우 개선대책을 이제라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코로나19 대응을 앞세워 공무원 노동자에게 무조건적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안정섭 국공노 위원장은 "노조가 파견공무원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논의를 위해 인사처, 행안부 등과 논의할 때도 정부는 총리실로 책임을 회피하거나 '결정권이 없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공무원 파견 결정은 본인들이 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가 나몰라라 하고 있다"며 "코로나19 대응이라는 범국가적 사안에 공무원이 투입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먼저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별다른 대안책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공무원 파견을 결정해 공직사회에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는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코로나19 대응 파견공무원의 처우 개선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힘을 보탰다.
이어 진행한 현장 발언에서도 정부에 파견공무원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민성 시군구연맹 사무총장은 "정부가 그렇게 자랑하던 K-방역이 오미크론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정부가 K-방역을 자랑하는 데만 몰두하는 동안 정작 방역 최일선에서 피, 땀 흘리는 공무원 노동자의 피맺힌 절규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정부는 3,000명의 공무원을 파견하면서 공무원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지도 않았다"며 "정부는 이번 파견공무원을 비롯해 지금 이 순간에도 방역 현장의 최일선에서 코로나19 대응에 매진하는 모든 공무원의 권익 보호와 처우 개선대책 등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더는 공무원 노동자의 외침을 외면하지 말라"고 꼬집었다.
이호발 국공노 사무총장은 “코로나19 대응에 정부의 모든 역량이 집중되는 가운데, 산림청 공무원들은 또 다른 국가적 재난인 산불 진화에도 투입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과 산불 진화 최전선에서 별도의 인원 보강 없이 산림청 공무원들은 양대 국가적 재난에 대응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산불이 발생하면 생태계가 복원되는데 반세기 이상이 소요되는데, 산림은 후손들에게 반드시 물려줘야 하는 중요한 자원인 만큼 산림청의 고유 업무 역시 코로나19 대응 못지않게 중요하다. 정부는 부처별 특수성을 고려하여 파견 인원을 정하고, 파견으로 인한 업무 공백대책과 비연고지로의 파견으로 인한 주거지원비나 주택보조비 지급 기준 등을 당장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철수 부위원장은 이번 기자회견이 보건소 파견 취지 자체를 문제 삼거나 보이콧하며 공무원만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리가 아님을 강조하며,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 부위원장은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25만 명을 넘나드는 지금, 공무원들은 확진자를 직접 마주하는 방역 현장뿐만 아니라,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 곳곳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고용유지지원 및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지급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대응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봄철 산불 예방 및 진화를 담당하는 산림청 등은 담당 업무 인력도 부족한 상태에서 밤낮으로 묵묵히 소임을 다하느라 과로사까지 걱정해야 할 판국이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아울러 "부족한 인력을 충원해주지는 못할망정, 정부는 아무런 언질도 없이 하루아침에 파견을 강요했다. 파견공무원들이 마음의 준비를 할 여유도 주지 않은 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연고도 없는 지자체 보건소로 파견돼 최소 1개월간을 일해야 하는 상황인데, 가장 기본적인 먹고 움직이는 문제 해결은 물론 사비까지 써가며 일해야 할 판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위원장은 "공무원의 숨은 노력을 그저 '봉사'로 포장하며 '공짜노동'을 강요하고, '희생'만 강요하는 정부는 언제쯤 '노동존중'의 참뜻을 이해할 것인가? 파견공무원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이러할 진데, 하물며 민간 노동자를 대하는 자칭 '노동존중' 정부의 태도가 어떠할지 짐작이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코로나19 대응 파견공무원의 예상치 못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방적 파견 결정에 대한 사과 △ 소속 부처 업무 공백을 고려해 2주씩 교대 근무토록 기관 자율권 부여 △ 코로나19 대응 파견공무원 처우 개선대책 마련 △ 파견업무 수행에 따른 손실보전 대책 마련 △ 파견공무원의 생활근거지를 고려한 파견지역 결정 등 처우개선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공노총은 회견문에서 밝힌 5대 요구사항을 담은 의견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석현정 위원장과 이철수 부위원장, 안정섭 국공노 위원장 등 공노총 간부 30여 명이 참석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