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선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안은주씨 3일 사망

기사입력:2022-05-03 12:18:12
故 안은주씨.(사진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故 안은주씨.(사진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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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유족은 5월 3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옥시 앞에서 옥시불매운동 대신 안은주 추모식, 옥시장례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고 밝혔다.

배구선수 출신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안은주씨가 5월 3일 0시40분 세상을 떠났다. 향년 54세. 안은주씨는 실업팀 호남정유의 배구선수였고 밀양에서 초등학교와 생활체육 배구코치 및 심판으로 활동할 정도로 건강한 사람이었으나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사용하다 2011년 쓰러진 이후 12년간 투병했으나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경남 밀양에서 거주했던 안은주씨는 부산 동아대병원에서 폐렴과 원인미상폐질환 진단을 받았고, 이후 산소통을 끌고 산소발생기를 착용한 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을 다녔다.

안은주씨는 2015년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집회와 기자회견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업과 정부에 피해대책과 문제해결을 촉구해 왔다.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임을 알고 피해신고했지만 처음에는 폐손상3단계(가능성 낮음) 판정으로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았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이 제정된 이후 긴급구제지원대상으로 선정됐고 그 다음에 피해구제자로 인정됐다. 그러나 사망때까지 옥시측으로부터는 아무런 배·보상도 직접적인 사과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5년 6월 병원측으로부터 폐이식을 권고 받았고 4개월을 기다려 10월15일 첫번째 폐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합병증으로 병원 입·퇴원을 반복해야 했다.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피해자들을 청와대에서 만났을때 안은주씨도 초청대상이었지만 병원입원중이어서 가지 못했다. 이때 안은주씨는 자신의 심정을 담은 장문의 편지를 써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냈다(환경보건시민센터 보고서 376호 배구선수 보리공주 안은주의 병상일기 4~7페이지). 2019년 1월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구요비 주교가 병원을 방문했다.

2018년 12월14일 두번째 폐이식 수술을 위해 입원했지만 1년을 기다려야 했고, 2019년 11월 30일 수술을 받았지만 합병증으로 수술 직후 목을 절개해 산소발생기를 착용해야 했다.

이때부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손글씨로 대화해야 했다. 이후 계속 악화되어 신장투석, 기관지확장시술을 받아야했고 하반신 마비와 욕창이 생겼으며 시력 및 청력이 저하됐다.

2021년 8월 24일에는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알려진지 10년을 앞두고 병상에서 온라인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손글씨를 통해 투병과정을 외부에 알렸고, 옥시와 문재인 정부의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환경보건시민센터 보고서 376호 배구선수 보리공주 안은주의 병상일기).

안은주씨가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자 함안에 사는 친언니 안희주씨가 은주씨를 대신해 피해자단체의 집회와 기자회견에 참석해 안은주씨의 심정과 가족들의 아픔을 사회에 전했다.

2022년 들어 안은주씨는 여러차례의 고비를 이겨냈지만 5월 1일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5월 3일 0시 40분에 고통속에 숨을 거뒀다.

2022년 4월 29일까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자는 7,712명이고 사망자는 1,773명이다. 안은주씨는 1,774번째 가습기살균제 사망신고자(살균제에 의한 살인피해자)로 기록된다. 살인자는 영국기업 레킷(한국 옥시)이고 살인도구는 PHMG라는 살균성분을 넣어 만든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이다.

2022년 3월말 피해자단체와 가해기업간의 협의조정을 통해 가습기살균제 조정안 나와 최소한의 피해지원을 기대했지만 옥시와 애경이 거부하면서 물거품이 된 상황에서 가습기살균제 중증피해자의 한 명인 안은주씨가 사망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옥시와 애경의 반사회적이고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피해자들과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어 옥시불매, 애경불매운동이 번져나가고 있고,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다룬 영화 ‘공기살인’의 상영으로 많은 시민들이 참사를 기억하고자 하는 이때 또 한 명의 옥시제품을 사용한 가습기살균제 사망자가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고 했다.

5월 3일 새벽 안은주씨의 부고를 접하고 곧바로 피해자들이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서울 종로1가 SK앞에서 천막농성중인 채경선 피해자와 가습기살균제로 부인을 잃은 김태종 유족이다.

이들은 새벽 3시10분경 안은주씨의 주검을 태운 앰뷸런스를 경남 함안으로 떠나보내며 “아, 가습기살균제로 또 한 사람이 이렇게 떠나는구나…”, "선생님, 이제 그만 아프고 편안한 곳으로 가시기 바래요. 선생님 덕분에 버틸 수 있어서 감사했고, 선생님을 위해 더 싸우겠습니다" 라며 안타까워했다.

故 안은주씨의 빈소는 경남 함안군 칠원면 영동병원 장례식장 VIP1호실이고 발인은 5월 5일이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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