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울산가정법원.(사진=로이슈DB)
이미지 확대보기피고인은 2021년 9월 12일 오후 6시 50분경 울산 울주군에 있는 주거지에서, "백신을 맞았는데 술을 마시지 말라"고 피고인(아내)을 질책한 피해자인 남편이 밖으로 나간 후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가 나, 술을 마시다(소주 3병 가량)가 주방 가스렌지 화구 위에 피해자의 옷들을 올린 후 불을 붙여 그 불길이 벽면, 가스렌지 후드를 거쳐 천장까지 번지게 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사람이 주거로 사용하는 건조물에 불을 놓아 피해자 소유의 건물을 수리비 약 6,994만 원이 들도록 소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은 남편의 옷가지를 가스렌지와 개수대 사이의 조리대에 둔 후 음식을 해 먹으려 궁중팬을 가스렌지 위에 두고 점화했는데, 궁중팬이 크다는 생각에 작은 냄비에 옮겨 담고자 궁중팬을 들어 올렸는데 조리대에 둔 옷에 불이 붙었고, 불을 끄기 위해 조리대에 있던 옷가지를 가스렌지 위로 던졌을 뿐, 방화의 고의로 불을 지른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 내지 사정에 의하면, 피고인이 사람이 사는 건물을 소훼할 수 있음을 적어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용인하면서 옷가지에 불을 붙이는 방화행위를 저질렀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며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 당시 피고인만 머물고 있었고, 화재현장조사서에 의하면 가스렌지 주변에 있던 옷가지가 불에 탄 것 외에 화재를 일으킬만한 다른 요인은 발견되지 않은 점, 대검찰청 법과학분석과 화재수사팀 소속 수사관의 법정 진술에 따르면, 가스렌지 옆 조리대에 둔 옷에 복사열로 불이 붙을 가능성은 낮고, 이 사건 화재는 옷에 직접 불이 붙는 직접 접촉의 방법으로 발생했고 봄이 상당한 점, 도어락에 건전지가 분리되어 있어 출동한 소방대원이 출입문을 강제로 개방하고 들어가야 했던 점, 피고인은 화재발생이후 119신고를 한 사실이 없고, 최초 신고자는 피고인의 옆집에 사는 주민인 점, 화재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어떠한 신고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 조리대에 둔 옷에 불이 붙었음에도 불을 끄기 위해 조리대에 있는 옷가지 위가 아닌 가스렌지 위에 옷가지를 던진다는 것 또한 상식에 반하는 점, 진술 번복 등을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피해자(남편)와 싸운 뒤 화가 나 피해자와 함께 살던 주거에 불을 질러 소훼한 것으로, 범행의 경위와 내용, 방법 등에 비추어 그 죄책이 무거운 점, 공동주택으로 만일 이 사건 화재가 조기에 진화되지 않았다면 막대한 인명피해와 재손상 손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었던 점, 다만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점, 피해자는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바라고 있는 점, 이 사건 화재로 연기를 흡입한 주민에게 병원비 명목의 위로금을 지급한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