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이영주 교수.(제공=부산대)
이미지 확대보기논문 제목은 Programming inactive RNA-binding small molecules into bioactive degraders(비활성의 RNA 결합 저분자를 활성을 가지는 RNA 분해제로 개발).
특히 이번 연구는 표적 RNA의 결합화합물을 발굴하기만 하면 분해할 수 있는 것으로, 차세대 난치성 질환 치료법의 기반 연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해당 연구는 이영주 교수가 부산대 임용(2022. 9.) 전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The Scripps Research Institute)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수행한 성과로, 최근 5월 24일 『네이처』에 게재됐다.
이영주 교수는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에서 질병 관련 RNA 분해 전략(RIBOTAC)을 활용해 암 전이 및 발생에 연관된 RNA 분해 화합물을 개발했고, 이로써 RNA 분해 기술을 이용한 암을 비롯한 난치성 질병 치료 가능성을 입증했다.
흔히 암 치료를 위해 항암 화학 요법(chemotherapy)이나 방사선 치료가 사용되는데, 이는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정상 세포에도 독성을 가져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따라서 최근에는 암 유발 단백질을 표적화 하는 기술 연구가 이뤄져 왔다. 대표적인 신기술 중 하나인 ‘PROTAC’은 생체 내에 존재하는 단백질 분해 시스템을 이용, 표적 단백질을 분해하도록 유도해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음이 입증된 바 있다.
단백질은 우리 몸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분자다. RNA(리보핵산)는 핵산의 일종으로, 유전자 본체인 디옥시리보 핵산(DNA)이 가지고 있는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며(전사 과정), 단백질을 생성(번역 과정)하는 데 관여한다.
하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표적화가 불가능한 단백질들이 있어 기술 활용에 제약이 있으며, 암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RNA들이 계속해서 밝혀짐에 따라 RNA를 표적화하는 항암 치료 전략 개발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연구팀은 표적 RNA의 결합화합물을 발굴하기만 하면 생체 내 RNA 분해 시스템을 이용해 암 발생 RNA를 선택적으로 분해할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함으로써 간단하면서도 안정적인 방법으로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암 관련 RNA 생체내 RNA 분해 시스템을 이용하여 분해하는 기술.a. 개발된 기술을 이용해 암 발생 RNA를 분해하는 모식도. b. 개발된 RNA 분해 화합물(RIBOTAC)이 동물 실험에서 암 전이를 감소시키는 것을 확인한 사진. 전이된 암세포(빨간색 화살표)가 RIBOTAC 처리한 쥐의 경우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함. (제공=부산대)
이미지 확대보기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인체 내의 RNA 분해 시스템을 이용해 표적 RNA를 분해한다. 해당 분해 시스템은 RNA가 근거리에 있으면 특정 RNA 서열을 인식해 분해한다.
연구팀은 암에서 비정상적으로 기능하는 RNA인 cMyc, cJun, miR-155를 표적으로 한 RNA 분해 물질인 RIBOTAC(RIBOnuclease TArgeting Chimeras)을 개발했다. 개발된 화합물들은 인체 내 RNA 분해 시스템을 이용해 cMyc, cJun, miR-155만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것을 확인했다.
쥐를 이용한 전임상 테스트도 수행했는데, 살아 있는 쥐의 꼬리로 유방암 세포를 주사한 뒤 개발된 화합물 처리에 따라 유방암 세포가 폐로 전이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화합물을 처리한 쥐가 처리하지 않은 대조군 쥐에 비해 암 전이가 확연히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발굴된 화합물은 향후 차세대 신약 개발 후보 물질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저분자 화합물을 기반으로 해 경구 투약도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RIBOTAC 기술 또한 다양한 RNA 표적화, 궁극적으로는 질병 치료에의 활용이 전망된다.
당시 스크립스 연구소 박사 후 연구원으로 연구를 주도한 이영주(제1저자) 교수는 “암 전이 및 암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 가지 RNA를 각각 효과적으로 분해할 수 있는 화합물을 개발했다. RNA 분해제 개발 기술을 이용하면 기존의 신약 개발 방법으로는 조절할 수 없었던 암을 비롯한 난치성 질환 관련 RNA를 약물 표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술은 질병 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부산대 이영주 교수가 임용 전 박사 후 연구원 과정에서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의 매튜 디즈니(Matthew Disney) 교수팀,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허벌트 왈트만(Herbert Waldmann) 교수팀 및 뮌헨대학교 플랭크 글로리스(Frank Glorius) 교수팀과 진행한 연구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