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용주 변호사
이미지 확대보기지난해 대법원이 강제추행의 요건인 폭행과 협박의 수위를 종래보다 완화하는 내용의 전원 합의체 판결을 내리면서 강제추행이 성립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강제추행의 폭행이나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가 아니라 하더라도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일반적으로 봤을 때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의 해악을 고지하기만 해도 인정된다.
이처럼 강제추행의 성립 범위가 과거에 비해 넓어지면서 사건의 실태를 파악하거나 유, 무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당사자 진술의 중요성이 갖는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CCTV나 블랙박스와 같이 사건 발생 상황을 담은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한 당사자들의 진술만 가지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를 어떠한 힘과 강도로 했는지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령 영상 증거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음성이나 주변 상황까지 상세하게 녹화되지 않은 이상, 진술을 통해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게 된다.
진술의 증거 능력은 진술의 일관성과 신뢰성에 따라 달라지므로 초기 진술 단계에서부터 논리적인 진술을 펼쳐야 한다. 문제는 사건이 벌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하더라도 당사자의 기억이 온전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법률 이슈에 휘말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수사기관에 진술을 제공하는 일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바로 직전에 벌어진 사건이라 하더라도 당황한 나머지 기억이 어긋날 수 있으며 실제로 상세한 상황이 떠오르지 않아 표현에 애를 먹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법무법인YK 이용주 형사전문변호사는 “진술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사람은 물론 피해자도 진술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혹자는 초기 진술을 가볍게 생각해 대응하고 이어지는 수사 과정이나 재판 과정에서 이를 바로잡으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진술의 신빙성을 낮추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과거 무심코 한 발언이 미래의 자신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사실 관계 파악부터 잘못되어 엉뚱한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으므로 가급적 신속하게 조력을 구하여 일관된 진술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