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대법원홈페이지
이미지 확대보기대법원은 I가 사망에 이를 무렵 주요우울장애를 겪고 있었고 이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게 되었을 여지가 없지 않다고 판단했다.
- I는 J 주식회사에 근무하던 중 야근 후 2018. 2. 27. 0시 9분경 귀가했다가 0시 30경 자신의 집 안방 욕실에서 스스로 삶을 포기해 사망했다.
피고들의 보험계약 약관에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두는 한편, 그 예외사유로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하고 있다.
원고 A의 보험금 지급청구에 대해서 피고들은 ‘I가 심실상실에 따른 자유로운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1심(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2020. 6. 5. 선고 2019가단36369 판결)은 I의 사망은 이 사건 약관에서 정한 면책 예외 사유인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해당하므로, 피고들은 이 사건 각 보험의 수익자인 원고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각 청구는 이유있다며 이를 인용했다.
-원심(창원지방법원 2021. 11. 4. 선고 2020나57766 판결)은 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I가 자신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사망한 것이지 정신질환이나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들의 보험금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I가 생전에 정신질환 진단 또는 진료를 받은 적이 없고, 사망 직전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하는 의사의 진단서나 소견서 등이 없다는 사정만을 근거로 삼았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보험계약 약관의 면책 예외사유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I는 직장동료나 남편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하는 등으로 심리적,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보였다. 또한 두 달 정도 I에게 피로나 활력의 상실, 집중력 감소, 식욕 감소 및 소화기 장애, 수면장애와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증상은 주요우울장애를 겪는 환자에게 보이는 증상과 유사하다.
정신보건임상심리사 K는 심리학적 의견서를 통해 ‘I가 높은 직무 스트레스와 양육 스트레스가 혼재되어 주요우울장애가 유발된 것으로 추정되고, 주요우울장애 증상들이 사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근로복지공단 산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18. 11. 19. I가 업무상 사유로 정상적인 인식(판단)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보아 I의 사망은 업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I가 사망에 이를 무렵 주요우울장애를 겪고 있었고 이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게 되었을 여지가 없지 않다고 봤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I가 사망하기 전의 상태를 알 수 있는 객관적 자료, 유족 등 주변인의 진술 등을 비롯한 모든 사정을 토대로 I의 당시 정신적 심리상황 등에 대한 의학적 견해를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I의 주요우울장애 발병가능성 및 그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른 것인지 여부 등을 심리했어야 한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