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홍성준 변호사
이미지 확대보기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이나 문서,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할 때 성립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재물은 유체물과 관리할 수 있는 동력을 모두 포함하며 동산이든 부동산이든 경제적 교환가치가 있든 없든 가리지 않는다. 문서는 사문서, 공문서가 전부 포함되며 사문서의 경우에는 권리, 의무에 관한 것이든 사실증명에 관한 것이든 따지지 않는다.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은 사람의 지각으로 인식할 수 없는 방식에 의하여 만들어진 기록을 뜻한다. 재물, 문서, 특수매체기록이 타인의 소유라면 자기가 점유하고 있었든, 다른 사람이 점유하고 있었든 가리지 않는다.
통상 재물손괴죄에서는 ‘손괴’의 의미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어떠한 행위를 손괴로 보느냐 아니냐에 따라 유, 무죄가 갈리기 때문이다. 손괴란 재물 등에 직접적인 유형력을 행사함으로써 물체의 상태 변화를 일으켜 소유자의 이익에 반하도록 하는 행위를 통칭한다. 예컨대 일명 ‘무개념 주차’에 화가 나 차량의 타이어를 터트리거나 차량 보닛 등을 날카로운 것으로 긁는 등의 행위를 했다면 이는 손괴에 해당한다.
물건 자체를 아예 없애버리는 거나 중요한 부분을 훼손시키는 것은 물론 원래 그 물건의 목적을 일시적으로라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거나 간단히 수리할 수 있는 경미한 수준의 훼손을 입힌 경우라 해도 손괴로 인정된다. 실제로 과거 주차된 차량의 앞뒤에 쉽게 움직일 수 없는 무거운 부품이나 장치를 설치하여 차량 소유주가 그 차량을 이동시키지 못하게 한 사건에서 법원은 차량의 형태나 구조, 기능이 모두 멀쩡하다 할지라도 차량의 본래 용도대로 운행을 하지 못하게 한 점이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법무법인YK 홍성준 형사전문변호사는 “결국 재물손괴죄에서 재물의 효용을 해쳤는지 여부는 재물의 본래 용도나 기능뿐만 아니라 사회통념까지 고려하여 판단할 문제다. 재물손괴죄와 관련된 사건이 워낙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법원의 판단 역시 발전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여 대응해야 불필요한 처벌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재물손괴죄는 고의범만 처벌하며 과실범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손괴의 고의가 없이 부주의로 인해 타인의 재물을 손상케 했다면 이때는 재물손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단, 처벌 가능성과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판단도 신중해야 한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