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미안마 근로자 살인사건 유족 보험금 청구 상해보험 적용 인정

기사입력:2024-07-15 15:19:42
법원(로이슈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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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 성백현 판사는 2024년 6월 25일. 미얀마 살인사건의 유족이, '업무상 재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화재해상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피해자의 상해보험 적용을 인정해 ‘피고는 피해자 유족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500만 원 및 잉 대하여 2023. 7. 21.부터 2024. 6.25.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상해보험사 측에서는 이번 살인사건이 업무 시간에 일어난 사건이므로 산재보험을 적용하여 처리를 해야 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고, 원고들의 소송을 맡은 더드림법률사무소측(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성훈, 조운형)은 산재보험 적용이 불가해 상해보험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타인의 폭력에 의하여 재해를 입은 경우라도, 가해자의 폭력행위가 피해자와의 사적인 관계에서 기인했다거나 피해자가 직무의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도발함으로써 발생한 경우에는 업무기인성을 인정할 수 없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7. 4. 27. 선고 2016두55919 판결).

-망인(미얀마 국적)은 2019. 10. 4. 김해시 대동면 소재 한 농원에 입사해 파프리카 재배업무를 수행했는데, 2020. 7. 7. 낮 12시 31경 근무 중이던 농원에서 같은 국적의 동료(가해자, 작업반장)가 망인이 일을 하러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말다툼을 하던 중 가해자가 주방에 있던 흉기로 망인을 수차례 찔렀고, 이 사고로 인해 망인은 흉부 내 장기 손상으로 같은 날 오후 1시 5분경 사망했다. 가해자는 징역 12년을 선고 받았다.

망인의 직계존속(부모, 미얀마 거주)인 유족(원고)이 망인이 가입한 화재해상보험사(피고 회사)에 망인의 사망을 이 사건 보험계약이 담보하는 상해·사망으로 보아 2020. 7. 20. 피고 회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보험사에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여 보험금 지급사유가 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며 지급을 거절했다.

피고 회사로부터 보험금 지급 거절 통지를 받은 이후 원고들은 노무법인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2022. 4. 28. 소외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는데,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법 제6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6호에 따라 ‘농업, 임업, 어업 및 수렵업 중 법인이 아닌 자의 사업으로 서 상시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인 사업’에 대하여는 산재보험법의 적용이 제외된다는 이유로 2022. 5. 12. 원고들의 청구를 거부했다.

결국 원고는 이 사건 사고에 대해 근로복지공단과 피고 회사로부터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

그러자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피고는 원고에게 3천만 원 및 보험금 청구서가 원고에게 접수된 2020. 7. 20.부터 3영업일이 되는 날의 다음날인 2020. 7.24.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상법상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법상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은, 객관적인 근거없이 이 사건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설령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보험계약에 의하여 보장되는 보험사고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여지가 있으며, 나아가 외국인근로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고용법 제23조 등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이 제외되는 사고의 경우’는 업무상의 사유 이외의 상해·사망으로 보아 이 사건 보험계약에 의하여 보장되는 보험사고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외국인고용법, ‘외국인 근로자, 질병˙사망 등에 대비한 상해보험 가입의무’
외국인 근로자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외국인근로자는 질병 ˙사망 등에 대비한 상해보험에 가입할 의무가 있다. 사건의 피해자였던 외국인 근로자 또한 이 상해보험에 가입을 했고, 이후 근무 중 동료근로자가 고의로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근무시간 내에 일어난 사건은 통상적으로 업무상재해로 판단되어 산재보험이

적용되어야 하나, 해당 사건은 ‘사적 다툼에 의한 사건’으로 업무와는 무관해 산재보험 적용이 불가능 했기에 원고들은 상해보험사에 상해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 사적 다툼으로 인한 피해는 근로시간에 일어났더라도 산재보험 적용에 따른 보상 불가
산재보험법 상 ‘제3자의 행위로 근로자에게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그 근로자가 담당한 업무가 사회통념상 제3자의 가해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성질의 업무라면 업무상 사고로 볼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근로자(망인)가 근무를 함에 있어 농장에서 하는 재배업무가 제3자의 가해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성질의 업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살인사건의 과정에 있어 근무 중의 부주의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것 또한 아니었으므로 산업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만일 산재보험법 제6조 등에 따라 산재보험법의 적용이 제외되어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되는 사고의 경우까지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상해·사망’으로 보아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면, 망인과 같은 사고를 당한 외국인근로자로서는 산재보험법에 의해서도 외국인고용법에 따른 상해보험에 의해서도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 따라서 피고 회사와 같이 약관 규정을 해석하는 것은 외국인근로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고용법의 취지와 목적에 반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징역 12년을 선고한 창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해당 사건 재판에서도 가해자는 ‘피해자가 사건 발생이 있기 몇 달 전부터 업무를 태만히 했고 이를 따지다가 격분하여 일어난 일’이라고 한 점, 진행 과정에서 가해자가 흉기를 들고 위협했으나 피해자 또한 가해자에게 찔러보라고 자극했다고 추가로 진술한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피해자(망인)가 직무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하여 발생한 경우로 볼 수 있어 업무상재해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법은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상해보험에 따른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을 맡아 진행한 더드림법률사무소 조운형 변호사는 "해외에서 파견되는 외국인근로자들에 대해 산재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 부분을 보호해주기 위해 상해보험을 가입하게 하지만, 실무에서는 ‘업무상 재해 여부’ 판단이 어려운 점 때문에 근로복지공단과 보험사 모두에서 보험급여 내지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교통사고에서 처럼 어느 쪽 보험사든 피해자에게 먼저 보험금을 지급하고 보험사들끼리 해결하는 방식으로 제도개선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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