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사진=대법원홈페이지)
이미지 확대보기(원고들 주장) 피고와 이 사건 협력업체들 사이에 도급계약이 체결되고 원고들이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등 원고들과 피고는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는데, 사용사업주인 피고는 2년을 초과해 계속적으로 원고들을 사용했다. 원고 B의 경우에는 구 파견법 제6조 제3항 본문에 따라 2년을 경과한 때에 직접고용이 간주되므로 피고는 그때부터 원고 B에 대해 사용자 지위에 있다.
원고 A,C의 경우에는 개정 파견법이 적용되어 2년을 경과한 때에 피고에게 직접 고용의무가 발생했고, 원고들이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로써 근로계약 체결의사를 표시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하고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원고 B에 대해서는 고용간주시점인 이후인 2014. 7.부터 2018. 12.까지의 미지급 임금을, 원고 A,C에 대해서는 고용의무의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2014. 7.부터 2018. 2.까지의 미지급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주장) 원고들은 이 사건 협력업체들의 근로자일 뿐이고,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했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의 경우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파견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발생한 자발적 사직, 권고사직 등 근로관계 종료의 효력은 사용사업주에게도 미친다고 보아야 하는데, 종료의 효과가 피고에게도 승계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원고들이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0. 24. 선고 2017가합544834 판결)은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했다.
1심은 "원고 B는 피고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 A,C에게 각각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 피고는 원고 A에게 109,993,682원, 원고 B에게 103,661,599원, 원고 C에게 110,036,133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이 송달된 2017. 7. 12.부터 2019. 7. 22.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용주(파견사업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사용사업주)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그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그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그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원심(서울고등법원 2021. 3. 26. 선고 2019나2050572 판결)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해 1심과 같이 피고의 협력업체에 소속되어 CKD(Complete Knock Down) 품질관리업무(피고의 부품협력사들이 생산한 반조립 상태의 수출용 자동차 모듈 및 부품의 품질을 검사하는 업무)를 담당한 원고들(3명)이 피고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근로자파견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원고들은 피고 측이 제공한 CKD 업무표준과 CKD 중점검사기준서에 따라 작업을 했다. 위 업무표준은 CKD 품질관리업무의 흐름, 내용, 방법을 정하고, 피고 소속 품질팀 근로자들의 역할과 책임을 규정하여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품질관리원들에 대한 피고의 관리, 교육을 예정하고 있었으며, 중점검사기준서에는 부품의 불량 여부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작업방법과 요령(검사항목, 검사방식, 확인할 구성품, 부품별 치수, 불량품의 사진 등)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었다.
원고들은 이러한 피고의 지침에 구속되어 품질관리업무를 수행하면서 피고 소속 품질팀 근로자들로부터 수시로 이메일 등을 통하여 직접적, 개별적인 업무지시를 받고 그 업무수행 결과를 위 근로자들에게 보고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들을 비롯한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CKD 품질관리업무 수행 전반에 관하여 직․간접적인 지휘, 명령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원고들은 피고의 포장협력사들의 공장 내에서 근무하여 피고의 근로자들과 상시적으로 함께 근무하지는 않았지만, 피고 소속 품질팀 근로자들에게 수시로 부품의 불량에 관한 보고를 하여 피고 소속 품질팀 근로자들이 부품의 품질 및 문제점을 즉각적으로 파악하도록 하고, 위 근로자들로부터 다시 새로운 지시를 받아 문제점이 개선되었는지를 보고하는 등 피고 소속 품질팀 근로자들과 서로 긴밀하게 업무연락 및 지시·보고를 하는 관계에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피고 소속 품질팀 근로자들은 주기적으로 원고들의 작업장을 방문해 지시사항을 전달하거나 업무수행 결과를 감독하고 회의를 했는데, 원고들은 피고 소속 품질팀 근로자들과 CKD 품질관리업무와 관련하여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피고는 이 사건 각 협력업체에 추가로 배치할 근로자의 수를 지정하는 등 작업배치권을 행사했고, 피고 소속 품질팀 근로자가 직접 원고들을 대상으로 업무 관련 교육을 실시하며 상시적으로 이 사건 각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근태현황을 보고받았다.
원고들은 도급계약에서 정해진 업무 외에도 다양한 부수업무를 수행하여 업무수행 범위가 구체적으로 한정되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각 협력업체는 피고로부터만 CKD 품질관리업무를 도급받아 수행했을 뿐 별다른 전문성, 기술성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고, 해당 업무 수행에 필요한 물적 설비 역시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파견근로자는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이 규정한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고용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있고, 판결이 확정되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3다14965 판결,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다239024, 239031, 239048, 239055, 239062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원심이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는 원고들에게 고용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에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의 법적 성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인정했다.
원심은 원고들이 수행한 CKD 품질관리업무는 피고 소속 기술직·기능직 근로자들이 수행한 업무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아 위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이 원고들에게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파견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조조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했다.
◇파견법에 따라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했으나 사용사업주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사용사업주에 대하여 근로를 제공한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할 때까지의 임금 등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직접고용의무 발생 후 사용사업주에 대한 근로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도 파견근로자는 근로의 미제공이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것임을 증명하여 해당 기간 동안 계속 근로를 제공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등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파견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것인지는 직접고용간주의 경우에 사용사업주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인지를 판단할 때와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3. 12. 선고 2019다223303, 223310 판결 참조).
원심은 원고들이 피고와 근로관계를 종료하겠다는 명시적인 의사를 표시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오히려 원고들은 이 사건 각 협력업체에서 담당하던 CKD 품질관리업무가 폐지됨으로써 그동안 수행하여 오던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거나 휴직 후 기존 협력업체에 복직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사직한 것으로 보이며, 원고들과 파견사업주인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사이에서 발생한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 직접고용간주 효과 또는 피고의 직접고용의무가 소멸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직접고용간주 효과 또는 직접고용의무가 존속한다는 전제에서 사직 후 기간에 대한 금전 청구를 포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직접고용간주와 직접고용의무의 법적 효과 내지 파견근로자의 고용관계 단절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봤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