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소화불량, 한의치료로 위장 과민성 ↓"

기사입력:2024-08-16 22:11:55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내과 고석재 교수. 사진=강동경희대병원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내과 고석재 교수. 사진=강동경희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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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여송 기자]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이 많이 호소하는 증상 중에 복부 팽만감, 더부룩함, 포만감, 복통 등 소화기 증상이 있다. 특별한 원인 없이 위와 같은 상부 위장관 증상이 만성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을 기능성 소화불량이라고 한다. 검사를 해도 이상 없는 경우가 많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기 때문에 제대로된 치료를 받지 않고 소화제만 반복적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내과 고석재 교수와 함께 기능성 소화불량의 증상과 한의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기능성 소화불량(functional dyspepsia)은 기능성 위장관 질환을 진단하는 기준인 로마 기준(ROME Criteria)에 의해 정의한다. 2016년에 개정된 로마 IV 기준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원인을 설명할 수 없는 소화불량 증상(식후 포만감, 조기 만복감, 상복부 통증, 상복부 속쓰림 중 하나 이상)이 지속될 경우 진단한다. 임상적으로는 만성적인 소화불량 환자가 기능성 소화불량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고, 내시경상 단순 위염 소견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대부분 기능성 소화불량에 해당한다.

기능성 소화불량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스트레스나 긴장 등이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머리와 위는 자율신경으로 연결되어 있어 스트레스나 긴장만으로 소화불량을 유발할 수 있고 이는 만성적인 소화불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에서 기능성 소화불량의 유병률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202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한의 의료기관을 내원한 환자수는 63만명을 넘고 요양급여비용이 760억이 넘었다.

소화불량의 증상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로마 기준에서는 기능성 소화불량의 대표적 증상을 4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 식사를 한 후 위가 꽉 차는 것과 같은 불편감(식후 포만감), ▲ 조기에 포만감을 느껴 정상적인 식사를 다 마치지 못하는 증상(조기 만복감), ▲ 상복부의 통증, ▲ 상복부가 불에 타는 듯한 화끈거림(상복부 속쓰림)이 이에 해당하며 이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진단할 수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생명과 관련된 치명적 질환은 아니지만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심각한 질환이므로 소화제로도 해소되지 않는 소화불량이 지속될 경우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한의학에서 비만(상복부의 더부룩하고 답답한 증상), 애기(트림), 탄산신물의 역류), 조잡(복부의 답답하고 불편한 증상), 위완통(상복부 통증) 등의 병증에 해당한다. 담적으로 알려진 증상도 한의학의 고서에는 심하비(心下痞)로 표현되는데 기능성 소화불량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임상적으로는 크게 3가지 타입으로 진단하는데 ▲ 위장 기능이 허약한 비허 타입, ▲ 음식물이 소화가 되지 않고 쌓여 음식으로 증상이 유발되는 식적 타입, ▲ 평소 스트레스가 많고 예민하며 긴장으로 증상이 쉽게 유발되는 간울 타입이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관련되어 있어 다양한 접근과 치료를 시도하게 된다. 한방 병원에서도 기능성 소화불량의 원인에 따라 위장의 과민성을 줄여주는 치료, 위장 점막을 보호하는 치료, 위 운동성을 정상화시키는 치료, 위장을 움직이는 신경계인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맞추는 치료를 한다. 또한 한의학적 진단 방법에 따라 개인별 맞춤 치료를 하게 되는데 침, 뜸, 한약을 사용하게 된다.

기능성 소화불량에 효과가 있는 한약으로는 육군자탕, 반하사심탕, 소요산, 시호소간산, 내소화중탕 등이 있다. 이중 반하사심탕은 흔히 담적으로 알려진 심하비(心下痞; 상복부의 답답하고 더부룩한 증상)에 쓰는 대표적인 처방인데, 반하, 인삼, 건강 등이 주요 약재로 구성되어 있는 한약이다.

고석재 교수는 문헌 고찰 연구를 통해 기능성소화불량 환자에 대한 반하사심탕의 증상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반하사심탕을 투여한 경우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 5525명 중 93%가 증상 호전을 보였다. 또한, 반하사심탕을 단독 혹은 양방과 병용치료한 경우 단일 치료에 비해 약 15%의 치료 효과가 증대되고, 재발율은 약 50% 감소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본 연구 결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Pharmacology’ 5월호에 게재된 바가 있다.

또한 첩약시범사업으로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에게 탕전을 한 한약(첩약)도 건강보험이 적용되 위와 같은 한약을 이전에 비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복용할 수 있다. 첩약시범사업은 △기능성 소화불량, △안면신경마비, △요추 추간판 탈출증(허리디스크), △뇌혈관질환 후유증, △알레르기비염, △월경통 6개 질환을 대상으로 시행 중이다. 1가지 질환에 연간 1개 의료기관에서 최대 20일까지, 개인당 총 2가지 질환에 대해 가능하여 40일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병원에 따라 본인부담률 30~40%의 가격으로 첩약 복용이 가능하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일상 생활 습관이 특히 중요한데 기름진 음식과 폭식, 야식은 소화에 부담을 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맵고 짠 음식도 식도, 위 점막을 자극해 위에 부담이 되므로, 가급적 적게 먹는 것이 좋다. 또한 스트레스도 기능성 소화불량의 큰 원인이 되므로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만성적으로 소화불량 증상이 지속된다면 한방 병원에 내원하여 한의학적 원인에 맞는 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기능성 소화불량에 대한 첩약 의료보험이 실시되어 환자분들의 경제적 부담이 덜어지게 된 부분도 환자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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