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최영록 기자] 삼성물산이 도시정비사업 현장에서 금융조달 능력 한계를 보이면서 조합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어 논란이다.
12일 도시정비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울산 중구 B04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자체 지급보증 방식을 택했지만, 현대건설에 비해 짧은 만기와 높은 금리, 조합이 요구하는 4000억원 자금 조달에 실패하며 금융 조달 능력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더구나 높은 신용등급에도 불구하고, 이자 비용 부담을 조합원들에게 전가하는 방식을 선택해 비판이 나온다.
울산 B04구역 재개발사업은 울산 중구 교동 190-4 일대에 최고 29층, 55개동, 공동주택 4080가구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지난해 4월 컨소시엄을 이뤄 수주한 사업장이며, 총 공사비만 1조542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곳 계약서에 따르면 사업비 조달 방식은 ‘수급인 각사 기준에 따른다’고 명시돼 있어 양사는 각사의 기준에 따라 사업비 조달 계획을 세웠다. 이때 현대건설은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을, 삼성물산은 ‘자체 지급 보증’ 방식을 택했다.
그런데 삼성물산은 NH농협을 통해 올인코스트(All-in Cost) 5.31%라는 높은 금리를 받는 데 그쳤다. 올인코스트(All-in Cost)란 자금 조달, 투자 또는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비용을 포함한 개념으로, 이자, 수수료, 관리비용, 기타 추가비용 등 모든 관련 비용을 합산해 나타낸 값을 말한다.
이는 현대건설이 신한은행 컨소시엄을 통해 확보한 4.12%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이며, HUG 보증 수수료까지 포함한 현대건설의 최종 금리 4.688%보다도 0.62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는 신용등급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 평가에서 현대건설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다.
이처럼 삼성물산은 지급보증 방식으로 현대건설보다 낮은 금리를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PF ABCP 방식을 추가로 고려했다. PF ABCP(Project Financing-Asset-Backed Commercial Paper, 프로젝트 파이낸스 자산유동화기업어음)는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현금 흐름을 담보로 단기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현금 흐름을 담보로 단기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은행 대출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만기가 짧고 변동성이 있다는 게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다시 말해 만기 연장이 필요할 때마다 조건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고, 금리가 올랐을 땐 금융비용이 증가할 위험이 있는 만큼 장기적인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 결과 삼성물산이 유안타증권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조합이 필요로 하는 4000억원의 절반 수준인 2000억원에 그쳤으며, 대출 기간도 현대건설(60개월)보다 한참 부족한 12개월에 불과했다. 이는 금융기관의 우려가 영향을 미쳐 PF ABCP 방식으로는 4000억원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삼성물산은 PF ABCP 방식으로 조달한 자금을 조합에 4.649%의 금리로 조합에 대여하면서 1%의 추가 이자 마진을 남기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유안타증권을 통해 일시적으로 2000억원이라는 자금을 확보하면서 발생한 이자 부담을 조합에 전가한 결과다. PF ABCP 방식은 증권사에서 일시적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만큼 이자 비용이 높아지며, 이를 조합이 부담하게 된 것이다.
이에 반해 현대건설은 조합이 필요할 때마다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추가 이자 부담 없이 조합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다. HUG 보증 수수료가 발생하는 조건에서도 낮은 금리를 확보한 현대건설과 달리 삼성물산은 조합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한 금융업계 전문가는 “현대건설은 HUG 보증 수수료가 별도로 발생하는 조건에서도 삼성물산보다 낮은 금리를 제시할 수 있었다”며 “이는 건설회사의 신용등급뿐만 아니라 실제 신용도와 주택 사업 실적 등 종합적인 요소가 금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삼성물산의 자금 조달 전략은 향후 유사한 프로젝트에서도 신뢰도와 경쟁력에서의 개선 필요성을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영록 로이슈(lawissue) 기자 rok@lawissue.co.kr
삼성물산, ‘정비사업 금융 조달’ 능력 한계 드러나
울산 B04구역, 만기 짧고 4천억원 자금 조달도 실패높은 신용등급 ‘무의미’…금융평가도 현대건설만 못해
금리도 높아 안정성 저하…결국 조합원 이자비용 증가 기사입력:2024-11-12 11:5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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