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블렌더 프로젝트 1기 장학생 김준민. 사진=골든블루
이미지 확대보기우리의 생각보다 위스키의 세계는 더 깊고 넓다. "싱글몰트가 명품이라면, 블렌디드는 예술이다." 위스키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싱글몰트의 강렬한 개성과 블렌디드의 절묘한 조화는 각기 다른 매력으로 애호가들을 사로잡는다.
싱글몰트와 블렌디드, 어떤 위스키를 선택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답은 없다. 다만 각각의 특징을 이해한다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현명한 선택이 가능하다.
영국 법령은 스카치 위스키를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하나의 증류소에서 옥수수나 밀 등으로 만드는 싱글 그레인, 100% 맥아로 만드는 싱글 몰트 위스키가 있으며 여러 증류소의 원액을 블렌딩하는 블렌디드 그레인과 블렌디드 몰트, 그리고 몰트와 그레인을 함께 블렌딩하는 블렌디드 위스키로 나뉜다. 참고로 싱글 그레인과 블렌디드 그레인은 주로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시중에서 만나기 어렵다.
싱글몰트 위스키의 역사는 스카치 위스키의 시작과 맞닿아 있다. 1494년 최초로 위스키가 문헌에 등장한 것을 보면 초기 스카치 위스키가 몰트로 만들어 졌음을 알 수 있다. 이후 19세기 후반 블렌디드 위스키의 유행으로 자취를 감췄다가 1963년 글렌피딕이 유행하며 싱글몰트 위스키는 다시금 전성기를 맞았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증류소의 특색이 고스란히 담긴다. 100% 맥아만을 사용해 두 번의 단식 증류를 거친 원액은 오크통에서 숙성된다. 증류소마다의 블렌딩 기법, 숙성 기간, 캐스크 선택이 독특한 맛을 만들어낸다. 스코틀랜드의 지역색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스페이사이드는 과일향과 부드러움으로, 하이랜드는 풍성하고 복합적인 풍미로 유명하다. 로우랜드에서는 풀과 나무의 은은한 향이, 캠벨타운에서는 오일리하고 스모키한 맛이 특징이다. 아일라 지역은 강렬한 스모키함으로 애호가들을 매료시킨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스카치의 대중화를 이끈 주역이다. 1830년 애네스 코페이(Aeneas Coffey)가 발명한 연속식 증류기로 그레인 위스키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1860년 앤드류 어셔(Andrew Usher)는 처음으로 몰트와 그레인 위스키를 블렌딩했고 이후 급속도로 성장했다.
블렌디드 위스키의 핵심 재료 중 하나인 그레인 위스키는 옥수수와 밀 등 다양한 곡물로 만들어져 순수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여기에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몰트 위스키들이 더해진다. 마스터 블렌더는 이 다양한 위스키들을 마치 퍼즐을 맞추듯 조합하여 일관된 맛과 품질을 가진 위스키를 탄생시킨다. 때로는 40여 가지가 넘는 위스키가 하나의 블렌디드 위스키를 완성하는 데 사용된다
위스키를 처음 만나는 순간, 많은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 전문가들은 입문자들에게 부드럽고 균형 잡힌 블렌디드 위스키를 추천한다. 복합적인 풍미를 지닌 싱글몰트 위스키는 위스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후 즐기는 것이 좋다. 특별한 날에는 싱글몰트로 깊이 있는 매력을, 평온한 일상에서는 블렌디드 위스키로 편안한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위스키를 선택하는 것이다. 싱글몰트의 개성 넘치는 풍미도, 블렌디드의 조화로운 균형미도 모두 각자의 가치가 있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 여정 속에서 위스키가 선사하는 특별한 순간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프로필]
마스터 블렌더 프로젝트 1기 장학생 김준민
헤리엇 와트 대학교 양조증류학 석사 수료 (2017.09 - 2018.08)
前 ㈜골든블루 위스키 마케팅 브랜드 매니저 (2018.09 - 2024.09)
심준보 로이슈(lawissue) 기자 sjb@r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