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6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74)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65)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은 원인이 어떤 가습기 살균제 탓인지 구체적으로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 98명 중 94명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옥시레킷벤키저 등 여러 회사의 가습기 살균제를 함께 사용한 '복합 사용자' 그룹이다.
검찰은 이들 회사의 임직원을 업무상 과실치사죄의 공동정범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2심 재판부는 검찰의 논리를 받아들여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 등과 과실범의 공모 관계라고 인정해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어 2심 재판부는 "복수의 여러 종류의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에게 건강상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각 제품의 결과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를 일일이 가려내 규명하는 것이 성질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며 "사전에 그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행위자들에게 공동의 주의의무를 부과시키는 것이 형사정책적 목적에서도 타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제조·판매에 관여한 가습기살균제의 주원료는 PHMG 등이고, 이번 사건 살균제의 주원료는 CMIT/MIT로, 그 주원료의 성분, 체내분해성, 대사물질 등이 전혀 다르고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활용하거나 응용해 개발·출시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어떤 제품이 개발·출시된 후 경쟁업체가 '기존 제품과 주요 요소가 전혀 다른 대체 상품'을 독자적으로 개발·출시한 경우에는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정을 공동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2심 법원이 든 사정만으로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인정할 경우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특징으로 할 뿐만 아니라 인터넷망 등을 통해 국경을 초월한 상품의 구매·소비가 용이하게 이루어지는 현대사회에서 상품 제조·판매자들 등에 대한 과실범의 공동정범 성립범위가 무한정 확장된다"고 지적했다.
김도현 로이슈(lawissue) 인턴 기자 ronaldo076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