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진가영 기자] 이혼소송을 제기할 때에는 대부분 배우자의 유책 사유로 인해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른 경우가 많다. 이 때, 주로 배우자의 부정행위나 폭력, 경제적 무책임 등 유책 행위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배우자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 즉 위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이혼을 초래한 원인이 배우자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도 있다면, 이 때에는 제3자에게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상간녀소송'이다. 상간녀소송은 배우자의 외도 상대에게 이혼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의미한다. 상간녀소송이 워낙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부정행위를 저지른 상대방에 대해서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불륜 상대방이 아니라 해도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제3자라면 누구에게나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만일 배우자의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아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른 상황이라면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상대로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상대로 혹은 사위가 장인어른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장서갈등이나 고부갈등으로 인해 이혼을 할 때에는 그 갈등이 일시적인 마찰이나 단순한 의견 차이의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 혼인 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가혹할 정도의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만 이혼소송을 진행할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다. 따라서 소송을 제기할 때에는 상대방이나 제3자로부터 얼마나 지속적으로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는지 증거 자료를 준비해 활용해야 한다.

또한, 위자료 청구를 할 때에는 그 책임이 있는 사람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어머니가 폭력을 휘두르거나 정서적 학대를 일삼는 등 직접적으로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하고 시아버지는 이를 방관했을 뿐이라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시어머니나 시아버지가 모두 원망스러울 수 있지만 재판부가 판단하기에 두 사람의 책임이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혼인 파탄에 이르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그 원인을 누가 제공했는지 정확히 판단하여 책임 있는 자에게만 위자료를 청구해야 한다.

참고로 여러 판례에 따르면 배우자와 그 직계존속에게 공동으로 위자료를 청구할 경우, 배우자의 위자료 액수가 더 크게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배우자가 제대로 중재하지 못하고 고부갈등, 장서갈등이 혼인 파탄에 이르도록 방치하거나 동조한 책임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YK 평택분사무소 이보람 변호사는 “설 명절 등 연휴가 끝나고 나면 가족 내 갈등으로 인해 이혼소송이 가능한지 상담을 받는 분들이 많다. 당장 고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이혼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지만 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책임이 분명하다면 그에 대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으므로 위자료 청구까지 고려해야 한다. 단, 본인이 심히 부당한 대우를 당했음을 입증할 책임은 소송을 제기한 사람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미리 증거자료를 확보하여 활용해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