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경선 변호사
이미지 확대보기합의를 한다는 말은 피해자가 경제적 보상을 받는 대신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현이기에, 통상적으로 피해자가 가벼운 상해를 입게 된 교통사고에서는 가해자가 가입한 종합보험에 따른 보험처리나 피해자와의 합의만으로도 형사처벌을 피할 수가 있다. 그러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는 교통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중상해로 인하여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불구가 되거나 불치 또는 난치의 질병이 생긴 경우, 그리고 가해자가 신호위반이나 중앙선 침범과 같은 12대 중과실을 위반하는 경우 등에는 종합보험에 가입되었다거나 피해자와 합의하였다고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교통사고의 경우에는 피해자와의 합의를 통하여 얻어낸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는 가해자의 형량을 정할 때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감경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이에 가해자는 어떻게 해서든 교통사고 후 합의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일방적인 합의 요구는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교통사고로 인해 중상해를 입은 피해자 혹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게 오직 형량을 감경할 목적으로 합의를 요구할 경우, 오히려 피해자나 유족들의 반발을 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섣불리 합의금을 제시하기보다는 우선 피해자와 유족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하고 이후 합의 조건이나 금액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람의 감정은 합의금의 액수만으로 조절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방과 원만하게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가야 한다.
나아가 합의금 산정 시 적정 수준을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해자의 재력이 뒷받침된다면 고액의 합의금을 지급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피해자가 원하는 액수를 지급하기는 어렵다. 원칙적으로 합의금은 사고의 규모나 피해의 정도를 기준으로 정한다. 특히 피해자가 현재 입은 부상에 대한 치료비 외에도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후유증이나 장애가 남을 경우를 대비한 추가 의료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보험에 가입된 상태라면 보험사를 통한 보상까지 염두에 두고 합의를 진행해야 한다.
법무법인YK 박경선 교통사고 전문변호사는 “교통사고 후 합의는 가해자, 피해자 모두 절대 소홀히 해선 안 되는 문제다. 하지만 당장 형사처벌을 눈앞에 둔 가해자나 교통사고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한 피해자가 이성적으로 합의 문제를 처리하기는 매우 어렵다. 합의의 법적 의미, 합의금 산정 방법 등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섣불리 합의를 진행하면 추후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를 회복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의 문제까지 모두 고려하여 완전하게 매듭을 짓는다는 생각으로 교통사고 후 합의를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