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간 고소, 진술 내용이 어긋날 때 사실관계를 파악하려면

기사입력:2025-01-22 09:00:00
사진=강봉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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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진가영 기자] 준강간은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을 때 발생하는 성범죄로, 혐의가 인정되면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그런데 많은 준강간 사건은 피해자가 술을 마셨거나 약물에 의해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발생한다. 이때 피해자는 사건 후 기억을 하지 못하거나, 사건의 일부만 기억하기도 한다. 반면, 피고인은 자신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피해자와 피고인의 진술이 상충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입장을 수사기관이나 재판부에 피력하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것일까?

우선 사건 발생 당시 피해자의 의식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준강간은 피해자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요건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준강간이 성립하지 않는다. 심신상실은 피해자가 성적 행위에 대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며, 항거불능은 심신상실 외의 원인으로 피해자가 심리적, 신체적으로 반항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음주 상태인 피해자를 예로 들면, 피해자가 술에 취해 기억을 잃는 ‘블랙아웃’ 상태라면 심신상실로 인정되지 않으나 의식이 완전히 상실된 상태인 ‘패싱아웃’이라면 심신상실로 인정될 수 있다.

피해자의 당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음주량, 음주 속도, 평소 음주 습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사건이 발생한 시점에서 피해자의 행동이나 언행, 주변 사람들의 증언 등을 통해 피해자가 의식이 있었는지, 아니면 의식이 상실된 상태였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만일 사건 발생 당시 주변 상황이 찍힌 CCTV나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이 있다면 이를 활용하여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동석자나 목격자의 진술도 도움이 된다.

피해자와 피고인 간의 관계 및 사건 전후의 경위도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피해자가 평소 어떤 사람과 관계를 맺었는지, 사건이 일어난 경위가 어떠했는지, 피해자의 성적 경험이나 성에 대한 인식 정도 등을 파악하는 것도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사건 발생 후 피고인과 피해자가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 예를 들어 피해자가 신고를 했는지, 피고인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성관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증거는 피해자의 몸에 남아 있을 수 있는 DNA 증거다. 체액 등의 DNA 증거는 사건 발생 후 72시간 이내에 시료를 채취하여 확보할 수 있다. 만일 신체에 이전에 없던 상처나 상해가 남아 있다면 이를 사진 등으로 남기거나 병원을 찾아 진단서를 확보하여 증거로 활용할 수도 있다. 다만 성관계가 있었다 하더라도 준강간의 다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법무법인YK 부산분사무소 강봉철 형사전문변호사는 “준강간 고소 사건에서 피해자와 피고인의 진술이 상충될 때, 진술의 신빙성을 확보해야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 만일 구체적인 증거 자료나 정황 증거 등이 가리키는 방향과 다른 내용의 진술을 할 경우, 진술의 신빙성이 낮아져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기억하는 사건의 내용과 부합하는 증거, 진술 등을 확보하여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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