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피고인이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신체를 손상해 병역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 상고심에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본 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40시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5. 2. 13.선고 2024도18498 판결).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병역법위반죄의 성립,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증거능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수긍했다.
- 피고인은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2017. 12.경부터 2018. 6. 말경까지 각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주사기를 이용하여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성명을 수 없는 불법 약물업자 등으로부터 구입한 간수치를 높이고, 성선 기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고혈압 등 심장혈관계 질환, 간손상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약물을 피고인의 엉덩이에 투약하거나 복용, 2018. 12. 28.경 광주·전남지방병무청의 재병역 판정검사에서 고혈압을 사유로 7급 재검(치유기간 3개월) 처분을 받았다.
그 후 피고인은 2019. 5. 초순경부터 계속해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주사기를 이용하여 지인 등으로부터 건네받은 위와 같은 약물을 주사하거나 복용했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피고인은 간수치를 악화시키고 성선의 기능을 저하시켜 2019. 5. 8.경 I병원에서 병명 ‘급성 간염’이 기재된 병무용 진단서를 발급받아 위 병무청에 제출해 60일 동안 병역을 연기하고, 2019. 8. 8.경 광주 J병원에서 병명 ‘상세불명의 성선저하증’이 기재된 병무용 진단서를 발급받아 위 병무청에 제출해 60일 동안 병역을 연기했다.
이후 피고인은 2019. 11. 15.경 K병원에서 발급받은 ‘성선 자극성 성선 기능저하증’ 의증이 기재된 병무용 진단서와 함께 병역처분변경원(병역감면 및 면제신청서)을 위 병무청에 제출하고, 의무기록 미비로 서류보완 처분을 받자, 2019. 12. 19.경 의료기록을 제출해 병역처분을 받으려고 했으나, 정상판정을 받게 되었고, 이에 이의신청하여 2020. 1. 8.경 중앙신체검사소 신체검사에서 ‘L 생식샘 저하증(선성저하증과 동일한 질병)’으로 인한 5급 전시근로역 처분을 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신체를 손상했다.
1심(2021고단3634)인 광주지법 임영실 판사는 2023년 12월 12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① B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2019년 7월 이후에도 계속하여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피고인에게 약을 전달했다고 진술할 뿐 피고인이 실제로 복용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는 점, ②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N(단백동화제) 약물의 복용량, 복용 시기 등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는 점, ③ 피고인에게 2019. 10. 30. K 병원에서 시행한 MRI상 뇌하수체의 발육부전 소견도 있는 점, ④ 피고인이 성선저하증 치료를 위해 테스토스테론을 처방받기도 한 점, ⑤ 피고인은 카투사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하기도 했고, 지인에게 군대에 다녀오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신체를 손상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사는 항소했다. 검사는 설령 이 사건 증거의 압수절차에서 일부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압수절차 전체가 위법하다고 평가할 정도의 중대한 위법이라고 할 수 없고,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이 피고인의 개인적 이익이 더 크므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어야 한다며 법리오해를 주장했다.
또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사실오인 주장도 했다.
2심(2024노40)인 광주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정영하 부장판사)는 2024년 11월 13일 검사의 법리오해는 배척하면서도 사실오인 주장을 받아들여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N 계열의 약물을 계속 복용할 경우 성선저하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이를 계속 복용함으로써 신체를 손상했는바, 죄책이 가볍지 않고, 이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병역제도의 근간을 해하는 것으로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상당히 오래 전부터 대회준비 등을 이유로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을 복용해왔던 것으로 보이는 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과 이 사건 변론과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증거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며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범죄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 및 압수 정보에 대한 상세목록 작성·교부의무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로서 위반 정도가 중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하지만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신체를 손상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1심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는데, 1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다고 수긍했다.
피고인의 진술 및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근육량을 늘리기 위하여 스테로이드 계열의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여 왔고, 이 사건 이전에도 테스토스테론 저하증 진단을 받아 호르몬 치료를 받기도 하였으며, 영양학과 헬스 트레이닝에 관하여 상당한 연구를 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과 피고인이 헬스트레이너로서 일한 경력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N 계열의 약물이 성선저하증을 유발할 수 있었음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메시지 내용에 의하면 피고인은 입영이 문제되는 시기에 고환위축 내지 성선저하증 등의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N 계열의 약물을 복용했던 것으로 봤다.
감정의견을 종합하면, N 계열의 약물 복용으로 인하여 피고인에게 성선저하증이 발병했거나 그 정도가 심화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MRI 검사결과 뇌하수체의 발육부전 소견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위 약물의 복용과 성선저하증 사이의 인과관계가 부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입영을 연기한 과정이나 기간, 사유, 횟수 등에다가 앞서 본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에게 자발적으로 군복무를 마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이 2019. 7. 8. 작성한 메모 또는 지인에게 보낸 메시지 등을 보면 군복무를 자신의 미래에 대한 장애사항으로 여기며 이를 회피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대법원, 신체손상 병역법위반 1심 무죄파기 유죄 원심 확정
기사입력:2025-02-28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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