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부산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박운삼 부장 판사, 박병주·장윤실 고법판사)는 2025년 3월 12일 지적장애가 있는 친동생과 공모(사주)해 동생으로 하여금 친할머니를 숨지게 해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A(20대·여) 에게 피고인의 양형부당 항소를 받아들여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부산지법 동부지원 2024. 8. 30.선고 2024고합59)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1심 판결중 위치추적 부착명령청구사건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피고인이 초범인 점, 피고인에 대한 청구 전 조사를 담당한 보호관찰관은 재범위험성 평가(KORAS-G) 결과는 총점 8점으로 재범위험성은 ‘중간’ 수준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점, 피고인에 대한 장기의 징역형 선고를 통해 재범 예방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장래 다시 살인범죄를 범하여 법적 평온을 깨뜨릴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부착명령청구를 기각했다. 1심은 이 사건 부착명령 청구를 기각했다.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고령의 친할머니인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결심한 다음 자신을 믿고 의지하던 친동생 B(지적장애)와 함께 공모하여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계획을 장기간 준비하고, B로 하여금 피해자가 거주하고 있던 부산으로 가 피해자를 실제로 살해하도록 한 것이다. 피해자는 손자녀인 피고인과 B로부터 살해당하는 끔찍한 경험으로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지적장애와 2차례 삶을 포기할 정도의 불안한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던 B가 이 사건 번행에 가담하도록 유인하고 주도한 것은 피고인이다.
피고인은 "B와 피해자(친할머니)를 살해하기로 공모한 적이 없고, B는 피해자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일 뿐 피고인과의 공모 내용대로 범행을 실행한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범행에 대한 피고인의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1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잘못이 있다"며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주장하며 항소했다.
검사는 1심의 선고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
1심은 피고인은 B의 이 사건 존속살해 행위에 대한 공동의사를 가지고 본질적 기여를 함으로써 기능적 행위지배를 했다고 봄이 상당하고, B가 실행행위에 이르기 전에 그 공모관계에서 이탈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 판단) 항소심(2심)은, 1심이 피고인이 B의 이 사건 존속살해 행위에 대한 공동의사를 가지고 본질적 기여를 함으로써 기능적 행위지배를 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여 수긍이 가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수긍했다.
B는 중증도의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 누나인 피고인에게 정신적으로 상당한 의지를 하고 있었고, 낮은 지적 능력으로 인하여 상황을 판단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저조한 상태였으므로, 피고인이 B에게 피해자를 살해할 의사를 표
출하지 않은 채 구체적인 범행 계획을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B가 자발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할 결심을 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B는 설 연휴인 2024. 2. 9. 피고인이 예매해 준 기차를 타고 피해자를 방문해 같은 날 저녁 화장실에서 피해자를 구타하고 몸으로 눌러 질식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는데, 전체적인 범행의 내용과 범행 전후의 정황에 비추어 보면, B는 피고인과 사전에 논의한 내용대로 범행의 실행에 나아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다만 이 사건 당시 B는 피해자와 말다툼을 했고 그 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이 촉발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2024. 2. 초순경 B와 대화를 하면서 범행 시기를 구체적으로 확정하지는 않은 채 ‘같이 있다가 너무 좋은 기회가 있다면 그냥 해버려’, ‘설날에 갔는데 뭔가 각이 있다 그럼 해봐’, ‘설날에 기회 있으면 해버리라고’고 말했고, 그에 따라 B는 피해자를 방문하여 말다툼을 하다가 피해자를 살해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범행을 실행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B의 범행을 말릴 의사가 있었다면 천안역에서 B를 만났을 당시 피해자를 방문하지 못하게 하는 등 보다 명확하고 확실한 조치를 취했어야 할 것임에도 그러한 시도를 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피고인과 피해자의 갈등이 깊어지게 된 배경에다가 피고인이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가지고 존속살해 범행에까지 나아가게 된 경위에 일부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봤다. 피고인이 초범인 점, 양육해야 할 미성년 자녀가 있고, 피고인의 남편가 가족들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는 등 사회적 유대관계가 비교적 분명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참작했다.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관리하던 계좌의 예금을 인출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피고인이 처음부터 피해자의 상속재산을 노리고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계획했다거나 피해자에게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매우 잔혹하게 살해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고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고 했다.
① B은 범행 당시 지적장애 2급으로 안산에서 혼자 거주하고 있었는데, 친누나인 피고인에게 생활적, 정서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있었고, 피고인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임상심리분석관들은 ‘B이 중증도 지적장애로 피해자를 평소 두렵고 엄격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던 중 피고인과 이를 공유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 표상이 강화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 사건과 관련된 문제 상황에서 특정 지시나 설명을 듣는 경우 이를 일차원적인 수준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② 피고인은 2023. 10.경 B에게, ‘피해자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반복하여 말하면서, ‘너는 안 그렇냐?’고 물었고, 그때마다 B은 ‘돌아가셨으면 좋겠어, 빨리 돌아가셨으면 좋겠어’라고 응수했다. 이와 같이 피고인과 B 사이 피해자의 사망을 희망하는 마음은 주로 피고인으로부터 B에게로 공유, 확대되어가는 양상을 보였다.
③ 피고인은 2023. 12.경부터 2024. 1.경까지 B에게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납가루’에 중독 시키거나 ‘곰팡이(세균)’를 먹이는 방법을 제시하는 등 이 사건 범행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모의했다. 피고인은 곰팡이를 배양하면서 B에게도 이를 지시했고, B는 이에 응해 2024. 1. 12.경 피고인에게 곰팡이 배양 사진을 전송하기도 했다. 피고인은 B에게 설날이나 추석이라는 핑계를 대고 부산에 있는 피해자를 여러 번 찾아가서 납가루나 곰팡이를 피해자에게 먹일 것을 말했으며, B는 이에 호응했다. 같은 시기에 피고인은 B에게 ‘철저히 준비 하라’,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용돈을 올려주겠다. 평생 비밀로 해야 한다’라거나 ‘피해자를 찾아가서 죽이자’라는 말을 했고, ‘곰팡이급성사망’, ‘납’, ‘지적2급 살인’ 등과 같은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 했다. 이처럼 피고인은 지적장애 2급인 B의 행위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살해할 의사로 B에게
피해자에 대한 살해동기를 강화하고 살해계획을 구체화하여 B가 이를 실제로 수행하도록 지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B에게 피해자로 인해 힘든 마음을 격정적인 표현이나 현실성 없는 일종의 장난으로 토로한 것일 뿐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④ 피고인은 2024. 1.경 B에게 설 연휴에 맞추어 부산행 왕복 기차표를 예매해 주었는데, 이는 피고인이 2023. 12.경부터 2024. 1.경까지 B에게 말한 것처럼, 설이나 추석을 핑계로 피해자를 자주 찾아가 피해자에게 납가루나 곰팡이를 몰래 먹여 사망하게 하기 위한 살해계획의 일부를 실제로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⑤ 피고인은 2024. 2. 1.경부터 2024. 2. 2.경까지 B에게, 납 중독이나 곰팡이 대신 또는 그와 병행, B가 과실로 피해자를 밀치거나 몸으로 세게 부딪치는 방식으로 넘어뜨려 낙상사 내지 사고사로 위장한 살해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하면서 올해 설날이나 추석 때 피해자를 만나 이를 실행하되, 증거가 남지 않으려면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한 번에 끝내야한다고 말했고, B은 이에 호응했다.
⑥ 나아가 피고인은 2024. 2. 6.경부터 2024. 2. 8.경까지 B에게, 화장실에서 피해자의 머리를 벽과 바닥에 세게 내리쳐서 그 충격으로 의식을 잃게 한 후 피해자의 코랑 입을 키친타월 또는 물수건으로 5~10분 정도 막아 살해하고, 피해자가 화장실에 엎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취지로 119에 감정을 잡아 울면서 신고하고, 경찰 조사에 대비하여 피해자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하라고 했고, B은 이에 호응하면서 피고인이 한 말을 반복하여 말하며 그 내용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무렵 피고인은 B에게 피고인과 B 사이의 통화내용 녹음, 메시지 등과 피해자와 B 사이의 통화내용 등을 삭제하라고 말했고, B는 2024. 2. 8. 밤 시간에 이를 실행했다.
⑦ 피해자는 피고인과 B에게 설 연휴에 피해자를 방문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음에도 B는 2024. 2. 9. 아침 천안역에서 피고인과 만났고, 피고인은 B에게 기차 타는 법을 주지시키면서 피해자에게 설 선물 명목으로 줄 굴비와 포도 등을 전달했고, B은 이를 받아 도착지인 부산역으로 갔다.
⑧ B는 2024. 2. 9. 14:27경 피해자를 만났고, 19:00경부터 20:00경 사이에 피해자와 말다툼을 시작한 다음, 피해자 집 화장실에서 피해자를 수차례 폭행하고 쓰러진 피해자를 자신의 몸으로 눌러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기계적 질식사를 하도록 이 사건 범행을 했다. 그 후 B은 수사기관 및 119에 화장실에 쓰려져 있던 피해자를 우연히 발견한 것처럼 울면서 신고했고, 수사기관 등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부산으로 온 피고인 역시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에게 평소 어지럼증 등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와 같은 범행방법, 범행내용, 범행 후 태도 등은 피고인과 B가 2024. 2. 초순경 피해자를 사고사(낙상사)로 위장하여 살해하기 위해 논의했던 내용과 전반적으로 일치한다.
⑨ 한편 피고인은 B과 피해자의 사망과 관련된 대화를 할 때마다 실제로 피해자를 사망하게 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부탁했다고 주장하나, 이러한 주장에 부합하는 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일 오전 천안역에서 B에게 ‘(이 사건 범행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하고, B의 진술 역시 피고인의 위 주장에 일부 부합하기는 하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의 공모관계에서 이탈했다고 볼 수도 없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부산고법, 지적장애 친동생 공모(사주)친할머니 살해 항소심서 징역 15→12년
기사입력:2025-03-17 09: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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