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노출된 경찰, 제복 뒤 커지는 두려움..."조직 차원의 실질적 대응책 필요"

[심층연구분석] "월 1회 이상 폭력 경험 68%, 언어폭력 피해 두려움 더 커...여성 경찰관 더 취약"
- 언어폭력에 더 큰 두려움… 조직 차원의 실질적 대응책 필요
- 신뢰 저하·이직 의도 증가… 공무집행방해 처벌과 언어폭력 대응 강화 시급
기사입력:2025-03-23 20:18:11
경찰은 매일 수십 명의 민원인을 상대하고, 범죄자와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직업입니다. 위험한 상황에 자주 노출되는 만큼, 경찰이 겪는 폭력 피해도 빈번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경찰이 폭력을 당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경찰도 두려움을 느낀다는 사실에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누구보다 위험한 환경에 놓여 있으며, 그들이 입는 피해가 신체적·정신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초래하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경찰의 폭력 범죄 피해 실태와 그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경찰공무원의 폭력피해 두려움에 관한 연구'(이재영, 박상진, 2021. <한국범죄심리연구>)를 살펴봤습니다. 경찰공무원의 폭력에 대한 두려움 연구는 경찰관들이 직무 수행 중 겪는 폭력 피해의 양상과 이로 인한 심리적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어, 경찰 조직의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경찰관의 과반수가 월 1회 이상 언어폭력 등에 노출되며, 이로 인한 두려움은 개인을 넘어 조직의 신뢰 저하로 이어져 공무집행방해죄 처벌 강화와 심리 지원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찰관의 과반수가 월 1회 이상 언어폭력 등에 노출되며, 이로 인한 두려움은 개인을 넘어 조직의 신뢰 저하로 이어져 공무집행방해죄 처벌 강화와 심리 지원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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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연구했나?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매년 약 1만 건의 공무집행방해 사건이 발생했으며, 그 피해자의 80% 이상이 경찰공무원 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에는 현장 경찰관 4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8%가 공무집행방해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결과는 경찰도 폭력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심리적·신체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단순히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예: 우울, 불안, 불면증 등)에 그치지 않고, 경찰 조직의 신뢰도와 생산성의 저하(직무 불만족, 이직 의도 증가, 사기 저하 등)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국내에서는 경찰관이 겪는 폭력 피해에 대한 별도의 통계조차 수집되지 않고 있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무엇을 연구했나?

'경찰공무원의 폭력피해 두려움에 관한 연구'는 경찰이 직무 수행 중 겪는 폭력 피해의 실태와 그로 인한 두려움을 분석하고, 두려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규명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전국 경찰관서에서 근무하는 경찰공무원 526명을 대상으로 자기 보고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연구진은 다음 네 가지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1) 경찰관이 직무 중 겪는 폭력 피해 실태
(2) 폭력 피해가 경찰관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
(3) 경찰관이 느끼는 폭력 피해에 대한 두려움 수준
(4) 두려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특히, 폭력 피해 경험과 성별에 초점)

연구에서는 경찰이 겪는 폭력을 언어적 폭력 피해(욕설·비속어, 협박·위협적 표현)와 신체적 폭력 피해(전치 2주를 기준으로 이하 경미, 이상 심각)로 구분했다.

또한, 폭력 피해의 부정적인 영향(즉, 2차 피해)으로는 정신적 문제(우울감, 고립감, 두려움, 불면증, 자살 충동 등), 업무 수행의 어려움(직무수행 시 소극적 행동, 심리적 위축), 경제적 어려움, 타 직장으로의 이직 의도, 사회적 관계 유지의 어려움, 경찰 조직에 대한 신뢰 저하 등을 조사했다.

■ 무엇을 발견했나?

(1) 경찰공무원의 폭력 피해 실태
경찰관이 근무 중 경험한 폭력 피해는 다음과 같았다. 언어적 폭력 피해 중, 남녀 모두 과반수 이상이 월 1회 이상 욕설·비속어에 노출됐고(남성: 71.3%, 여성: 67.3%), 약 절반(남성: 51.8%, 여성: 49.0%)이 월 1회 이상 협박·위협에 노출됐다. 신체적 폭력 피해 중 월 1회 이상 경미한 신체 폭력 경험은 남성이 27.5%, 여성이 16.3% 겪은 것으로 나타났고, 월 1회 이상 심각한 신체폭력 경험은 남성이 6.7%, 여성은 4.1%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2) 폭력 피해의 부정적 영향
경찰이 폭력을 당한 후 겪은 부정적 영향은 개인보다는 조직 차원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 피해를 경험한 경찰관들이 가장 많이 호소한 것은 업무 수행 시 소극적 행동이나 심리적 위축이었다. 두 번째로 큰 부정적 영향은 경찰 조직에 대한 신뢰 저하였다. 이는 개인의 신체적·정신적·경제적 어려움보다도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점을 시사하며, 경찰 조직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3) 폭력 피해에 대한 두려움 수준
경찰관들의 폭력 피해에 대한 두려움은 전반적으로 높은 편은 아니었으나, 욕설이나 비속어 등 언어적 공격에 대한 두려움이 신체적 공격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4) 두려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경찰공무원의 언어 및 신체적 폭력 피해 두려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언어 폭력과 신체 폭력 피해 두려움 모두 ①성별, ②언어폭력 피해 경험, ③신체폭력 피해 경험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여성 경찰관이 남성 경찰관보다 폭력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으며, 언어 폭력과 신체 폭력 경험 모두 언어적 폭력 두려움과 신체적 폭력 두려움에 영향을 미쳤다. 경찰 업무 특성상 언어 폭력이 신체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언어 폭력을 당한 경험도 신체 폭력 피해 두려움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측됐다.

그 외, 근무 기간이나 계급은 두려움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경찰 경력이 오래될수록 위험 대처 능력이 생겨 두려움이 줄어든다는 기존 연구의 주장은 이번 연구에서 지지되지 않았다.

■ 연구의 시사점은?

연구진은 경찰의 폭력 피해를 줄이고 두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실질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첫째, 경찰공무원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죄의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당시에는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으며, 반복적이고 고의적인 폭력에는 보다 엄격한 처벌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 증거 확보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관이 폭행을 당했을 때 증거 확보가 어렵다는 현실을 개선해야 했다. 이를 위해 보디캠(착용형 카메라)과 같은 증거 확보 장비의 도입을 확대하고, 시민의 목격자 진술 확보를 위한 시민 대상의 교육과 홍보를 통해 자발적인 협력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셋째, 언어 폭력에 대한 법적 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언어적 공격은 신체적 폭력보다 더 빈번하게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집행방해죄 적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모욕죄 적용 등을 통해 언어적 폭력에도 적극적인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넷째, 경찰관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경찰관의 폭력 피해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 조직적 차원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심리 상담, 조직 내 보호 정책 강화, 폭력 피해 보상 제도 정비 등 조직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통해 경찰관의 직무 수행을 보호하고, 조직 신뢰 저하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성 경찰관의 높은 두려움 수준을 완화하기 위한 신체적·심리적 대응 훈련이 강화돼야 한다고 봤다. 추가적으로, 여성 경찰관의 높은 두려움 수준이 단순히 신체적 취약성 때문인지, 사회적 요인(성 역할 사회화)에 의한 것인지를 밝히기 위한 후속 연구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연구 논문 원문
이재영(세한대학교)·박상진(동국대학교), 2021., <경찰공무원의 폭력피해 두려움에 관한 연구>, 한국범죄심리연구.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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