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유신체제 대통령긴급조치 1ㆍ2ㆍ9호 위헌

긴급조치는 유신헌법 부정하거나 개정 청원 등을 금지하고 위반하면 비상군법회의서 처벌 기사입력:2013-03-21 20:41:06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헌법재판소는 21일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공포됐던 긴급조치 제1호, 제2호, 제9호에 대해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 1974년과 75년에 걸쳐 차례로 공포된 지 약 40년만이다.

긴급조치는 유신헌법을 부정ㆍ반대ㆍ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유신헌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ㆍ발의ㆍ제안 또는 청원하는 일체의 행위, 유언비어를 날조ㆍ유포하는 행위 등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비상군법회의 등에서 재판해 처벌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이번 위헌결정을 계기로, 과거 유신체제 하에서 선포된 긴급조치 제1호, 제2호 및 제9호 위반으로 처벌받은 많은 사람들은 재심소송을 통해 일괄적으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1970년대 유신체제 하에서 유신헌법을 비판한 오종상씨는 대통령긴급조치 제2호에 의해 설치된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긴급조치 제1호 위반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소송 진행 중 긴급조치 제1호, 제2호와 긴급조치 선포의 근거가 됐던 유신헌법 제53조가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으나 각하되자, 2010년 2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서울고법은 오씨의 재심을 개시했고, 2010년 12월 대법원은 긴급조치 제1호 위반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긴급조치 제1호와 제2호는 1971년 1월8일 선포됐다. 이날 발표한 대통령 특별담화에 따르면, 긴급조치 제1호, 제2호를 통해 대처하고자 했던 ‘국가의 기본질서와 안전보장을 위태롭게 하는 중대한 위협’은 일부 인사들과 불순분자들이 ‘선동과 악의적인 유언비어를 유포시키면서 사회혼란을 조성하여 헌정질서인 유신체제를 부정하고 이를 전복하려 드는 것’이었으며, 특히 ‘개헌청원서명운동’을 그 예로 특정했다.

또 ‘반유신적 언동’을 계속하고 음성적이고도 지능적인 위계방법으로 ‘불온한 활동’을 계속하면서 ‘동조세력의 확대 시도’를 하는 그들의 활동을 그대로 방치하면 국가의 안전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긴급조치 제1호, 제2호를 제정하고 선포한다는 것이었다.

긴급조치 제9호는 1975년 5월 13일 선포돼 1979년 12월 8일 해제됐다. 선포 당일 발표한 대통령 특별담화에 의하면, 긴급조치 제9호는 ‘남침이 가능하다고 북한이 오판을 할 염려가 급격히 증대된 상황’(난국)을 극복하는 최선의 길인 ‘국민총화를 공고히 다지고 국론을 통일하며 국민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총력안보태세를 갖추어 나가는 것’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 “긴급조치 제1호, 제2호는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해 헌법 위반”


헌법재판소는 21일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 제2호 및 제9호는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이 인정되지 않고,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며, 참정권,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하므로,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헌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하고 다른 내용의 헌법을 모색하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이 보유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서, 가장 강력하게 보호돼야 할 권리 중의 권리에 해당한다”며 “무릇 집권세력의 정책과 도덕성, 혹은 정당성에 대해 정치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자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헌법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표하면서 헌법의 개선책을 모색해 진일보한 국가공동체의 미래상을 지향하는 태도를 부정적으로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책임 있는 국민의 자세로 마땅히 상찬받아야 할 것”이라며 “자신의 정치적 생각을 합법적인 집회와 시위를 통해 설파하거나 서명운동 등을 통해 자신과 의견이 같은 세력을 규합해 나가는 것은, 국가의 안전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헌법의 근본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적인 보장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에 대한 비판에 대해 합리적인 홍보와 설득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 자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려는 공권력의 행사나 규범의 제정은 대한민국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그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다”고 긴급조치를 지적했다.

헌재는 “당시 유신헌법에 반대하는 국민이 유신헌법에 대한 비판적 의사표시나 개헌을 위한 적극적인 의견제시 등을 특정 시기에 집약적이고 집합적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긴급조치와 같은 국가긴급권으로서 대처해야 할 국가적 비상상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긴급조치 제1호, 제2호는 헌법 개정을 주장하는 등의 일체의 행위를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태롭게 하는 범죄행위로 판단해 제정된 것이므로, 헌법의 근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비춰 볼 때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고,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준수돼야 할 방법의 적절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계엄이나 긴급조치와 같은 국가긴급권은 국가가 법치주의적 질서 아래에서 행사되는 정상적인 헌법보호수단에 의해서는 제거할 수 없는 전쟁, 사변, 천재ㆍ지변 등과 같은 비상사태(긴급사태)에서만 행사될 수 있는 것이고, 그 비상사태에 대한 판단을 국가원수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으며, 그 행사의 목적이 국가의 존립 내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보호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긴급조치 제1호 및 제2호는 국민의 유신헌법 반대운동을 통제하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내용이어서 국가긴급권이 갖는 내재적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이나 방법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긴급조치 제1호, 제2호가 처벌하는 ‘헌법을 부정ㆍ반대ㆍ왜곡 또는 비방하는 일체의 행위’, ‘헌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ㆍ발의ㆍ제안 또는 청원하는 일체의 행위’, ‘유언비어를 날조ㆍ유포하는 일체의 행위’라는 범죄의 구성요건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그 적용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국민이 무엇이 법률에 의해 금지되는 행위인지를 예견하기 어려우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헌재는 “유신헌법과 관련해 자신의 견해를 단순하게 표명하는 모든 행위까지 처벌하고, 긴급조치 제1호 자체를 비방한 사람까지 그 처벌로 ‘15년 이하의 징역 및 자격정지’라는 중형을 부과하도록 한 것은 범죄와 형벌 간의 균형을 현저히 잃은 것이고, 이는 국가 형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광범위한 정치적 의사표현행위를 범죄로 처벌하면서도 어떠한 제약 조건도 두지 않고, 긴급조치 제1호 5항은 긴급조치 위반자 및 비방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ㆍ구속ㆍ압수ㆍ수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긴급조치 제2호 12항은 수사기관인 검찰관이 스스로 영장을 발부할 수 있도록 해 법관에 의한 구체적 판단 없이 인신구속을 비롯한 수사상 강제처분이 가능하도록 하면서도, 이에 대해 법관에 의한 아무런 사후적 심사장치도 두지 않아, 국가긴급권이 발동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지켜져야 할 영장주의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또 “긴급조치 제1호 6항은 ‘이 조치를 위반한 자와 이 조치를 비방한 자는 비상군법회의에서 심판, 처단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긴급조치 제1호의 내용은 모두 유신헌법에 대한 정치적 표현행위를 광범위하게 제한하거나 유언비어 유포행위를 규제하는 것일 뿐이므로, 비상계엄에 준해 적과의 교전상태 또는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황이어서 그 기능을 군대를 통해 수행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가운데 발동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헌재는 “따라서 긴급조치 제1호 제6항, 긴급조치 제2호는 일반 국민의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자의적으로 광범위하게 제한함으로써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 것”이라며 “결국 긴급조치 제1호, 제2호는 입법목적의 정당성이나 방법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고, 헌법개정 권력의 행사와 관련한 참정권,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 긴급조치 제9호

헌재는 “주권자이자 헌법개정 권력자인 국민은 당연히 유신헌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정을 주장하거나 청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데, 긴급조치 제9호는 이에 대한 국민의 일체의 행위를 ‘남침이 가능하다고 북한이 오판을 할 염려가 급격히 증대된 위기상황’에 대한 ‘국민총화, 국론을 통일, 국민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총력안보태세를 갖추는 대처’를 저해함으로써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태롭게 하는 범죄행위로 보는 것이므로, 헌법의 근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에 비춰 볼 때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긴급조치 제9호도 유신헌법의 제ㆍ개정 논의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헌법개정 권력주체인 국민의 주권행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긴급조치 제9호는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고, 헌법개정 권력의 행사와 관련한 참정권, 표현의 자유, 집회ㆍ시위의 자유,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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