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지난 8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한미 최고경영자 라운드테이블에서 댄 애커슨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은 “한국에 8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려면 통상임금 문제를 한국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주었으면 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고 한국 경제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다. 꼭 풀어나가겠다”며 “지엠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대한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보겠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미국 기업 회장의 말 한마디에 일국의 대통령이 1800만 자국 노동자의 권리가 걸린 근로조건의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는 발언은, 참으로 받잡기 민망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라고 개탄했다.
민변은 “한국의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의 전체 봉사자이지, 미국 GM기업의 봉사자가 아니다”며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면서까지 수백 일에 걸쳐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등 긴급한 노동현안 문제를 해결하라고 외쳐온 국내 노동자들의 요구는 철저히 외면하다가 미국 기업 회장의 민원성 말 한마디에 대해서는 즉각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하는 태도는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 기업의 민원 해결사인가?”라고 거친 돌직구를 던졌다.
이어 “또한 통상임금 문제는 행정부가 독단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통상임금을 규정한 근로기준법령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과 입법적인 해결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하며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지난 해 3월 29일 우리 대법원에서 매월 지급되는 금원이 아니더라도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이라면 통상임금이므로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1년 근속당 일정금액을 지급한 근속가산금 또한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따라서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통상임금 문제를 미국기업의 요구에 따라 꼭 풀어나가겠다고 한 약속은 사법부의 판결을 무위로 돌리겠다는 것으로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민변은 “통상임금 문제는 우리의 낮은 기본급과 복잡한 임금체계에 기인한 것이고, 이러한 사실은 회사나 공장에서 근무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문제”라며 “임금체계를 복잡하게 만든 것은 연장근로나 휴일근로 시 그 산정기초가 되는 통상임금을 줄이기 위해 기업들이 꼼수를 부려온데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8시간 법정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수준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에 생활임금을 벌기 위해서는 연장이나 휴일근로 등 장시간의 초과근로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이로 인해 초과근로는 관행처럼 굳어온 것”이라고 현실을 직시하며 “우리나라가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고, 그로 인해 초과근로는 일상이 되었고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공염불에 그치고 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변은 끝으로 “미국 대기업에 대한 대통령의 통상임금 해결 약속은 절차적으로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약속한 일자리창출과 장시간 근로시간 단축 정책에도 배치되는 신중치 못한 발언”이라며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