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서 23일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공식 추도식에서 참여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역임한 고영구 변호사(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가 추도사를 낭독했다.
다음은 <추도사> 전문
오늘 저희는 고 노무현 대통령님 서거 4주기를 맞아 추모의 애절한 마음으로 여기 함께 모였습니다. 해마다 오늘이 오면 슬프지 아니한 때가 없었습니다만, 올해는 유난히도 처연한 슬픔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우선, 이 나라 이 공동체가 안팎으로 처한 상황이 실로 내우외환이라 할 만큼 심각한 국면임에도, 그것을 해쳐나갈 지혜와 용기를 가진 지도자를 찾을 수 없으며, 대통령님의 빈자리가 어느 때 없이 더 크게 느껴지기만 하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대통령님을 존경하고 따르던 많은 사람들의 처지와 상황이 또한 참담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것이 남아있는 저희들의 무능과 부덕의 소치이기에 누구를 탓할 수 있으리까마는, 이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상황이 저희들로 하여금 황폐한 심경에 빠져들게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 돌아가시던 바로 그날, 그 시각으로부터 저희들은 당신을 지키지 못한 원죄를 안고 살고 있습니다. 그 회한과 자책을 지금껏 어쩌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대통령님이 마지막 가시는 길에 저희들 누구 하나 한줌의 힘이나 한줄기 위안이 될 수 없었던 것이 천추에 씻을 수 없는 한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는 옛날 일이 되어 버린, 그때 대통령님께서는 단기필마로 몸을 일으켜 “이길래야 이길 수 없다”던 싸움에서 기적같이 승리를 일구어 내셨습니다. 그러나 남아있는 저희들은 질래야 질 수 없고 져서도 안 될 싸움에서조차 참담하게 패배했습니다. 대통령님이 돌아가신 그 이후의 전개과정에서 저희들은 단 한 번도 당신을 영광케 하거나 기쁘게 해드리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저희들의 무능과 부덕으로 돌아가신 대통령님에게까지 누를 끼쳐드리고 욕되게 하였으니 그 잘못을 무엇으로 어찌 속죄할 수 있으리이까.
대통령님과 저희들을 의도적으로 음해·매도하는 무리들의 폄훼가 아니더라도, 당신을 따르던 사람들은 아직도 하나 되지 못하고, 각자의 갈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음을 볼 때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내가 나를 먼저 업신여긴 연후에 남이 나를 업신여긴다 했으니 누구를 부질없이 원망하겠습니까.
우리들의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이 계실 때는, 당신의 존재 자체가 국민들의 희망이었고 또한 저희들의 희망이었습니다. 당신이 계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국민들은 꿈을 가질 수 있었고 저희들 또한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대통령님은 희망을 만들어내고 희망을 주며 희망을 잃지 않게 하는 힘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이제 저희들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 망연하기만 합니다. 또한 대통령님은 이 나라, 이 공동체가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공동체를 이루는 사람들의 삶이 지금 어떠하며 앞으로 어떠해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하셨고 그러한 문제를 푸는데 있어 여러 사람의 지혜를 구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길이다”라는 판단이 서시면 앞장서 그 길을 용기 있게 가셨고, 아니다 싶을 때는 아니라고 말씀하시는데 주저하지 않으셨습니다. 대통령님은 언제나 명쾌하셨고 솔직, 선명하셨습니다.
지금 저희들은 당신이 그립습니다. 개인으로서의 당신이 그리울 뿐 아니라, 이 나라의 지도자로서의 당신이 참으로 그립습니다. 대통령님은 가셨지만 저희들은 아직 당신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아무리 저희를 에워싸고 있는 상황과 처지가 열악하다 하더라도, 그리고 아무리 저희가 못나고 분별이 없다 하더라도 대통령님의 보우하심을 용기와 위안으로 삼아 대통령님께서 꿈꾸시던 사람 사는 세상을 이루어보고자 하는 노력을 저희들은 포기하지 아니할 것임을 오늘 다시금 서원합니다.
그동안 어렵고 힘든 세월을 견뎌 오신 권양숙 여사님을 비롯한 유족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위안의 말씀을 올립니다. 또한 오늘 추모의 자리를 유지를 받드는 자리로 바꾸기 위해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도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끝으로 노무현 대통령님을 추모하는 저희들의 마음을 온전히, 그대로 담고 있다고 생각되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한용운 선생의 「님의 침묵」을 낭송하는 것으로 추모의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
다만 시 가운데 「날카로운 첫 키스」라는 표현은 「첫 만남」이라고 바꾸어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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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 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 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만남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2013. 5. 23. 고영구
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도사…고영구 전 국정원장 낭독
기사입력:2013-05-23 1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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