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법무부와 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대신, 불구속 기소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는 이른바 ‘절충안’ 보도가 흘러나오자, 법조인들은 황교안 법무장관을 강력히 성토하고 나섰다.
8일 쏟아진 법조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해도 모자란 판에 불구속 기소하는 건, 박근혜 정부가 황교안 장관을 통해 사건을 축소 은폐하는 것이고, 역사상 최악의 직권남용 직무유기가 법원에서 실체와 몸통이 밝혀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학계의 권위있는 학자인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8일 트위터에 “오로지 진실만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검사선서)가 돼야지, 권력만 따르는 못난 검사가 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하며 “검사의 엄정수사를 방해하는 못난 장관이 되어도 안 되고. 외압을 방관하는 못난 국민이어도 안 되고”라고 이번 사건에 대해 촌평을 내렸다.
변호사들의 질타의 목소리는 더욱 컸다. <분노하라, 정치검찰>의 저자인 이재화 변호사는 이날 트위터에 “채동욱 검찰총장, 황교안 장관의 몽니에 밀리면 본인은 물론 검찰조직도 끝장”이라고 각인시키며 “원칙과 소신대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기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회 위원인 이재화 변호사는 또 “만약 검찰이 원세훈을 불구속 기소한다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법치는 무너질 것이다”라고 크게 우려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가 황교안 장관을 통해 사건을 축소 은폐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6월항쟁의 도화선인 ‘제2의 박종철 사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라진 정의, 거꾸로 선 법>의 저자인 한웅 변호사는 이날 트위터에 <원세훈 전 원장, 선거법 적용...불구속 기소 가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링크하며 “주권유린 헌정파괴 국헌문란 범죄를 옹호한 역사상 최악의 직권남용 직무유기”라고 규정하며, “하지만 법원에서 그 실체와 몸통이 밝혀질 것이고 점점 더 워터게이트를 닮아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한웅 변호사는 황교안 법무부장과에 대해 크게 질타한 바 있다. 한 변호사는 지난 5일 트위터에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국정원 수사 개입 간섭은, 검찰청법 제8조의 일반적인 수사지휘권을 악용 또는 빙자한 것으로 실질적으로는 직권남용죄와 직무유기죄의 교사범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라고 법률적 판단을 내렸다.
또 “형식적으로 수사지휘권이라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국기 국헌문란, 주권유린행위를 은폐하려는 술책”이라고 비난하며 “이는 마치 강도살인행위를 강도로만 규율하라는 것과 같은 것으로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한 변호사는 “황교안 법무장관의 국정원 수사 개입 간섭은 법무부-검찰 역사에서 명백한 범죄행위를 정권의 편의를 위해 눈감은 치욕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짓밟은 반민주행위로 기록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SNS를 통해 구속수사를 촉구해 온 검사 출신 백혜련 변호사는 8일에도 트위터에 <대선 허위 여론조사 유포 전 민주당 간부 실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링크하며 “이런 양형 감각이라면 선거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 김용판(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중간수사발표와 국정원 댓글 사건은 징역 10년을 선고해도 모자란다”고 꼬집으며 “같은 잣대가 적용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백혜련 변호사는 전날에도 페이스북에 “검찰이 결국 법무부에 밀려 원세훈 불구속기소에 선거법위반 혐의까지 적용치 않는다면, 검찰의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스스로 발로 차버리는 것이다”라고 검찰이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강하게 충고했다.
천재일우(千載一遇)는 천년 동안 겨우 한 번 만난다는 뜻으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좋은 기회를 뜻하는 말이다.
백 변호사는 이어 “법무부는 논의과정이라는 미명하에 뒤로 숨어 검찰을 압박하지 말고 공식적인 견해를 밝혀야 한다”며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려 한다면 정당히 행사하라”고 황교안 법무부장관에게 쓴소리를 내며 입장표명을 촉구했다.
백 변호사는 그러면서 “그리고 국민과 여론의 판단을 엄정히 받아야 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작년 국정원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부터 국정원을 신랄하게 비판해 온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8일 트위터에 <원세훈 선거법 적용 불구속>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사실이면 청와대와 황교안은 원세훈 공범. 직권남용, 수사방해. 총사퇴 후 사법처리 받아야!!”라고 주장했다.
그는 “[백은종 구속, 원세훈 불구속? 친박무죄 반박유죄!] 지난 대선 박지만 살인사건 연루의혹 보도가 명예훼손, 선거개입이라며 (백은종) 구속. 국가기관 동원 대규모 조직적 선거개입 혐의 원세훈 불구속? 말이 되나, 도대체?”라고 개탄했다.
또“[박근혜와 청와대, 황교안은 헌법 전문과 제1조 반드시 읽어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고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너희들은 국민의 종일 뿐이다. 비판하는 국민은 구속하고 권력 강탈해 바친 악질 범죄자들은 봐주느냐?”라고 맹비난했다.
표 전 교수는 “[원세훈 불구속되면 저는 박근혜와 정권 합법성 부정합니다.] 국정원 불법선거 공범으로 볼 수 밖에 없고 전두환처럼 사리사욕 채우려 불법으로 권력 찬탈하고 비판 국민 탄압하며 불행한 역사 시작하는 역적으로 규정합니다”라고 규정하며 “관용과 인내심 거둘 것입니다”라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