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작년 여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인터넷을 통해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경선 예비후보를 비방 및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40대가 배심원들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대법원은 이 사건 판결문을 11일 법원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당시 유력한 대선 예비후보였고,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고, 국선변호인이 참여했다는 점 등에서 향후 재조명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 보도에 앞서 먼저 <로이슈>는 이례적으로 미리 독자들에게 한 가지 양해를 구한다. 현직 대통령 신분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호칭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은 현직 대통령이지만, 검찰의 이 사건 기소 당시에는 대통령선거를 앞둔 한나라당 경선 예비후보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법원 재판부>도 당시를 기준으로 판결문을 작성했고, <로이슈> 역시 법원 판결문을 토대로 작성했기에 ‘대통령’ 호칭이 없다는 점을 사전에 공지한다. 따라서 <재판부와 로이슈>에 ‘대통령 호칭’에 관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아울러, 현직 대통령 신분인 점을 감안해 <로이슈>는 검찰의 범죄사실에 드러난 피고인의 표현과 판결문에서 나타난 피고인의 표현 중 거부감을 일으킬 만한 표현은 다루지 않았으며, 다만 사건 이해를 돕기 위한 차원에서 최소한의 부분만 언급했다는 점도 밝혀둔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43)씨는 작년 7월 부산 해운대구 자신의 집에서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정치토론방에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가 되려는 박근혜 예비후보자에 대해 심한 욕설과 허위사실이 담긴 글을 4회에 걸쳐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A씨는 아고라 토론방에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예비후보자에 대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비방하는 글을 49회에 걸쳐 게시함으로써 박근혜 예비후보자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비방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자 A씨와 국선변호인은 배심원들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A씨와 국선변호인은 “게시글은 일종의 풍자적인 내용으로서 사실을 공표한 것으로는 볼 수 없고,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게시한 것도 아니다”며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부인했다.
또한 “비방할 목적으로 올린 것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유력한 정치인인 박근혜를 비판한 것이고, 글 내용은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다”며 후보자비방 혐의도 부인했다.
A씨는 특히 “당시 인터넷 게시판에는 피고인(A)이 작성한 글 이외에도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들에 대한 허위 내용의 글이나 비방 글이 다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수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피고인에 대한 수사만 진행됐다”며 “이는 수사기관이 편파적인 수사를 한 것이므로 수사권 및 공소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산지법 제6형사부(재판장 신종열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3)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의 평결 결과를 존중해 무죄를 선고(2013고합125)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배심원 7명은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해 1명이 유죄인 반면 6명이 무죄 평결을 냈고, 후보자비방 혐의에 대해서도 3명이 유죄인 반면 4명이 무죄 평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게시글 내용 중 ‘숨겨둔 자식하고 연관이 있는 건 아녀? 친자 확인을 해 봤음 좋겠다. ㅋㅋㅋ~’라는 부분은 당시 언론을 통해 제기됐던 ‘박근혜가 OOO의 아이를 출산하였다’는 의혹을 바탕으로 피고인의 추측을 기재한 것에 불과할 뿐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진술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그네가 성모마리아?~’ 등의 표현은 아무런 근거나 기준 없이 그저 박근혜 예비후보자의 인격을 폄하하는 표현에 불과해 증거로 입증할 수도 없는 사항이고, 글을 접하는 사람도 피고인이 정치인 박근혜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뿐 구체적 사실을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결국 게시글은 피고인의 개인적인 의견을 기재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심한 욕설이 담긴) 다른 글들 역시 아무런 근거나 기준 없이 그저 박근혜의 인격을 폄하하는 표현에 불과하다”며 “피고인의 게시글에 사실을 적시했다고 볼 만한 부분이 일부 포함돼 있기는 하나 전체적으로 정치인 박근혜의 순탄치 못한 가족사, 공천헌금 수수의혹, 중앙선거관위 디도스 공격사건 등에 관한 가치판단이나 평가, 즉 피고인의 개인적인 의견을 기재한 것”이라며 “따라서 피고인의 게시글은 모두 사실을 공표하거나 적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후보자비방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이 게시글을 통해 언급한 사항 중 ‘박정희 전 대통령이 총에 맞아 시해되었다거나, 박근혜가 유세 도중 괴한에게 피습되었다거나, 박근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다’라는 등의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더라도, 박근혜나 친인척 등의 인격에 관한 사회적 가치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이 인격모독적인 표현방법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후보자비방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이 게시한 각 글에는 박근혜의 인격을 폄하하는 다소 저속하고 자극적인 표현이 포함돼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글을 게시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이유로 재판부는 “피고인이 특정 후보자나 정당과 연계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글을 게시한 점, 정치적 견해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이 피고인의 글을 접하는 경우 공감보다는 거부감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 많아 보이는 점, 피고인이 언급한 박근혜의 가족사,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의 상황 등은 이미 사회 일반에 널리 알려진 사항으로서 유권자나 선거인의 의사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만한 새로운 정보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결국 피고인의 행태가 건전한 상식에 비춰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탈행위이고 반드시 근절돼야 하는 비도덕적인 행태라는 취지의 검사의 주장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나, 그런 행태가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렇다면, 각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에 의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박근혜 경선 예비후보 비방 글 40대 ‘국민참여재판’ 무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와 후보자비방 혐의…부산지법, 배심원들 평결 존중해 무죄 판결 기사입력:2013-07-11 23: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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