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이날 오전 공보관실 명의의 설명자료를 통해 ‘오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오후에는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이 직접 해명과 설득하고 나선 것. 이는 대한변호사협회에 대한 예우를 보임으로써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변협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8월 21일 오전 10시 국내 최상위 10개 로펌의 인사담당자들을 불러 현재 임기가 만료되는 재판연구원들의 취업을 알선하는 모임을 계획했다.
반면 법원행정처는 이번 모임은 대한변호사협회 대표와 로펌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재판연구원 진로 관련 간담회 자리이며, 변협 대표에게도 참가요청을 했으나 변협이 참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변협이 참여하지 않는 간담회 개최는 괜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간담회를 갖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지, 처음부터 로펌들만 참가하는 상태에서 간담회를 갖기로 계획한 것은 아니라는 강변했다.
대법원은 작년 4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기 출신 100명을 처음으로 재판연구원으로 임용했고, 이들의 임기는 내년 2월 만료된다. 재판연구원으로 근무한 뒤 1년 이상 변호사 등으로 일해야 법관 지원 자격을 갖게 된다.
변협의 오해가 바로 이 부분이다. 굴지의 로펌 인사담당자들로 불러 소위 ‘취업 간담회’를 갖고, 로펌에서 경험을 쌓은 뒤, 다시 법관으로 임용하는 즉 법원행정처가 나서 재판연구관 출신을 대형로펌에 취업시켜 ‘경력 관리’에 나서겠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변협 윤성철 사무총장은 21일 논평을 통해 “재판연구관 일자리 알선, 법조일원화 취지에 반하는 법원행정처의 행동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윤 사무총장은 “법원행정처가 변협 관계자에게는 이번 모임이 언론 등에 알려지지 않을 것을 신신당부했다”며 “그러나 이는, 법조 경험이 없는 판사에 의한 무리한 재판을 지양하고 사법기관의 엘리트주의와 폐쇄적 관료주의를 근절시키려는 취지에서 시작된 법조일원화 제도의 근간을 시작부터 흔드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변화된 제도 속에서도 순혈주의 강화로 인한 그들 간의 커넥션을 공고히 유지하겠다’는 시대착오적 선언에 다름 아니다”며 “법원행정처의 처사에 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윤 사무총장은 “법원행정처가 재판연구원들이 계약된 기간이 끝나고 어떤 업무영역에 종사할 지를 신경 쓰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고, 더구나 그들의 취직을 언론 등에 쉬쉬하면서 10대 로펌에 부탁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며 “혹시라도, 재판연구원제도를 판사 임용의 전단계로 생각해 이제 법원에서 임기를 마치는 그들을 대형로펌에 취업시켜 ‘경력 관리’에 나서겠다는 것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그는 그러면서 “대한변협은 더 이상 법원행정처가 시대착오적이고 법조일원화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정말로 올바른 사법정의 실현과 제도 정착을 위한 진지한 고민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그러자 대법원은 공보관 명의의 설명자료를 통해 법원의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몇 시간 뒤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이 직접 입장 표명을 했다. 이는 대한변호사협회에 대한 예우를 보임으로써 변협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차한성 처장은 “법원이 대한변협 대표자와 로펌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재판연구원 진로 관련 간담회를 개최하고자 한 취지는, 법원 근무기간(2년)을 마친 첫 재판연구원들의 업무 및 역할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재판연구원들의 향후 진로와 관련한 재야법조계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처음 배출될 재판연구원들의 경력 및 능력, 2년간의 업무 등에 관한 재야 법조계의 문의가 들어오는 상황에서, 법원은 재판연구원에 대한 올바른 정보제공 및 의견 교환의 자리를 마련해 재판연구원이 다양한 법조 직역으로 진출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야 법조계 전체에 대한 공정하고 충분한 정보 제공 및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 로펌 인사담당자뿐만 아니라 재야 변호사의 대표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 대표자에게도 참가 요청을 했던 것으로, 대한변협에서 참석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의 간담회 개최는 괜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간담회를 갖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대한변협의 참가 없이 로펌들만 참가한 상태에서 간담회를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차 처장은 “재판연구원이 법원에서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법조 직역에 활발히 진출해 재야에서 장기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수행하는 것은 법조일원화 제도의 정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법원에서의 근무 기간을 마친 재판연구원이 즉시 법관으로 임용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법원은 재판연구원의 원활한 재야 진출 및 정착을 돕기 위한 한 방법으로 대한변협를 포함한 재야 법조계 전체에 재판연구원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진로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자 했을 뿐, ‘재판연구원의 향후 판사 임용을 위한 경력 관리’등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설득했다.
그는 “특히, 법관 임용 신청 등 향후 재판연구원의 진로는 본인들의 자유의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고, 법원은 이에 관여할 의사와 권한이 전혀 없고, 현실적으로 그와 같은 관리는 가능하지도 않다”며 “향후 법률에 따라 법관임용을 위해 필요한 법조경력이 상향된다는 점(2018년부터 법조경력 5년 이상이어야 법관 임용 가능)을 장기적으로 고려할 때, 법원이 원하는 것은 재판연구원의 원활한 재야 진출을 통한 재판연구원 제도, 법조일원화 제도의 안정적 정착이라는 점을 밝혀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