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채동욱 vs 조선일보 ‘혼외아들’ 법정공방 누가 이길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조선일보 큰 부담…이재화 변호사 “조선일보 패소” 전망…최영호 전 부장검사 “채동욱 거짓이면 이 땅에 설 자리 없고, 조선일보 거짓이면 사라져야” 기사입력:2013-09-25 14:19:44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채동욱 검찰총장이 24일 ‘혼외 아들’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이제 ‘혼외 아들’을 둘러싼 진실공방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된 것이다.

따라서 불꽃 튀는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패소하는 쪽은 그야말로 회복하기 힘든 치명상을 입게 된다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부장검사 출신인 최영호 변호사(사법시험 23회)는 24일 트위터에 “(채동욱 총장의 해명이) 거짓일 경우 그는 이 땅에서 설 자리가 없게 될 것이고, 진실일 경우 신문도 사라지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2012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낼 정도로 보수성향임에도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이번 사건의 의미와 파장이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재화 변호사도 트위터에 “채동욱 총장, 조선일보 상대 소송 제기로 진실규명에 나섰다”며 “혼외자식 보도가 허위라면 조선일보는 폐간하고, 황교안 장관은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채동욱 검찰총장 이에 채동욱 총장은 이번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했다. 광주고검장 출신인 신상규(법무법인 동인, 사법연수원 11기) 변호사와 부장검사 출신 이헌규(법무법인 삼우, 사법연수원 18기) 변호사로 진용을 꾸렸다. 조선일보도 “관련 법절차에 따라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혼외 아들’과 ‘축첩’ 논란으로 사표까지 제출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이길까? 아니면 지난 6일 <[단독] 채동욱 검찰총장 婚外아들 숨겼다>라는 제목의 1면 톱기사로 ‘혼외 아들’을 단정적으로 보도한 조선일보가 맞을까.

물론 ‘혼외 아들’의 진실 여부는 <조선일보>가 혼외 아들로 지목한 채OO(11)군의 어머니인 임OO씨가 유전자 검사에 동의하면 간단히 가려진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를 강제할 방법이 없어 현재로선 유전자 검사를 받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더욱이 임씨는 이미 <조선일보>에 편지를 보내 아들이 채동욱 총장의 자식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힌 바도 있기 때문이다.

채동욱 검찰총장도 전날 입장발표에서 “소송과정에서 법절차에 따라 유전자 검사를 포함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신속히 진실이 규명되도록 할 것”이라며 “해당 아동 측에 혹시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저로서는 알 수 없으나, 혼란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빠른 시일 내에 유전자 검사에 응해 주실 것도 부탁드린다”고 부탁할 정도다. 진실규명 의지를 강하게 밝힌 것이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보면, 이번 ‘혼외 아들’ 입증책임은 <조선일보> 부담

만약 임씨가 유전자 검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그래도 법원은 ‘혼외 아들’에 대한 진실여부를 가려야 한다. 그렇다면 ‘혼외 아들’에 대한 입증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이게 이번 사건을 판정하는 중요한 열쇠다.

입증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놓고 법조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 그것도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전원이 참여한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MBC 이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하자, 농림수산식품부가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 청구소송을 냈다.

그런데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이용훈 대법원장, 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011년 9월 2일 종전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4. 2. 26. 선고 99도5190 판결, 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5도2627 판결 등)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판결(2009다52649)을 내렸다.

재판부는 먼저 “언론중재법 제14조에 의하여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 등의 내용에 관한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피해자는 그 언론보도 등이 진실하지 아니하다는 데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적 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어떠한 사실이 적극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증명은 물론 어떠한 사실의 부존재의 증명이라도 그것이 특정 기간과 특정 장소에서 특정한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관한 것이라면 피해자가 그 존재 또는 부존재에 관하여 충분한 증거를 제출함으로써 이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까지 보면 정정보도를 청구한 채동욱 총장이 ‘혼외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것이 특정되지 않은 기간과 공간에서의 구체화되지 않은 사실의 부존재의 증명에 관한 것이라면 이는 사회통념상 불가능에 가까운 반면 그 사실이 존재한다고 주장ㆍ증명하는 것이 보다 용이한 것이어서 이러한 사정은 그 증명책임을 다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므로 의혹을 받을 일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에 대하여, 의혹을 받을 사실이 존재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자는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지고 피해자는 그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허위성의 입증을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정리하면 채동욱 총장의 주장의 핵심은 사실의 ‘부존재’ 즉 ‘혼외 아들이 없다’는 것인데, 이를 대법원 판례에 대입할 경우 <조선일보>가 채동욱 총장의 혼외 아들이 있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만큼 <조선일보>가 채군이 채동욱 총장의 아들이라는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채동욱 총장은 <조선일보>가 ‘혼외 아들’이라고 제시하는 자료의 신빙성에 대해 탄핵(깨는, 깎아내리는 의미)하는 방법으로 <조선일보>의 보도가 허위임을 입증할 수 있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쉽게 말하면 <조선일보>가 ‘혼외 아들’이라고 지목한 채군이 채동욱 검찰총장의 아들이라는 것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조선일보> 입장에서는 너무나 부담스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인 셈이다.

게다가 채 총장이 개인적으로 선임해 이번 소송을 진행하는 광주고검장 출신인 신상규 변호사와 부장검사 출신 이헌규 변호사가 이런 대법원 판례를 놓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조선일보 홈페이지 메인 화면 <조선일보>로선 부담스런 대목이 또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6일 첫 보도에서 ‘혼외 아들’을 단정적으로 보도하면서도 당사자인 채동욱 총장이나 임씨의 입장을 인용하지 않았다.

실제로 채 총장은 정정보도 소장에서 “‘검찰총장이 10여년간 한 여성과 혼외 관계를 유지하면서 11세의 아들을 얻은 사실을 숨겨왔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하면서 원고(채동욱)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단 한 차례도 확인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임씨에게도 일체의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부장검사 출신인 최영호 변호사는 25일 트위터에 “신문이건 방송이건, 언론의 기본은 취재원을 보호하되 취재대상의 반론을 허용하고, 취재원의 제보와 취재대상의 반론을 공정하게 판단하여 공평하게 보도하는 것”이라며 “결과가 진실로 밝혀지더라도 공정과 공평을 잃으면 언론은 부당한 권력, 그것도 임기 없는 권력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 민변 사법위원회 부위원장 이재화 변호사, <조선일보> 패소 전망 밝혀

일부 법조계 인사들도 트위터에 조선일보가 패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판사 출신으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내고 민주당 법률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은 25일 트위터에 “정정보도 청구에서 언론사가 보도내용이 사실이라고, 사실이 아니면 사실이라고 믿을만했고 공익목적이었음을 입증해야”라며 “조선일보는 혼외자를 입증 못하면 이번 소송에서 집니다”라고 진단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후 트위터에 다시 “수정ㅡ언론보도로 인한 손배청구는 언론사 입증책임. 근데 채동욱 총장은 언론중재법에 의한 정정보도청구, 이건 채 총장이 입증책임 ㅡ 그렇다면 배수진의 초강수?”라는 글을 올렸다.

민변 사법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재화 변호사는 트위터에 <조선일보 패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까지 들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법리적 판단을 내렸다.

이재화 변호사는 “의혹을 받을 사실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자(조선일보)가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해야 하고, 의혹을 부인하는 자(채동욱)가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허위성을 입증한다”는 대법원 판례(2005도2617판결)를 소개했다.

그는 “조선일보가 ‘채 모군이 채 총장의 혼외아들’이라고 믿을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거나 제시된 소명자료가 신빙성이 없을 때에는 정정보도청구소송에서 조선일보가 패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특정한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반면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비교적 용의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허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고인 채 총장에게 있지만 그 입증은 피고 조선일보가 제시한 소명자료를 탄핵하는 방법으로 하면 된다”고 대법원 판례에 입각해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거듭 “채동욱 검찰총장이 조선일보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소송, 조선일보 패소 예상된다”며 “(조선일보 패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 1. 조선일보가 ‘임모 여인의 아들이 채 총장 자식’이라고 주장하는 근거자료를 제시할 책임 있다. 2. 제시한 자료에 의하더라도 혼외자식 소명되지 않는다. 3. 근거자료는 모두 소문을 전하는 것으로 신빙성 없다”고 패소 전망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 이재화 변호사가 25일 트위터에 올린 글 채동욱 검찰총장은 왜 조선일보 명예훼손 형사고소하지 않고, 친자관계부존재 확인 소송 안 하나?

한편 채동욱 검찰총장이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하겠다고 밝힌 이후부터 그를 따라다니는 비아냥 즉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

<조선일보>의 ‘혼외 아들’ 보도가 채동욱 총장의 입장에서 음해거나 그렇게 억울하다면 왜 조선일보를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 친자관계부존재 확인 소송을 내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 점만 봐도 조선일보의 보도가 맞을 것이라는, 채 총장이 의심스럽다는 얘기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얼핏 그럴싸하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간단치 않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조선일보를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 할 경우, 현직 검찰총장의 부하인 검사가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은 불가피하다. 때문에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수사의 중립성 문제를 들고 나올 것이고, 그러면 또 다른 시비가 불거질 게 뻔한 상황에서 채 총장 입장에서는 일단 참을 수밖에 없는 입장으로 보인다.

채 총장은 전날 “현직 검찰총장의 ‘혼외자’ 여부라는 사적인 의혹으로 검찰조직의 동요와 국가사회의 혼란이 장기화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저 또한 이를 전혀 원하지 않는다”며 “검찰총장이 조사대상자가 되어서는 전국의 검찰을 단 하루도 정상적으로 지휘할 수 없다”고 사의 표명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대목도 왜 형사고소를 하지 않는 이유를 대변한다.

손해배상 소송도 3개월에 끝내는 정정보도 청구소송보다 훨씬 오랜 기간이 걸리고 소송과정에서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번 정정보도 청구소송은 그야말로 ‘혼외 아들’만 가리면 되기 때문에 간단하다. 언론사의 고의 과실이나 위법성을 요하지도 않는다.

여기다가 친자관계부존재 확인의 소송도 혼외 아들로 지목된 채군이 채동욱 총장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가 돼 있지 않아 소송 제기 자체가 해당 안 된다.

아울러 친자확인소송의 경우도 임씨의 아들이 혼외자로 인정받지 못할 때 법원에 “친자로 인정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는 것인데, 이번 사건은 임씨가 자신의 아들이 채동욱 총장의 아들이 아니라는 상황이기 때문에 임씨가 친자확인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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