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당뇨 앓는 발 저림 환자 침 시술하다 괴사로 절단한 한의사 무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1심, 무죄→2심, 유죄 벌금 500만원→대법원, 무죄 취지 파기환송 기사입력:2014-08-06 18:51:31
[로이슈=신종철 기자] 당뇨병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가 발 저림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한의원을 찾았는데, 한의사가 혈당수치를 측정하지 않은 채 침 시술을 시행하다가 결국 2차 감염으로 발이 괴사돼 절단한 경우 한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없을까?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J씨는 1999년부터 당뇨병으로 대형병원에서 정기적인 치료를 받아오다, 2008년 2월 서울 서초구에서 한의사 A씨가 운영하는 한의원을 찾아가 왼쪽발 저림 증상을 의뢰했다.

한의사 A씨는 J씨의 왼쪽 발에서 종아리 중간까지 피부가 검붉은 색으로 나타나고 하지부 염좌 등으로 진단했다.

이후 A씨는 3개월 동안 총 16회에 걸쳐 진료하면서 단 한 번도 혈당수치를 측정하지 않은 채 J씨의 왼쪽 무릎 아래 부위와 왼쪽 발 바깥 복사뼈 뒷면과 아킬레스건 사이의 패인 부위에 침을 놓는 시술, 왼쪽 종아리 정맥류에 침을 놓아 피를 뽑는 사혈시술 및 부황시술을 시행했다.

A씨는 2008년 3월경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J씨에게 “사혈로 인해 나쁜 피가 몸 밖으로 배출되는 현상으로 크게 격정하지 않아도 된다. 왼쪽 발에 혈액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신호이므로 발 부위에 탄력이 생기면 통증은 크게 완화 될 것이니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괜찮아 질 것”이라고 설명하며 동일한 시술을 반복했다.

그러다 결국 J씨는 2차 감염으로 왼쪽 발 괴사 등의 상해를 입었고 결국 발을 절단했다.

검찰은 “한의사 A씨가 당뇨병을 앓던 피해자(J)의 경우 다리의 혈관이 좁아져 말초신경병증이 발생하는 당뇨족 가능성이 높으므로 혈당수치를 지속적으로 측정 관찰해야 하고, 침 또는 뜸으로 인한 상처 발생 및 감염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어야 하며, 회복이 어려운 후유증의 발생 개연성이 높은 경우에는 치료를 중단하고 전문병원으로 전원시켜 전문의로 하여금 치료하게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며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한의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전원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자가 치료시기를 놓쳐 왼쪽 발 괴사의 상해를 입게 됐다는 것이 입증돼야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치상죄의 죄책을 부담시킬 수 있다”며 “피해자가 피고인 때문에 당뇨병 치료기회를 놓치게 됐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인에게 전원조치 의무위반으로 인한 업무상 과실치상죄의 죄책을 부담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2심은 A씨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비록 진료 목적이 당뇨병 치료가 아니라 피해자의 발 저림,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었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당뇨족으로 인한 발 괴사의 가능성에 유의해 침, 사혈 등 한방시술로 인한 세균감염의 위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필요한 경우 전문병원으로 전원시켜 전문의로 하여금 치료하게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로 인해 피해자가 왼쪽 발 괴사 등의 상해를 입게 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사실을 오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유죄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일반적인 한의사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했을 때, 당뇨 병력이 있는 피해자에게 침을 놓거나 사혈을 한 행위 자체만으로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괴사돼 절단된 피해자의 족부에서 배양된 균들은 통상 족부에서 발견되는 것이어서, 이런 균이 피고인이 침 등을 시술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균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는 피고인의 한의원에 다니던 중에도 대형병원에 가 당뇨병 치료를 받는 사실을 말했기 때문에, 피고인으로서는 당뇨병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알아서 다니던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런 사실관계와 법리에 비춰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보편적인 한의사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피해자에게 왼쪽 발 괴사 등의 상해가 발생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세균 감염의 위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거나, 제때에 피해자를 전문병원으로 전원시키지 않은 잘못을 저질렀다고 봐 유죄로 판단했으니, 이런 원심 판결에는 형사상 의료과실 및 인과관계의 증명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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