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는 불법정치개입 및 대선개입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은 인정한 반면, 공직선거법 위반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청와대 살리기 위해 민주주의를 죽인 판결>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했음에도 선거법으로 처벌 못하는 슬픈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참여연대
이미지 확대보기참여연대는 “재판부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선거법 위반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선거법 위반 유죄 선고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으로 명백히 ‘정치적 판결’”이라며 “청와대를 살리기 위해 민주주의를 죽인 판결이라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또 “재판부는 국정원 심리전단의 댓글과 트위터 활동이 국정원법 위반에는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국정원 직원들이 쓴 글들이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글임은 인정했다”며 “하지만 특정후보의 당락을 목적으로 했다고는 보지 않는다면서 선거법 위반은 무죄로 선고했다”고 판결 내용을 전했다.
이어 “재판부는 선거시기에 가까울수록 트위터 글의 숫자가 더 늘지 않았고, 선거 시기에 다가갈수록 원세훈 원장이 정치적 논란에 휩쓸리지 말라는 주의성 지침을 내린 것에 주목했다”며 “그리고 트위터와 댓글활동은 선거 이전부터 계속 진행된 일이기에 선거에 개입할 것을 목적에 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선거법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기 위해 억지로 만든 궤변”이라고 일축했다.
참여연대는 “양적으로 줄어들었는지는 몰라도, 선거 목전까지 정부와 여당 후보를 추켜세우고, 정부에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시민단체의 활동과 야당 후보를 비방한 글들을 인터넷에서 조직적으로 유통시킨 행위는 이어졌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실제로는 선거개입을 부추기면서, 남들 눈에 띌까봐 선거 공정성을 지키라는 면피성 지시를 내리면 처벌하지 못한다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으며 “선거 전부터 한 일이라고 면죄부를 주면, 선거운동기간 이전에 시작한 불법행위는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빠져든다”고 일침을 가했다.
참여연대는 “선거의 공정성을 깨뜨렸는데도 선거법 위반이라고 보지 않는 것은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선거법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규정했다.
참여연대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행위는 선거의 공정성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범죄행위인 만큼 국민들은 이번 판결에 주목하고, 부당한 정치개입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함께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길 기대했다”며 “그러나 이번 판결은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에 제기될 파장을 고려한 것으로, 청와대를 살리기 위해 민주주의를 죽인 판결”이라고 거듭 비난했다.
또 “게다가 이 판결은, 선거의 공정성을 깨뜨리는데 정부기관이 나서도록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범국민적 운동을 훼손한 판결로 사법부가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참여연대는 “1심 재판부의 편협한 관점에 따른 판결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이 선거에 불법 개입했고, 공정성이 깨진 상황에서 18대 대선이 치러지고 여당 후보가 당선됐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는 “선거의 공정성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그런 만큼 정부기관들의 부당한 선거 개입을 처벌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법원은 국민들이 이번 판결에 느낄 분노와 실망을 직시하고, 항소심에서 이번 판결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기관들이 선거에 개입하는 어떤 시도도 금지하는 판결을 선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