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대포통장 주인에 소송 내 받은 건?

대법원 첫 판단…대출 받으려 건넨 통장이 전화금융사기 통장으로 사용될 것 몰랐다면 면책 기사입력:2015-01-15 18:30:05
[로이슈=신종철 기자] 통장 명의인이 대출 목적으로 통장 등을 교부하면서 그 통장이 전화금융사기 즉 보이스피싱에 사용될 것을 모른 경우, 그 통장이 범행에 사용됐어도 피해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본인이 주의 또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만약 통장 명의인이 이를 알았던 경우라면 방조에 의한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단지 대출받을 목적으로 통장을 교부한 통장명의인이 사기범과 함께 보이스피싱 피해자에 대해 과실방조에 의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최초의 판단이다.
법원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에 사는 A씨는 2011년 9월 검찰청 여검사를 사칭하는 전화를 받았다. “당신의 은행 계좌가 사기 사건에 이용돼 확인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전화를 건 상대방이 지시하는 대로 자신의 농협 계좌에서 K씨의 국민은행 계좌로 600만원을 인터넷뱅킹으로 이체했다.

‘보이스 피싱’으로 불리는 전화금융 사기였다. 여검사 사칭에 감쪽같이 속았다. 이후 A씨는 국민은행에 연락해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이미 범인은 돈을 인출한 뒤였다. 그 통장에는 5000원만 남아 있었다.

K씨 역시 범인이 “대출해 주겠다”며 접근하자 자신의 국민은행 계좌 통장과 현금카드, 비밀번호, 주민등록증 사본 등을 넘겨줬을 뿐, 구체적인 범행사실은 알지 못했다.

A씨는 “K씨가 국민은행 예금주로서 계좌 이체를 받음과 동시에 600만원을 인출해 부당이득을 봤으므로 이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K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는 또 “K씨가 전화금융사기에 적극 가담하거나 공모하지는 않았더라도 자신 명의 통장, 현금카드 및 비밀번호 등을 알려줄 경우 범죄에 사용될 것임을 충분히 예견하면서도 건넸으므로, K씨에게 전화금융사기 범행의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1심 인천지법 단독판사는 2012년 4월 A씨가 K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로서는 성명불상자에게 통장과 현금카드를 교부하고 비밀번호를 알려줄 당시 그 통장과 현금카드 등이 원고와 같은 불특정 다수인들을 기망해 그들로부터 돈을 이체하게 하여 이를 편취하는 ‘보이스피싱’ 범죄행위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따라서 피고는 과실방조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원고도 전화금융사기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검찰청 검사임을 사칭하는 여성의 전화에 아무런 확인절차도 없이 경솔하게 돈을 이체한 잘못이 있고 이런 원고의 과실 또한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기여했다”며 A씨에게도 50%의 과실 책임을 인정했다.

반면 항소심인 인천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강재철 부장판사)는 2012년 8월 1심 판결과 달리 “피고는 국민은행 통장에 남아있는 5000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통장에 남아 있는 5000원은 K씨의 실질적인 이익으로 봐서다.
재판부는 “피고도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는 기망행위에 속아 자신의 예금통장과 현금카드 등을 교부하게 됐고, 보이스피싱 범행은 그 직후 발생한 점, 피고가 통장 교부행위로 어떠한 금전적 대가를 취득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는 점, 그 밖에 제도권 내에서 대출을 받기 힘든 저신용등급자의 절박한 경제사정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가 성명불상자에게 자신의 예금통장과 현금카드를 교부할 당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예견하면서도 양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A씨는 “전화금융사기의 경우 속칭 대포통장이 없이는 범행자체가 성공할 수 없으므로 피고의 통장 등 교부행위와 원고의 피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된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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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법원 제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5일 보이스피싱 피해자 A(43)씨가 “600만원을 돌려달라”며 통장대여자 K(34)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 상고심(2012다84707)에서 “통장에 남은 잔액 5000원만 돌려주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통장 등을 양도한 명의자에게 과실에 의한 방조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통장 등을 양도할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에 기초해 통장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개별적인 거래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점과 그 불법행위에 통장 등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점을 명의자가 예견할 수 있어 통장 등의 양도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피고가 성명불상자에게 자신의 통장과 현금카드를 교부할 당시 통장 등이 보이스피싱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견하면서도 양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사 피고에게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고 명의의 계좌는 이미 원고가 성명불상자에게 기망 당한 후 재산을 처분하는데 이용된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 등에서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과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통장명의인이 사기범과 함께 보이스피싱의 피해자에 대해 과실방조에 의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최초의 판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보이스피싱의 폐해가 크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통장명의인의 위와 같은 통장 교부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해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과실방조에 의한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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