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공익의무
김 한가희 변호사(법무법인 솔론, 현재 미네소타 로스쿨 유학)
김 한가희 변호사
이미지 확대보기겨울 방학 동안 봉사활동을 한 곳은 ‘홈라인(Home Line)’이라고 임차인을 위한 무료 법률상담을 제공해주는 곳이었다. 변호사가 3명 정도 있는 소규모 비영리 단체였다. 내가 맡은 업무는 임차인이 전화를 걸어오거나 음성녹음으로 자신들의 문제를 간략히 소개해 놓으면 저장된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어 자세한 문제를 듣고 그 내용을 사무실의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하는 일이었다. 토종으로 미국에 유학 온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전화로 미국 임차인들과 통화를 한다는 것이 그 당시로서는 스트레스였다. 특히 임차인 분들이 대개 남미에서 온 분들이거나, 아프리카-아메리칸(Africa American) 분들이어서 그런지 그 분들의 발음을 알아듣기 힘들었다.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니 이 또한 좋은 경험이었다.
미네소타에서 뉴욕으로 거주를 옮겨 한 봉사활동에는 뉴욕 주 롱아일랜드 지역에서 이동식버스에 차려진 임시상담소에서 현지 변호사의 지도 하에 약속을 잡고 상담을 하러 온 손님들로부터 간단한 신상 정보와 그 분들이 접한 법률문제에 대해 조사를 하는 일이었다(이를 ‘인테이크(intake)’라고 표현 하였다). 이 밖에도 재향군인들의 유언장 작성을 도와주거나, 이혼 신청 서류의 작성을 도와주는 활동도 있었다. 보다 넓게는 시 의회의 회의나 법원 재판 등을 방청하고 비영리 기관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활동도 법률봉사로 인정되고 있었다.
최근 변호사의 공익의무 시간과 관련하여 많은 의견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연간 20시간의 공익 봉사활동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제기 된 것 같다. 변호사들이 공익의무 시간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 과연 공익의무 시간이 길어서인지, 아니면 공익의무를 할 수 있는 방법이나 기관이 마땅치 않아서인지를 먼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자원 봉사를 해보니, 공익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기관들이 많고, 봉사활동으로 인정될 수 있는 범위도 넓어 공익의무를 하는 것에 별다른 부담을 느끼지 못했다. 어쩌면 우리 변호사들이 공익의무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공익활동 기관이나 공익활동 인정 범위에 있는 것이 아닐까. 유언장 작성을 도와주거나 시 의회 방청 등까지 법률봉사로 인정하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공익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블루오션’을 발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변호사의 공익의무 시간의 장단을 논하기 앞서, 공익의무를 하고 싶어도 이행하기 어려운 애로사항에 대해 조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회 정의에 기여하는 것이 변호사의 소명인 만큼 변호사의 공익활동이 보다 활성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