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환 전 헌법재판관
이미지 확대보기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에 대해 헌정중단을 우려하며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서도 송두환 전 재판관은 일축했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맨 우측)
이미지 확대보기송두환 전 헌법재판관
이미지 확대보기동료 변호사들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면서다.
먼저 전국의 변호사 3288명이 참여한 ‘전국 변호사 비상시국모임’은 11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헌정질서와 법치주의 회복을 위한 변호사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전국 변호사 비상시국모임’은 “대통령의 퇴진만이, 전대미문의 이번 사태로 한없이 끓어오르고 있는 국민적 분노와 허탈감과 모욕감으로 갈기갈기 찢긴 국민의 상처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길이 될 것”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시국선언 발표에는 ‘전국 변호사 비상시국모임’과 함께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최재호 인천지방변호사회 회장, 이재동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 정선명 울산지방변호사회 회장, 노강규 광주지방변호사회 회장, 황선철 전북지방변호사회 회장, 고성효 제주지방변호사회 회장이 공동의장으로 나섰다. 장성근 전국지방변호사협의회 회장도 공동의장으로 참여했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정연순 회장도 참석했다.
‘전국 변호사 비상시국모임’은 “최순실로 표상되는 국헌문란과 국정농단의 치욕적 재앙의 역사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권력자들은 감히 몰랐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라며 “‘최순실’을 거대한 괴물로 만들고 그에 업힌 대통령뿐만 아니라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 집권여당, 공안조직, 대기업 등 우리 사회의 지배 권력은 모두 한통속이 돼 오늘의 사태에 이르게 했다”고 통탄했다.
이어 “행여 이들이 이러한 일련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파괴행위를 전혀 몰랐다고 변명한다면, 그들은 결코 그 자리에 있지 말아야 했던 무능한 역사적 범죄자일 뿐이다”라고 질타했다.
‘전국 변호사 비상시국모임’은 “사회정의와 인권옹호를 기본적 사명으로 한다는 우리 변호사들은, 이제 국가와 국민이 우리 법률가들에게 부여한 소임에 따라, 헌정파괴행위에 앞장섰던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전ㆍ현직 핵심간부들, 집권당의 핵심세력들, 재벌 등 이 사태의 핵심세력들을 청산하고 그들이 찬탈한 권력을 국민에게 다시 돌려주는 일에 겸허하게 나서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하라”며 “이것만이 전대미문의 이번 사태로 한없이 끓어오르고 있는 국민적 분노와 허탈감과 모욕감으로 갈기갈기 찢긴 국민의 상처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퇴진을 촉구했다.
‘전국 변호사 비상시국모임’은 또 “국회와 제 정당은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이번 사태의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고 범법행위자들이 정의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여 헌정질서를 수호하라”고 요구했다.
변호사회관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변호사들은 거리행진을 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며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했다.
거리행진의 사회를 맡은 오영중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는 “박근혜는 퇴진하라”, “민주주의 지켜내자”, “우병우를 구속하라”, “법치주의 지켜내자”라고 선창했고, 행진에 참여한 많은 변호사들이 함께 외쳤다. 주최측에서는 200여명의 변호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했다.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발언하는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
이미지 확대보기송두환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대북송금 특검(특별검사), 헌법재판관 등을 역임했다.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
이미지 확대보기송 전 재판관은 “법조인들은 본래 사회를 맨 앞장서서 이끌고 가는 것이라고는 생각을 안 할 것이다. 그런데 법조인 우리가 한두 발짝 뒤쳐져서 가도 안 되고, 법조인들은 항상 사회현상의 진행을 면밀하게 열심히 관찰해 보다가 (시민들의) 딱 반 발자국 뒤에서 맞춰가고 그리고 필요하면 그분들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 법조인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
이미지 확대보기그는 “그런데 박근혜 퇴진론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가진 분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헌정이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한다”며 “과연 그럴까요. 거의 한달 가까운 동안 매일매일 접하는 뉴스를 통해서 우리 대한민국의 헌정이 사실은 심각하게 파괴돼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반박했다.
송 전 재판관은 “이러한 헌법파괴, 헌정파괴 행위를 우리가 어떻게 하면 가능한 최단시간 내에 종식시키고, 그 헌법파괴 행위를 중지시키고, 그래서 새로운 헌정질서를 어떻게 최단시간 내에 재건하고 복구할 수 있느냐가 우리에게 주어진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송두환 전 재판관은 그러면서 “따라서 ‘헌정이 중단돼서는 안 된다’는 박근혜 퇴진의 반대 논리가 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
이미지 확대보기송 전 재판관은 “그런데, 우리 헌법은 왜 대통령이 궐위가 되거나 또는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왜 권한대행 총리를 세우고 대선을 2개월 내에 진행하라고 규정을 했을까요. 그 헌법의 뜻이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 헌법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헌법은 이렇게 판단한 게 아닐까요. 선거운동기간이 대통령을 새로 뽑을 시한을 2개월로 정할 거냐, 6개월, 아니 1년으로 정할 거냐에 대해 헌법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
이미지 확대보기송 전 재판관은 “대내적으로나 내외적으로나 우리 국정을 이끌어가 권위와 신뢰는 현재 무너진 상태다”라며 “우리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이건, 지지하지 않은 사람이건 이 냉엄한 현실은 그대로 인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전제로 볼 때 (대선을 2개월 내에 실시하도록 한) 헌법은 이렇게 판단한 것이다. 대통령을 선출하는 절차가 계속 졸속으로 이를 위험성이 있고, 정말 최선의 지도자가 아니고 뒤의 버금가는 지도자가 뽑힐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보다 훨씬 위험한 것은 이런 국정 공백상태가 장기화 되는 것을 헌법은 판단한 것이 아닐까요”라고 제시했다.
이에 경청하던 변호사들은 함성과 함께 큰 박수를 보냈다.
가두행진에 참여한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맨 우측)
이미지 확대보기송 전 재판관은 “이러한 지금 현재의 혼란 상태를 우리가 1년 4개월 동안 방치하면 지금까지 진행돼 왔던 헌정파괴 행위를 완성하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결과가 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에서 정말 근심과 걱정이 많다. 이런 걱정은 우리가 현재 공직에 근무하는 검찰, 경찰, 정치인은 물론, 현직에 있지 않은 재야 변호사들, 일반 시민들도 이런 한 가지 걱정은 우리가 공동으로 가져야 할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송두환 전 재판관은 “(박근혜 퇴진) 이런 관심을 오늘 하루로 끝날 게 아니고, 지속적으로 고민과 탐색을 해서 현재의 (국정공백) 상태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우리 공동의 노력을 해나가자”고 마무리했다.
오영중 변호사는 집회 마무리에서도 “박근혜 퇴진하라”, “우병우를 구속하라”, “민주주의 지켜내자”, “법치주의 수호하라”고 선창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