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 설치 판결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현병철 위원장 성명을 통해서다.
먼저 휠체어를 사용하는 지체장애인 김OO 외 4명이 국가와 국토교통부, 서울시, 경기도, 버스회사 2곳 등을 상대로 차별구제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제46민사부는 지난 10일 휠체어를 사용하는 원고들이 시외버스 및 시내버스 중 광역급행형, 직행좌석형, 좌석형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버스회사 2곳에 휠체어 승강설비 등 승하차 편의를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원고들이 국토교통부장관, 서울특별시장, 경기도지사에 대한 청구 및 피고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경기도 등에 대한 기타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이와 관련, 인권위는 “법원이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동등하게 시외 및 광역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버스회사에 정당한 승하차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정하고 있는 차별행위의 중지, 개선, 시정 등 법원의 적극적 조치를 활용한 판결을 함으로써 향후 장애인의 시외 이동권이 개선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인권위는 그러나 “법원이 교통행정기관인 국토교통부장관, 서울시장, 경기도지사가 시외 및 시내버스(광역급행형, 직행좌석형, 좌석형)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설치하는 것에 관해 어떠한 계획 내지 방안도 마련하고 있지 않은 점에 대해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정하고 있는 정당한 편의 미제공에 따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휠체어 승강설비의 도입을 위한 시책의 추진, 재정지원 등을 적극적 조치로서 명하는 것은 법원이 명할 수 있는 구제조치의 영역을 넘어서고, 차별행위의 시정을 위한 적합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점에 대해서는 많은 아쉬움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인권위는 2006년 1월 교통약자법이 시행된 후 9년이라는 세월이 경과했음에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행 중인 고속 및 시외버스에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탑승할 수 있는 버스가 한 대도 없는 점과 관련해, 국가가 장애인차별금지법, 교통약자법, 장애인권리협약, 장애인복지법 등에 규정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을 위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 5월 국회의장, 기획재정부장관, 국토교통부장관, 광역지자체의 장에게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법원의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장애인이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이 고속, 시외버스를 포함한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비록 법원이 교통행정기관인 국토교통부장관, 서울시장 등에 대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 기관들의 정당한 편의 미제공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정하고 있는 차별행위임을 인정했다는 점을 감안해, 국가 및 지자체가 장애인이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적ㆍ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을 해야 할 의무를 다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