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인박찬운한양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사진=페이스북)
이미지 확대보기현재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와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 그리고 법대교수들로 구성된 대한법학교수회는 사법시험 존치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으로 구성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사법시험은 예정대로 2017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때문에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 통과해 변호사로 20여년을 활동하고, 현재 로스쿨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박찬운 교수가 9일 페이스북에 올린 <사시존치를 주장하는 변호사회와 법조인분들께>라는 글에서 ‘사법시험 존치’ 논란에 대한 진단과 대안 제시가 눈길을 끌고 있다.
왜냐하면 로스쿨 교수로서 드물게 로스쿨의 문제점을 인정하며, 나아가 예를 들어 “사시(사법시험) 존치에 버금가는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도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도록 실시하는 자격시험인 ‘예비시험’을 도입하는 게 차선책”이라는 절충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박찬운 교수는 “이 글이 꽤나 파문을 일으킬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부디 이 글을 읽는 특히 법조인들께 저의 충심이 전달되길 바랄뿐이다”라며 혹시 모를 오해를 차단했다.
이 때문인지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들이 댓글을 통해 박찬운 교수의 글에 ‘교수님과 대화가 통한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특히 부장판사 출신인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예비시험 도입에 반대하는 댓글을 남기며 관심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청년변호사협회 회장 출신으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역임(2013년 1월~2015년 1월) 할 때는 물론 현재도 사법시험 준비생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사법시험 존치에 앞장서고 있는 나승철 변호사가 의견을 남겼다.
나승철 변호사는 “교수님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바가 많지만, 예비시험은 오래 전에 로스쿨이 먼저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사시존치마저 거부하고 있습니다. 장학금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로스쿨의 지난 7년은 장학금 감축의 역사였습니다”라고 로스쿨을 지적했다.
나승철 변호사는 “4년 전에 숙대(숙명여대) 토론회에서 교수님을 처음 뵈었을 때 교수님의 지적에 상당히 공감했었습니다. 로스쿨이 그때 교수님의 지적대로 문제의식을 갖고 먼저 개혁에 나섰다면 오늘날과 같은 상황은 없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여전히 로스쿨의 공식입장은 ‘로스쿨은 아무 문제도 없고 로스쿨의 문제점이라고 지적되는 것들은 허위사실이다’라는 것입니다”라고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를 비판했다.
오민석 변호사도 “교수님처럼만 대화가 통하면 정말 좋을 텐데요”라고 “로스쿨 측이 사시(사법시험) 출신들을 구시대 악의 축처럼, 반드시 척결돼야 할 대상인 것처럼 먼저 공격했었지요. 전관예우나 대단한 기득권 누려본 적이 없는 변방의 사시 출신들도 상처 많이 받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김현우 변호사도 “교수님 말씀에 상당부분 동의합니다만 이는 거꾸로 로스쿨협의회(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게 해당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로스쿨협의회는 사법시험이든 예비시험이든 로스쿨을 거치지 않아도 변호사가 될 길을 열어주면 로스쿨이 자멸한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직업의 자유를 학력과 재산으로 제한하는 것이 합헌적인 제한인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는 채 그저 기득권만 지킬 심산인 듯 합니다. 이러면 대화가 안 되는 거죠”라고 말했다.
김태환 변호사는 댓글에서 “교수님과 의견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교수님처럼 로스쿨에 몸 담고 계신 분들 중에 교수님만큼만 문제의식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있으면 논의가 훨씬 발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며 “좋은 글 잘 감사하다”고 표시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댓글을 남기며 관심을 나타냈고, 게다가 박찬운 교수가 다시 댓글을 달며 의견을 교환해 눈길을 끌었다.
윤진수 교수는 “현재 로스쿨 교육에 개선할 점이 많다는 것은 로스쿨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도 상당수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시 존치나 예비시험 도입은 모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라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윤진수 교수는 “사시를 존치해도 100명이나 200명을 뽑는다면 로스쿨에 직접적인 위협은 되지 않습니다”라며 “그러나 종래의 사시 합격율에 비추어 보면, 합격될 수 있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사시에 매달리게 하는 것은 지극히 비효율적입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윤 교수는 “그리고 예비시험제도도 일본의 예에 비추어 보면 부작용이 매우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본에서는 우수한 학생들이 로스쿨을 거치지 않고 바로 예비시험을 통해 신사법시험에 합격해서 로스쿨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말을 일본 교수로부터 들었습니다. 금년에 예비시험 출신 합격자가 전체의 10%가 넘었다고 합니다”라고 전했다.
이에 박찬운 교수는 다시 장문의 댓글을 달며 “제가 말씀드리고자 했던 것은 변호사회가 사시존치에 올인하지 말고, 로스쿨을 개혁하는 데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었다”며 “예비시험 제안은 고육지책으로 한 것이지, 이게 최선은 아니다. 사시를 존치시킬 바에야 그렇게 하자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본지는 박찬운 교수가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을 게재함으로써, 사법시험 존치 논란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 교환의 장을 만들고자 한다.
▲박찬운한양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가8일페이스북에올린글일부
이미지 확대보기다음은 박찬운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페이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
<사시존치를 주장하는 변호사회와 법조인분들께>
이 글이 꽤나 파문을 일으킬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분들, 특히 법조인 여러분들께 저의 충심이 전달되길 바랄뿐이다.
[1] 사시존치와 로스쿨 문제에 대해서 나는 몇 차례 이곳에 의견을 올린 적이 있다. 간단하게 내 의견을 정리하면 이런 것이었다.
1. 로스쿨이 도입되었지만 수다한 문제가 있다. 로스쿨에서 유능한 법률가를 양성하는 것은 지금 상황으론 어렵다. 로스쿨의 교육수준을 높이기 위해 많은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로스쿨은 개혁되어야 희망이 있다.
2. 그 중에서도 수업 연한이 짧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폐지된 법학부의 부활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3. 사시존치론자의 주장도 경청해야 하지만 사시존치로 귀결되는 것은 곤란하고, 굳이 그 취지를 살리겠다면, 사시존치에 버금가는 예비시험(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도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도록 실시하는 자격시험)을 도입하는 게 차선책이다. 변호사가 되는 길은 변호사시험과 사법시험으로 2원화하는 것보다 변호사시험으로 1원화 하는 게 낫다.
[2] 최근 변호사회와 일부 사시출신 변호사들이 주장하는 사시존치는 이제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존치 가능성도 높아졌다. 사시존치론자의 주장을 단순하게 정리하면 이런 것이다.
1. 로스쿨은 돈 스쿨이므로 희망의 사다리가 될 수 없다.
2. 로스쿨 교육은 매우 부실하며 그 교육으론 유능한 법률가 양성은 불가능하다. 사법연수원이 각 로스쿨의 학생들에게 연수교육을 시키는 것은 로스쿨이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다.
3. 실패한 로스쿨이 법률가 지망생 모두에게 희망이 될 수 없으니 사시를 존치시켜 변호사시험 외의 또 다른 방법으로 법률가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3] 나는 위 주장에 많은 부분 동의하지만 상당부분은 도가 지나치고, 로스쿨 체제 하의 현 상태를 개선하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특히 변호사회는 로스쿨 교육에 비판자의 역할만 해서는 안 된다. 그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 나는 이 문제에 관심 있는 변호사회 관계자와 법조인들에게 다음 두 가지 상황을 우선 상기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
1. 로스쿨이 법률가 배출의 기본적인 시스템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시존치론자들이 로스쿨 문제를 많이 부각시켰지만 그렇다고 해서 로스쿨을 폐지하고 완전히 옛날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아니다. 그분들의 주장도 결국 로스쿨을 통한 변호사시험이 법률가 배출의 주된 통로라는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이제 로스쿨 시스템은 그 단점에도 불구하고 옛날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문제가 있으면 고쳐 써야지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2. 로스쿨 출신 변호사와 사시출신 변호사들의 알력이 매우 우려스런 상황이다.
최근의 사시존치와 관련된 논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시가 로스쿨 체제보다 일방적으로 우월하다는 주장이 난무하면서, 이미 배출되었거나 앞으로 배출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크나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와 사시출신 변호사의 관계가 매우 대결적 상황으로 치달아 갈 것이 틀림없다. 이미 이런 조짐은 지난 변호사회 임원선거 때부터 시작되었고, 그 선상에서 최근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전국 모임까지 만들어졌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시간만 가주길 바랄지도 모른다. 몇 년 지나면 자연스럽게 변호사회를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그들은 생각할 것이다. 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가면 어느 날 갑자기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변호사회를 장악하고 사시출신 변호사들과 수의 싸움을 벌이는 것도 피할 수 없다고 예측한다. 그런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갈등은 지금 막아야 한다.
[4] 나는 변협을 포함한 변호사회 그리고 사시존치를 주장하는 변호사 분들이 우리 법조계와 사법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것을 추호도 의심치 않는다. 그러기에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한번 생각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1. 사시존치를 주장하더라도, 그 이유를 로스쿨이 갖는 한계에서, 그 보완책으로 주장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2. 로스쿨이 법률가양성의 주된 시스템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로스쿨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주장은 극히 삼갈 필요가 있다. 그 대신 로스쿨 개혁의 목소리를 강력히 내야 한다. 그래야 지금 로스쿨 학생들과 장차 로스쿨에 들어올 학생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3. 사시존치가 법조계의 출신을 2원화해 분열과 알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로스쿨을 나오지 않고서도 변호사가 되는 길을 꼭 원한다면, 사시존치보단 그것과 취지를 같이하는 예비시험을 도입하는 것이 낫다. 다만, 이것은 차선이지 최선이 아니다. 로스쿨이 정상화될 수 있다면 이것마저 불필요하다.
4. 실무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사법연수원이 도와주는 것까지 잘못되었다 하면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 로스쿨 폐지를 주장한다면 몰라도 로스쿨을 인정하면서, 로스쿨이 어떻게 해서라도 실무교육을 시켜보려고 사법연수원 도움 받는 것까지 잘못되었다고 하면, 로스쿨은 갈 곳이 없다. 이것을 비난하기 보단 로스쿨이 스스로의 힘으로 제대로 된 실무교육을 시킬 수 있도록 변호사회가 나서서 도와주어야 한다.
5. 굳이 사시존치를 주장한다면, 그 전제로 법학부 부활을 외쳐야 한다. 만일 법학부가 부활되지 않고 사시만 존치되면, 당분간은 법학부 출신이 사시에 도전하겠지만, 불원간 사시는 비법학부 출신이 보는 시험이 될 것이다. 그들이 법학교육을 어디서 받겠는가. 독학이나 신림동 고시학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것을 정상이라고 할 순 없지 않은가.
6. 로스쿨 체제 하에서 변호사회는 사시존치보단 로스쿨 개혁에 더 비중을 두고 역할을 해야 한다. 로스쿨 시스템은 아직 정착단계가 아니다. 제대로 된 궤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개선되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이것을 로스쿨에만 맡길 수 없다. 변호사회가 나서 문제를 지적하고 고칠 것을 촉구해야 한다. 변협이 로스쿨 평가기관 아닌가. 변협이 리더십을 발휘해 로스쿨 교육의 방향을 고쳐나가야 한다. 변호사단체가 로스쿨 교육의 방관자로서 비판만 하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누구?
박찬운(53) 교수는 스물두 살 때인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률가가 됐다.
20대 후반과 30대 대부분을 변호사로서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과 난민법률지원위원장, 서울지방변호사회 섭외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시국사건 연루 양심범, 수용자 그리고 사형수의 인권을 위해 변호하며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40대 중반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국장으로서 사형제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인정 등 국가인권위의 대표적 인권정책 권고에서 실무책임을 맡았다.
현재는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