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 11월 6일 유엔(UN) 자유권규약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시민적ㆍ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4차 보고서를 심의했다.
이날 민변(회장 한택근)은 논평을 통해 “이 위원회는 한국의 보안당국이 국가보안법 제7조 위반 사례를 지속적으로 감시ㆍ적발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북한 등 반국가체제를 찬양ㆍ고무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국가보안법 제7조’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민변은 “사실 국제사회의 국가보안법에 대한 이러한 우려 표명과 폐지 권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유엔의 경우 지난 2011년을 비롯해 여러 차례에 걸쳐 국가보안법 전체의 폐지 내지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과 적대하고 있는 미국조차 지난 2008년 5월 마이클 S. 클러셰스키 주제네바 미국대표부 참사관을 통해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한국 정부는 국보법이 한국 내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지 못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국보법을 개정할 계획을 가지고 있느냐’면서 ‘우리는 한국이 국보법의 남용적인 해석을 방지하기 위해 개정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한 바도 있다”고 덧붙였다.
민변은 “국가보안법(국보법) 문제에 관해 미국 정부는 개정을 기본 방침으로 정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 국무부 또한 매년 발표하는 국무부 인권보고서에서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고 전했다.
민변은 “국가보안법은 지난 독재정권 시절 분단을 빌미로 압제와 인권유린에 항의하는 일체의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기능을 톡톡히 수행해 왔다”며 “독재체제 몰락과 함께 역사의 박물관으로 사라졌어야 할 국가보안법은 분단기득권 세력의 이해를 관철하는 도구로 살아남아 지금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을 해산하게 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종북프레임을 규범적으로 떠받치는 근거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우리의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의 여정에 제1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국가보안법”이라며 “그 중에서도 제7조는 국가보안법 전체의 문제를 압축하고 있는 대표적인 악법이자 독소조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991년 개정 이후 국가보안법 전체 발생 건수의 약 85% 가량이 제7조 사안이라는 점에서도 제7조가 국가보안법에서 어떤 위치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게 민변의 설명이다.
민변은 “미국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그간 끊임없이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우려와 함께 폐지 내지 개정의 권고를 해 온 것은 국보법이 민주주의와 평화라는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자연법 질서에 위반하고 역행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그럼에도 국가보안법의 생사여탈권을 지닌 우리 정부와 집권 여당, 그리고 헌법재판소, 대법원은 한목소리로 분단 상황을 운운하면서 국가보안법은 한 자도 고칠 수 없다는 완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 그러나 북한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을 지킨다는 것은 허울일 뿐, 국가보안법은 국민의 인권과 자유민주주의를 희생시켜 분단기득권 세력의 이해를 지키는 법으로 전락해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변은 “이러한 국제사회의 국가보안법에 대한 우려는 전적으로 타당하다고 보고 환영의 마음을 표명한다. 그러나 우리의 문제를 외부인의 입을 통해 듣고 있자니 심히 민망하고 부끄럽다”며 “틈만 나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민주주의를 성취한 선진국이라 자부하고 국격 운운하는 집권세력이 왜 유독 국가보안법에 관한 권고는 애써 무시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국가보안법, 문제의 본질은 수치다. 우리 내부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에 대하여도 이제 더는 부끄럽지 않기 위해 우리는 국가보안법 전체를 조속히 폐지할 것을 절절한 목소리로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