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댐 건설로 버섯농장이 수용된 L(50)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수용보상금증액 청구소송 상고심(2010두18413)에서 “수용보상금 3억6780만 원을 더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판결은 국가가 영농소득을 제대로 보상하지 않고 농지를 수용하는 관행에 경종을 울린 판결로 평가돼, 향후 무분별한 토지 수용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공익사업법의 취지와 헌법이 정한 정당한 보상의 원칙에 비춰 보면, 공공필요에 의한 수용 등으로 인한 손실의 보상은 정당한 보상이어야 하고, 농업손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수용되는 농지의 특성과 영농상황 등 고유의 사정이 반영된 실제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이 사건 정부 고시에서 농작물 총수입의 입증자료로 거래실적을 증명하는 서류 등을 규정한 것은 객관성과 합리성이 있는 증명방법을 예시한 데 지나지 않고, 거기에 열거된 서류 이외의 증명방법이라도 객관성과 합리성이 있다면 그에 의해 농작물 총수입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원심판결 의하면, 원고는 2004년도 영농수입에 대해 종합소득세 과세표준확정신고 및 자진납부계산서(과세자료)를 관할 세무서에 제출해 세금을 신고ㆍ납부했는데, 이 과세자료는 정부가 고시한 농작물실제소득인정기준 열거된 입증자료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그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제수입을 인정할 수 있는 객관성과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지난 2001년부터 김천시 부항면에서 대규모 버섯재배 농장을 운영해 온 L씨는 2005년 7월 건설교통부가 부항다목적댐 건설사업 고시를 냈고, 이에 따라 2008년 6월 버섯재배를 하던 건축물 등이 수용되는 과정에서 보상금이 실제 영농소득보다 적게 나오자 소송을 냈다.
L씨가 운영한 버섯농장엔 직원숙소를 지을 정도로 규모가 컸고, 버섯뿐만 아니라 버섯종균도 재배해 대형공판장 등에 판매해 왔다.
L씨는 “정부의 보상금은 버섯재배 건물의 실제 설치비용 및 영농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등 정당한 보상금에 비해 현저히 저렴하므로 정당한 보상금을 달라”고 주장했고, 1심과 2심은 L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보상금을 산정할 때 농작물에 대한 거래실적을 증명하는 서류, 예를 들어 백화점 등에서 발급한 거래실적 서류, 호텔에서 발급한 거래실적 서류, 식품제조업체가 발급한 거래실적 서류, 수출에 따른 수출신고필증 등 복잡한 서류를 갖추지 못했더라도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과세자료만으로 실제소득을 산정할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