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대웅 부장판사)가 22일 동장 모임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한 혐의(선거법 위반)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하자, 무소속 박주선 의원(광주 동구)은 <판결에 대한 소회>라는 입장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 박주선 의원 박주선 의원은 그동안 모두 5번 기소돼 4번 구속됐고, 구속된 4번 모두 무죄를 선고받는 진기록을 세워 ‘불사신’, ‘오뚜기’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데, 박 의원은 이를 ‘법살(法殺)’이라고 칭한다. 이날 벌금 80만원이 선고된 사건은 4번째 구속사건(무죄)과 병합심리된 사전선거운동 부분이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박주선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일단 안심할 수 있게 됐다. 우선 선거법 위반에 관해 대법원 판결까지 거친 상황이고, 또한 징역 10년 이상이 선고되지 않은 형사사건이 아닌 경우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없기 때문에 검찰이 상고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처음부터 들여다봤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작년 4ㆍ11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광주 동구 선거구 예비후보로 등록한 박주선 의원은 참모진에게 지시해 선거운동을 위한 동구 관내 13개 동마다 경선대책위원회 등 유사기관과 사조직을 운영하고 모바일투표 경선인단을 모집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박 의원은 또 동장 13명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는 등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도 받았다.
그런데 모바일 경선인단 모집을 독려하던 전직 동장 J씨가 선거관리위원회의 단속에 적발되자 현장에서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었다. 결국 박주선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해야 했고,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1심인 광주지법 제6형사부(재판장 문유석 부장판사)는 2012년 6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주선 의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러자 박 의원이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 중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구속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창한 부장판사)는 2012년 9월 박주선 의원의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하고, 동구청장과 동장들의 모임에 참석해 도와 달라고 한 부분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박 의원은 석방됐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지난 5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80만원이 선고된 박주선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사기관 및 사조직을 설립ㆍ이용한 부분에 대한 판단이 누락된 사전선거운동 부분을 추가로 심리하라”며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모바일 경선인단 모집 등과 관련한 혐의는 원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파기환송 사건을 심리한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대웅 부장판사)는 22일 사조직 설립과 선거인단 모집 등의 사전선거운동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고, 동장들에 대한 지지 호소 부분만 유죄를 인정해 박주선 의원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모바일 경선인단 모집을 위한 경선대책위원회 설립이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대책위 설립과 모바일 경선인단 모집에 공모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동장 모임에 참석해 ‘법테두리 내에서 도와 달라’는 취지의 발언 등을 한 것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해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박주선 의원의 발언은 “동장들이 술 취해 이야기하는 분위기에서 발언했고 일부는 자신을 칭찬하는 데 대한 답변과정에서 나온 점 등을 감안해 형량을 정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 박주선 “‘4번 구속, 4번 무죄’의 고난과 시련에 대한 아픔과 쓰라림을 형언할 수 없는 심경”
이날 판결이 나오자, 박주선 의원은 <판결에 대한 소회>라는 입장을 통해 그동안 겪은 심적 고통을 털어놓았다.
박 의원은 “진실과 정의를 찾는 길은 멀고도 험난했는데, 오늘 억울한 누명을 벗고 오해와 불신의 늪에서 빠져나와 기쁘다”면서 “또한 죽음에서 생환한 기쁨의 한편에는 한 인간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4번 구속, 4번 무죄’의 고난과 시련에 대한 아픔과 쓰라림을 형언할 수 없는 심경”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진실은 잠시 숨길 수는 있지만 영원히 지울 수는 없다”며 “이번 판결은 사필귀정의 천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해 줬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저는 그동안 ‘4번 구속, 4번 무죄’를 경험했다. 참으로 파란만장한 정치역경이었다. 상상할 수 없고 유례가 없는 동서고금의 전무후무한 법살(法殺)이었다”며 “저는 파렴치한 범법자의 낙인으로 인격은 파탄되고 평판은 무너져 만인의 조소와 지탄의 대상이 됐고, 가족마저도 사회의 냉대와 괄시를 받는 만신창이가 됐으며, 제가 겪었던 과정은 한 인간으로서는 참기 어려운 사실상의 사회적 생매장이요 죽음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법의 적용과 집행에 있어 편견과 선입견, 독단과 추측에 의한 법의 왜곡과 위법이 난무하고 더 나아가 여론의 노예로 전락한 국회의 원칙과 기준을 져버린 비겁함과 불법이 대한민국의 법치를 표류시키고 있다”고 비판하며 “저는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자화상이고 현주소이며 법살(法殺)의 희생자요 산 증인으로, 이제 다시는 이 땅에 저와 같은 억울한 법살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염원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겠다”며 “이제 국회의원으로서 지역의 발전은 물론, 법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건강한 사회,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진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박 의원은 “이번에 벌금 80만원이 선고된 부분은 세상을 요동치게 했던 ‘동장 투신과 관련된 경선부정사건’과는 별개로 기소된 소위 화순식당에서의 동장들에 대한 지지 부탁한 사안으로서 경선 부정사건과 병합심리된 사전선거운동 부분”이라며 “저는 그동안 모두 5번 기소돼 4번 구속됐고, 구속된 4번 모두 무죄선고를 받았으며, 다만 별개로 기소돼 위 동장 투신 사건과 병합심리된 사전선거운동 부분만 벌금 선고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박주선 의원은 누구? = 1949년 전남 보성 출신으로 광주고를 나와 서울법대를 졸업하던 해인 1974년에 치러진 제16회 사법시험에서 수석으로 합격했다.
이후 육군법무관을 거쳐 1979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해 1998년 2월 대검찰청 수사기획관(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김대중 대통령 법무비서관으로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이를 계기로 정계에 입문한 박 의원은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남 화순ㆍ보성에 출마해 당선됐고,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전국 최고득표율인 88.7%의 지지를 얻어 재선됐다.
작년 4월 치러진 제19대 선거에서 민주당 예비후보로 나왔다가 동장 투신 사건이 발생해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광주 동구에서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