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2008년 2월~2013년 1월) 당시 제기된 국민입막음소송 사례 분석을 통해, 이명박 정부에서 국가 또는 공직자가 공적 사안에 관한 국민의 다양한 표현에 대해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해 국민의 활발한 여론형성을 위축시켜왔음을 확인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기간 주요 국민입막음소송은 형사사건 24건, 민사소송은 6건으로 총 30건. 24건의 형사사건 중에서,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된 경우는 2건에 불과하다.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린 사건이 10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된 사건은 3건이었다. 7건은 고소인이 스스로 고소를 취소했으며, 2건은 아직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이다. 6건의 민사소송 중 국가기관이나 공직자를 비판한 시민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은 단 1건도 없다.
국민입막음소송이 종국적으로 검찰 무혐의, 법원에서 무죄 또는 손해배상책임 불인정이라는 결론에 따라 시민들과 언론의 비판, 풍자, 의혹제기가 부당한 것이 아니라고 판명되고 고소 및 소송을 제기한 정부나 공직자에게는 아무런 법적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정부와 공직자로부터 소송 등을 당한 이들은 그 과정에서 위축, 발언자제, 심적 부담, 대인관계의 단절, 재정적 부담 등을 경험하게 된다.
참여연대는 “이는 정부나 공직자들이 고소나 소송의 결과를 불문하고 고소나 소송을 제기하는 주된 목적이 당사자들을 위축시킴으로써 전반적인 국민의 공적 발언의 자제나 여론형성의 위축을 가져오려는 데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며, 이러한 의미에서 국민들의 비판적 여론 형성 자체를 차단하는 ‘국민입막음소송’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사회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됐다는 것이 국내외의 전반적인 평가였다. 2015년 8월 25일로 임기 절반을 넘어선 박근혜정부에서도 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들이 나타나는데, 특히 명예훼손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이를 정치적 비판을 봉쇄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고 참여연대는 진단했다.
실제로 박근혜정부의 임기 전반기(2013년 2월~2015년 8월) 동안 세계언론자유지수는 2013년 50위, 2014년 57위에 이어 2015년 60위로 하락했다.
참여연대는 “박근혜정부 전반기에 벌어진 국민입막음소송 주요 사례들을 살펴봄으로써 정부와 공직자들이 자신들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과 의혹제기, 풍자적 발언 등을 봉쇄하려는 경향과 그 특징을 밝히고자 한다”며 “나아가 국민입막음소송의 중단을 위해 정부와 공직자들의 태도 변화, 수사기관의 수사권ㆍ기소권 행사 자제, 관련 법률 개정 등을 제안하고자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박근혜정부의 국민입막음 사례 22선>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박근혜정부의 국민입막음 사례 22선> 보고서는 박근혜 정부가 임기 절반을 넘긴 지난 8월까지 정부와 공직자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이나 의혹 제기 등을 차단하기 위해 명예훼손, 모욕을 이유로 고소ㆍ고발하거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주요 사례 22건을 다루었다.
이 중 형사사건은 18건, 민사사건은 4건이다, 18건의 형사사건 중에서 현재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채 수사 중인 사건은 6건, 불기소처분이 내려진 사건은 5건, 기소된 사건은 7건이다.
18건의 형사사건 중 4건은 당사자의 명시적인 고소 없이 제3자의 고발에 의하거나 경찰 또는 검찰 등 수사기관의 인지에 의해 직권으로 수해여 기소한 사례이며, 4건 모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명예훼손죄 등으로 기소된 7건 중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경우는 1건이고, 1건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으며, 나머지 5건은 현재 재판 계속 중이다.
아울러 민사사건 4건 중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참여연대가 뽑은 박근혜정부에서의 첫 입막음소송 사례는 탈북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의 변호를 맡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장경욱 변호사 등 3명이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원 수사관들이 회유 및 협박 등으로 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2013년 5월 국정원 직원들이 장경욱 변호사 등 3명을 상대로 2억원씩 총 6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그런데 참여연대는 당사자의 고소에 의해 수사가 개시됐음에도 장기간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아 피의자들이 불안정한 법적 지위에서 해방되지 못하는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대표적으로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 의혹을 제기하는 방송을 했다가 국정원(국가정보원)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최승호 뉴스타파 PD의 경우 2013ㄴ년 10월 고소가 제기된 지 1년 10개월이 다 돼가고, 또한 이와 관련한 민사소송에서 최승호 PD의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확정됐음에도 여전히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있지 않아 피의자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에 담은 주요 입막음소송 사례로는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구조와 관한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해경이 홍OO씨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한 사건이 있다. 1심에서는 무죄가 났고, 현재 2심 진행 중이다.
세월호와 관련된 박근혜 대통령의 조문 및 생존자 위로와 관련해 연출 의혹을 제기한 CBS와 한겨레신문에 대해 청와대 비서실 등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다.
세월호 참사 후 박근혜 대통령이 안산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 당시 박 대통령이 유족으로 보이는 한 할머니를 위로하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됐다. 그런데 이 할머니가 유족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CBS는 “청와대 측이 할머니를 섭외해 조문장면을 연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대통령비서실과 김기춘 비서실장, 박준우 정무수석 등은 CBS를 상대로 8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했다.
또한 참여연대는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산케이 신문 지국장에 대해 명예훼손죄로 기소한 사건, 대통령을 둘러싼 비선 실세 의혹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대해 청와대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 대통령 풍자 전단을 배포한 박OO씨 등이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사건 등을 선정했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명박 정부에서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에서도 대통령과 청와대 등 핵심권력을 둘러싼 비판과 의혹 차단을 위해 국민입막음소송이 지속적으로 활용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당사자의 고소가 없이 제3자의 고발에 의하거나 수사기관이 직권으로 인지해 수사 및 기소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고 발언한 직후, 검찰이 전담팀까지 꾸려 명예훼손에 대한 수사 강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대통령을 포함한 공직자들이 개별적으로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검찰ㆍ경찰력을 자신들의 비판을 차단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온 것을 넘어, 공직자 및 정부에 대한 비판 차단을 위해 적극적이고 조직적으로 ‘동원’하는 특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참여연대는 “공직자 개인 또는 국가기관이 직접적인 고소 없이 보수단체 등 제3자의 고발에 의하거나 수사기관이 직접 나서 선제적으로 수사하고 명예훼손죄를 적용해 기소할 경우 비판여론과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고도 국민의 비판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위험성이 있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참여연대는 국민입막음소송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는 명예훼손 피해자가 될 수 없고, 공직자의 도덕성・청렴성이나 업무처리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법원의 일관된 입장에 비추어, 국가기관과 공직자들이 명분과 승산도 없으면서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막기 위해 국민입막음 소송을 남발하는 행태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무리한 국민입막음소송 시도에 대해 수사기관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함에 있어 신중할 것을 요구하고, 19대 국회에 제출돼 있는 국민입막음소송의 근거로 활용되는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조항의 개정을 내용으로 하는 형법 개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