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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규 변호사, 정부위탁업무 수행기관 심사의무 범위와 손해배상 여부

기사입력 : 2016.08.02 14:41

편집자 주 |본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변호사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정욱 변호사)와 법조인 칼럼 협조 체계를 구축해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공익활동의 보폭을 넓히고 있는 한국법조인협회가 앞으로 정기적으로 독자 여러분에게 법조인의 탁견을 제시해 드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로이슈 외부 법률가 판례 평석]

정부위탁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의 심사의무 범위와 손해배상 인정 여부
(창원지방법원 2016.6.23. 선고 2015나36734 판결)

전홍규 변호사
전홍규 변호사
전홍규 변호사(한국전기공사협회, 변호사시험 3회)


1. 사실관계

원고는 소외 A라는 전기공사업체를 합병한 전기공사업체이고 피고는 전기공사업법에 따라 설립된 전기공사업자단체이다.

원고는 2014. 12. 4.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이라고 한다)가 실시한 배전공사 협력회사 입찰에 참가하여 1순위 적격심사 대상자로서 적격심사를 거쳐 낙찰예정자로 선정되었다. 그런데 다음 순위 적격심사 대상자인 B업체가 원고가 적격심사 과정에서 제출한 피고 작성의 전기공사실적확인원이 허위라는 취지의 이의신청을 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들을 검토하여 한전에 실적확인원 중 허위로 신고한 실적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를 삭감하고 시공능력 재평가를 완료하였다는 내용의 통보를 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도 46건이 사실과 다르게 신고 되었으므로 이를 삭감하여 시공능력평가액 재평가 결과를 통보하였다. 그리고 위 삭감된 공사들 중 1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원고에게 합병된 A라는 업체의 실적이었다(합병을 할 경우 피합병업체의 실적은 합병업체에게 승계됨).

한전은 원고가 제출한 실적확인원이 부정 또는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판단하여 2014. 12. 26. 배전공사 협력회사 적격심사기준 제11조 제1항 제1호에 의해 원고에게 1순위 낙찰예정자 지위가 상실되었다는 통보를 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A업체의 공사실적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할 실사의무가 있음에도 A업체의 공사실적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허위의 내역이 포함된 시공실적을 공시하고, 그와 같은 내용의 실적확인서를 원고에게 교부함으로써 이를 신뢰한 원고로 하여금 A업체와 합병한 후 그 실적까지 포함한 상태로 이 사건 입찰에 참여한 것이고, 원고가 허위신고를 한 것으로 한전에 이 사건 통보를 함으로써 원고가 낙찰예정자 지위를 박탈당하였다고 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12억 원 중 일부인 2,500만 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법원의 판단

피고는 전기공사업법에 따라 시공능력평가 업무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으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으면서 2012. 6. 15. A업체의 신청에 따라 A업체의 실적확인원을 발급하였으며, 2014. 12. 23. 원고의 신청에 따라 실적확인원을 발급한 사실은 다툼이 없으나 ①실적확인원은 신청자가 주장하는 전기공사실적과 전기공사업법 시행규칙 제18조에 따라 피고에 제출된 전기공사실적이 같음을 확인하는 내용일 뿐 신청인이 주장하는 전기공사실적이 사실과 같음을 확인하는 내용이 아니라는 점, ②피고는 법정 서식의 전기공사실적 신고서와 그 첨부서류를 접수하여 관리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 신고된 내용과 첨부서류가 사실과 같은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확인하여 사실과 같음이 확인된 경우에만 전기공사실적확인원을 발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그와 같은 의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점, ③피고의 규모와 전국에 있는 전기공사업자의 수를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전기공사업자가 제출한 실적자료에 대하여 모든 실사의무를 인정하기 불가능하므로 피고의 지위는 일반적으로 전기공사실적을 증명하는 서류와 관련 첨부서류 등을 통하여 확인을 구하는 실적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확인하여 주는 정도이며 제3자의 이의신청 등을 통하여 그 실적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구체적인 실사의무를 부담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정도의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는 점, ④피고가 실적확인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 ⑤A업체가 허위신고를 한 것임이 확인되어 한전에 통보를 한 것이므로 이러한 행위가 불법행위이거나 그 행위로 인해 원고의 낙찰예정자 지위가 상실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1심과 2심 모두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검토

대상판결에는 크게 다음과 같은 쟁점을 살펴보아야 한다. 먼저 ①피고가 A업체에 대한 전기공사실적확인원에 기재된 전기공사실적이 사실과 다른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할 의무를 해태하였는지, ②원고가 1순위 낙찰예정자의 지위를 상실한 것이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인지, ③피고가 한전에 이 사건 통보를 한 것이 불법행위인지 여부이다.

첫 번째 쟁점과 관련하여 피고는 전기공사업법 제31조제4항, 시행규칙 제18조, 제19조에 따라 실적신청에 첨부된 서류를 검토하여야하는 심사의무가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제출된 서류가 별지양식과 다르다거나, 필수적인 부분이 빠져있다는 등의 형식적 심사의무를 넘어 해당 실적이 실질적으로 적법하게 인정될 수 있는 실적인지까지(즉, 허위실적이 아니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확인하는) 심사하여야 하는 적극적 심사의무가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등기공무원이라면 통상의 주의의무만 기울였어도 쉽게 발견하여 그 서류들이 위조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간과한 채 모두 적법한 것으로 심사하여 등기신청을 각하하지 못한 것은 등기공무원으로서의 통상의 주의의무를 해태하여 형식적 심사의무를 위반한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1993.8.24. 선고 93다11937 판결)

이 사건에서 피고는 위탁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행정청의 지위에서 실적신고를 받아 해당실적을 관리하는 자이므로 등기공무원과 다르게 볼 이유가 없으므로 피고에게는 위 대법원의 견해와 같이 적극적 심사의무가 아닌 형식적 심사의무가 인정된다 할 것이다. 그리고 형식적 심사의무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통상의 주의의무를 해태할 경우에는 위법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고가 실적을 접수받을 당시에 통상적 주의의무를 해태하였다고 볼 증거들이 없었으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것은 타당하다 할 것이다.

실무적으로도 연간 15,000회원사의 80만 건이 넘는 실적에 관하여 적극적 심사의무를 부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피고는 회원사들의 실적 등을 접수받아 시공능력평가를 하여 공시하게 되어있을 뿐이고 이러한 실적과 시공능력평가에 공신력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무서에 세금신고를 할 경우나 기타 공적기관에 신고를 하는 경우와 같이 별도로 적극적 심사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 형식적 심사의무만이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 쟁점으로는 원고가 한전에 입찰관련 허위의 서류를 제출하였다는 이유로 1순위 지위를 상실하게 되었는바, 서류를 발급한 피고의 책임이라는 주장이다. 즉, 피고가 허위의 서류를 발급하여 주었기 때문에 그것을 믿은 원고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1심과 2심 모두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해당 서류는 원고가 신고한 실적이 이와 같다는 것을 확인하여 주는 서류일 뿐이며, 원고가 신고한 실적이 사실과 같음을 확인하여주는 서류가 아니라는 점과 신고자가 허위의 내용을 직접신고(피합병 법인의 행위포함)한 것이므로 신고자의 책임이라 판단하였다.

첫 번째 쟁점에서 확인하였듯이 피고는 원고가 제출한 실적서류에 대하여 형식적 심사의무만이 있으므로, 실적접수 이후 피고가 발급하는 실적확인원 역시 해당 실적이 사실과 같음을 확인해주는 서류가 아니라 신고자가 제출한 실적이 이와 같다는 것을 확인하여 주는 서류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 번째 쟁점은 허위실적으로 인하여 기존에 발급하였던 실적확인원은 무효임을 한전에 통보한 행위가 불법행위인지와 그 행위로 인해 원고가 낙찰예정자 지위가 상실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재판부는 원고의 실적에 문제가 있다는 제3자의 이의신청이 있었다는 점과 그 실적을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었다는 점, 피고가 발행한 실적확인원이 무효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 결과를 한전에 의무적으로 통보를 한 것이므로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행정행위를 한 처분청은 그 행위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스스로 이를 취소할 수 있는 것이므로(대법원 1986.2.25. 선고 85누664 판결) 피고가 실적을 접수받을 당시에 형식적 심사의무만 있다고 하더라도 의심되는 사항을 발견하였다거나 제3자의 적법한 이의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실적을 바로잡을 수 있다 할 것이다. 또한 피고의 낙찰예정자 지위가 상실된 것은 피고의 통보로 인한 것이 아니라 원고의 허위실적 제출로 인한 것이므로 피고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므로 재판부의 판단은 타당하다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의 허위실적은 대부분 원고가 직접 제출하였던 실적이 아니라 원고가 합병을 하였던 피합병 법인의 실적이었던 점에서 원고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기공사업법과 상법에 따라 합병법인은 피합병 법인의 모든 권리·의무를 승계 받으며, 행정제재 사유도 승계가 된다. 원고는 피합병 법인이 행한 예전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합병 이후 지금 시점에 불이익을 받게 되는 점에 관하여는 별도의 행정소송을 제기하거나 이 사건 소송에서도 특별히 다투지 않았는데 이러한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행정쟁송의 경우 승소가능성이 없으므로(소송당시 피고는 유사한 건으로 수건의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었고 모두 승소한 상태였음) 민사상의 손해배상 청구를 통하여 피고가 위탁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승계 받은 실적 중에서 추후 허위실적이 발견되어 원고가 불이익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해당 실적을 심사함에 있어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면 허위실적을 신고한 피합병 법인에게 일정책임을 물을 수는 있겠지만 피고에게 책임을 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정부의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그 권한과 의무가 어디까지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로 보인다.


<전홍규 변호사 주요 약력>

한국전기공사협회 사내변호사, 법무법인 디카이온, 한국법조인협회 대외협력이사,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및 여성변호사 특별위원회 위원, 한국법학원 대의원, 대한상사중재원 조정위원, 대한전기학회 전기법제도연구회 위원, 서울시 공익변호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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