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정신병원 강제입원 못 시켜”…정신보건법 헌법불합치

기사입력:2016-10-01 09:54:55
[로이슈 신종철 기자] 헌법재판소는 9월 29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인의 진단이 있으면 보호입원이 가능하도록 한 정신보건법 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A씨는 2013년 11월경 정신보건법 제24조에 따라 자녀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의 입원 진단에 의해 정신의료기관에 강제로 입원됐다.

A씨는 “정신의료기관에서 입원치료를 받을 만한 정도의 정신질환에 걸려 있지 않았음에도 보호의무자의 동의로 강제입원됐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인신보호법 제3조에 따른 구제청구를 했다.

인신보호사건의 심리 계속 중, A씨는 “정신질환자 등의 강제입원 여부를 오로지 보호의무자의 동의와 정신과전문의 1인의 판단에 맡기고 있는 정신보건법 제24조가 신체의 자유,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앞서 지난 4월 14일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위헌제청 사건에 대해 공개변론을 실시해 당해사건 대리인, 이해관계기관 및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들은 바 있다.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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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보호입원은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를 인신구속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제한하므로, 정신질환자 본인에 대한 치료와 사회의 안전 도모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긍정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신체의 자유 침해를 최소화하고 악용ㆍ남용가능성을 방지하며, 정신질환자를 사회로부터 일방적으로 격리하거나 배제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헌재는 또 심판대상조항이 정한 보호입원의 요건은 보호입원의 적정성을 담보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이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를 요건으로 설정한 것은 보호의무자가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정신질환자 본인을 위해 최대한 이익이 되는 쪽으로 판단하리라는 선의에 기초하고 있으나, 보호의무자 중에는 부양의무의 면탈이나 정신질환자의 재산탈취와 같은 목적으로 보호입원을 악용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그 보호의무자의 동의권은 제한되거나 부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현행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의 이익을 저해하는 보호입원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를 충분히 마련하고 있지 않다”며 “소송이 제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해충돌이나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이해충돌이나 갈등이 모두 소송으로 발전하는 것도 아니므로, 정신보건법에 결격사유를 둔 것만으로는 보호의무자와 정신질환자 사이의 이해충돌을 적절히 예방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정신장애나 질환의 특성상 보호입원의 필요 여부에 관해 전문가의 의견이 필요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으나, 이러한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그 진단의 남용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입원치료ㆍ요양을 받을 만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지 또는 환자 자신의 건강ㆍ안전이나 타인의 안전을 위해 입원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권한을 정신과전문의 1인에게 전적으로 부여함으로써, 그의 자의적 판단 또는 권한의 남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정신과전문의가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진단 권한을 남용하는 경우 현행 정신보건법상 이를 막을 방법이 없고, 정신과전문의와 보호입원 된 정신질환자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보호의무자 동의 요건의 문제점과 정신과전문의 진단 요건에 관한 문제점들이 서로 결합하는 경우 보호입원 제도가 남용될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며 “보호의무자 2인이 정신과전문의와 공모하거나, 또는 그로부터 방조ㆍ용인을 받아 정신질환자를 보호입원시킬 수 있고, 이는 실제로도 종종 발생해 사회문제가 됐다. 또한, 사설 응급이송단에 의한 정신질환자의 불법적 이송, 감금 또는 폭행과 같은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호의무자와 의료기관 사이의 이해만 맞으면 얼마든지 정신질환자의 의사나 이익에 반하는 장기입원이 가능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2013년 통계에 의하면 평균입원기간은 정신의료기관의 경우 176일, 정신요양시설의 경우 3,655일에 이른다.

헌재는 “강제입원은 인신구속의 성질을 가지므로 부당한 강제입원으로부터 환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절차의 마련이 필요하다. 예컨대 당사자에 대한 사전고지, 청문 및 진술의 기회, 강제입원에 대한 불복, 부당한 강제입원에 대한 사법심사, 국가 또는 공적 기관에서 제공하는 절차보조인의 조력과 같은 절차가 보장될 필요가 있다”며 “그런데 정신보건법은 보호입원제도를 두면서 이러한 절차들을 전혀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더구나 피보호입원자는 정신의료기관으로부터 치료의 필요성이라는 이유로 통신ㆍ면회의 제유를 제한받을 수 있고, 또 정신의료기관 내에서 격리되거나 결박당할 수도 있다”며 “보호의무자나 정신의료기관장이 외부와의 접촉이나 퇴원을 원하는 피보호입원자의 입원을 장기화할 목적으로 이를 악용할 경우, 피보호입원자는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침해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입원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에 있어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만한 장치를 두고 있지 않고, 보호입원 대상자의 의사 확인이나 부당한 강제입원에 대한 불복제도도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아, 보호입원 대상자의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이 정신질환자를 신속 적정하게 치료하고, 정신질환자 본인과 사회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공익을 위한 것임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단지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전문의 1인의 판단만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보호입원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지 않음으로써 지나치게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다”며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보호입원을 통한 치료의 필요성 등에 관하여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제3자에게 판단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두지 않은 채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전문의 1인의 판단만으로 정신질환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보호입원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제도의 악용이나 남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단순위헌결정을 해 효력을 즉시 상실시킨다면 보호입원의 법률적 근거가 사라져 보호입원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보호입원이 불가능한 법적 공백 상태가 발생하게 된다”며 “따라서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고, 입법자가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해 합헌적인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할 때까지 심판대상조항이 계속 적용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헌재는 이번 결정에 대해 “보호입원 제도 자체가 위헌이라고 본 것이 아니라, 심판대상조항이 보호입원을 통한 치료의 필요성 등에 관해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제3자에게 판단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두지 않은 채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전문의 1인의 판단만으로 정신질환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보호입원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결국 제도의 악용이나 남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위헌성이 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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