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점을 든다면, 4.19 혁명 때는 독재자를 끌어내렸지만87년 때는 독재자가 끝까지 자리를 지켜냈다. 87년 항쟁을 미완의 혁명이라 부르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또한 국가운영 체제를 바꿨다고는 하지만 아닌 말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만 겨우 이뤄냈다고 할 정도로 다가올 민주화 시대에 맞는 충분한 개혁이 되지는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다.
87년 항쟁은 많은 시민들이 함께 했었다. 그런데 과실을 가져간 것은 현재의 586 정치인들뿐이었고 그들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공적이 없었어도 정치권력을 틀어쥐고 있다. 어찌 보면 4.19 혁명처럼 혁명이라 불리지 못할 정도의 항쟁을 주도한 대가치고는 너무나 과대하다. 그리고 당시 호헌철폐를 외쳤던 그들이 현재는 호헌의 입장에 있다.
2016년에 촛불은 여전이 진행형이다. 형편없는 대통령과 그 공범세력의 단죄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 이제 겨우 국회의 탄핵으로 대통령 직무정지까지 왔다. 4.19와 87년처럼 잘못된 시스템과 체제를 바로 잡는 것에는 논의조차 없다. 87년 항쟁 후 진행된 개헌의 내용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하더라도 지금의 촛불은 아직 그 정도조차도 오지 못했다.
만약, 끝내 현재의 체제를 바꾸지 못한다면 촛불집회는 무능한 야당이 나쁜 권력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할 때마다 국회와 야당을 대신해 나오게 되는 습관적 행사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대의 민주주의’를 할 필요가 없다. 그냥 ‘직접 민주주의’를 하는 것이 낫다. 괜히 애써가며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아낼 필요가 없다.
이를 제1야당과 야권이 담아내지 못한다면 심각한 태업이나 다름없다. 만일 여당에서 개헌을 추진하는 것에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한다면, 그 전에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먼저 나서서 주도하면 될 일이다. 이미 200만 촛불과 대통령 탄핵을 통해 야권이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도 갖추었다. 지금 상태에서 야권이 하겠다고 한다면 하지 못할 것이 없다.
200만 개의 촛불은 박근혜 정부 하나 때문에 타오른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국가에 필요하고 국민이 바라고 있는 대개혁을 모른 척해서는 아니 된다. 민주당 내 패권세력의 기득권 때문에 개혁과 개헌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지금 개헌을 하지 않겠다면 제왕적 대통령제를 유지해야 할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혼란스럽다는 핑계. 혹은 고작 여론조사 몇 번으로 나오는 답변으로 핑계를 댈 것이 아니다. 4.19 때는 국민의 뜻을 일일이 알아보지 않았어도 정치권과 식자들이 알아서 먼저 나서서 고쳤으며, 87년 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혼란했고 시간도 촉박했지만 고쳐야 할 시기를 놓치지 않고 고쳐냈다.
그리고 지금 2016년, 200만의 촛불이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잘못된 정치와 국가 시스템으로 누적된 적폐를 고칠 수 있는 기회를 국민들이 만들어 주었다. 그러니 민주당과 대선주자들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진정한 애국심으로 그리고 국민을 위해서 누구보다도 먼저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 민주당은 기득권에 얽매인 호헌파가 돼서는 아니 된다.
“선거 기획과 실행”의 저자. 정치•선거 컨설턴트 김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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