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경우 사고를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채 3차로 도로와 황색 안전구역 사이에 누워 있던 피해자 40대 여성 B씨를 피하지 못하고 역과했다.
결국 A씨는 B씨에게 약 14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지, 골반 등의 골절상 등을 입게 하고도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고인이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운전 업무상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하더라도 당시 도로 상에 피해자가 누워 있었을 것이라고 예견하거나 피해자를 회피할 수 없었으므로 피고인에게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피고인은 당시 물체를 충격했다고 생각했을 뿐 피해자를 충격했음을 인식하지 못해 도주의 범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재판은 배심원 7명이 참여한 국민참여재판 및 시민사법참여단, 바로미봉사단, 울산대학교 학생 등 10인이 참여한 그림자 배심(모의평결을 하되, 해당 재판부에는 의견을 전달하지 않는 법정방청 제도)으로 진행됐다.
재판부는 주위적공소사실인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치상)과 예비적 공소사실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에 대해 살폈다.
울산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이동식 부장판사)는 A씨에 대해 무죄(주위적, 예비적 공소사실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피고인의 주장을 배심원과 재판부가 모두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사고 전후의 상황, 예컨대 피고인이 사고 발생 후에도 직장에 그대로 출근하는 등 일상적인 생활을 했고, 사고차량 하부에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흔적들을 지우려고 시도하지 않았으며, 수사기관에서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 진실반응이 나온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사고 당시 물체라고만 인식했을 뿐 사람이라고 인식하지는 못했다는 피고인 측의 주장도 받아들였다.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