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한성희 교수, 유정희 교수, 박진우 교수. 사진=분당서울대병원
이미지 확대보기흉부 방사선 촬영 전 가상현실(VR)을 이용한 교육이 소아 환자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인다는 연구결과가 국내 의료진에 의해 최초로 발표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의학협회 소아과학 저널(JAMA Pediatrics)’ 최근 호에 발표됐으며 영국 로이터통신을 포함한 외신에 조명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한성희, 유정희, 박진우 교수와 영상의학과 최상일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 등이 참여한 다학제 연구팀은 소아환자가 검사 중 느끼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검사 과정을 개선하기 위해 소아에게 친숙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3분 분량의 가상현실 컨텐츠를 환자에게 보여주고 그 효과를 측정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팀은 2018년 7월부터 9월까지 4세 ~ 8세 사이의 소아 환자 50명에게 VR 영상을 통해 검사 과정을 체험할 수 있게 했고, 49명의 소아 환자에게는 영상 시청 없이 구두로 검사 과정에 대한 안내사항을 전달했다. 두 그룹이 검사 도중 보인 불안감의 지표를 비교한 결과 수술 전 VR 영상을 시청하지 않은 그룹(대조군)은 불안감 지수가 5점으로 높았고, 영상을 시청한 그룹은 2점에 그쳐 불안감이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한 불안을 보인 환자의 비율도 대조군에서는 48%에 달했던 반면 VR 군에서는 22.4%에 불과해 VR 영상을 시청한 그룹에서 불안감이 현저히 감소한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전했다.
또한 전체 검사에 소요된 시간은 대조군의 경우 75초, VR 그룹의 경우에는 55초였으며, 재촬영의 빈도도 대조군에서 16%, VR 군에서는 8.2%로 나타나, VR 영상을 보여줬을 때 검사 시간이 절약되고 불필요한 재촬영이 줄어드는 등 검사 프로세스가 뚜렷하게 개선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병원이라는 낯선 환경은 소아 환자들에게 공포와 불안을 느끼게 하며, 특히 방사선 촬영 검사를 받을 때 낯선 기계와 검사실 환경에 위협을 느낀 환자가 울거나, 몸부림을 치면서 검사 과정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연구팀이 VR업체 JSC 및 컨텐츠 기업 초이락컨텐츠팩토리와 공동으로 제작한 VR 영상은 국내 애니메이션 “헬로카봇”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차탄과 카봇이 검사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주고, 기계 앞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등을 검사 전에 미리 알려주면서 환자가 긴장하지 않고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독려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고 알려졌다.
마취통증의학과 한성희 교수는 “3D 및 360도 형식으로 제공되는 가상현실 체험은 소아 환자가 검사 과정을 미리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게 도움으로써 진정제 등의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불안과 스트레스를 감소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며 “최근 의학 분야에서는 가상현실 기술을 임상 현장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는 추세로, 특히 VR 체험에 몰입도가 높은 소아 환자들은 수술이나 검사를 받기 전 VR 교육을 통해 불안도를 감소시키고 동시에 치료 및 검사 프로세스까지 개선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마취통증의학과 유정희 교수는 “스마트 기기와 가상현실 콘텐츠를 활용해 환자가 생생하고 현실감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도출했다”면서, “이러한 융합학문은 환자 치료 및 의료진 교육을 포함해 의학 세부분야에 다양하게 적용 가능한 확장성을 갖고 있어 향후 다방면에서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